서비스 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아티클 바로가기 프로그램 목록 바로가기

[크로스체크] 관찰관 혼자 50명을…'소년범 관리' 집중 취재

입력 2022-04-02 19:02
크게 작게 프린트 메일
URL 줄이기 페이스북 X

[앵커]

소년범을 다룬 드라마가 인기를 끌면서, 소년범죄에 대한 사회적 관심도 커졌죠. 범죄를 저질러도 형사 처벌을 받지 않는 촉법소년 나이를 더 낮추는 걸 포함해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많습니다만, 형사처벌 대상을 늘리기 전에, 현재 소년범이 어떻게 관리되고 있는지 파악하는 게 우선이란 지적도 있습니다. 지금은 관찰관 한 명이 소년범 50명을 혼자 관리하고 있는데요.

이 문제를, 크로스체크 조보경 서준석 기자가 집중 취재했습니다.

[기자]

20년째 보호관찰일을 하고 있는 한봉석 보호관찰관.

출근하자마자 야간 외출제한명령을 위반한 사람은 없는지 먼저 확인합니다.

[한봉석/인천보호관찰소 소년과 계장 : 오늘은 (야간에) 다행히 전화를 다 잘 받았고요. 어제 위반한 친구는 오늘 불러서 조사를 할 예정…]

자느라 전화를 못받았다던 A군은 조사가 시작되자 말이 바뀝니다.

[(아버지하고 전화했더니 아니던데, 다른 이야기 나오던데?) 사실은… (잠깐만 너 밤에 나간 거 맞지?) 네, 잠깐 나갔어요.]

소년보호관찰관들은 담당 소년이 사는곳이나 일터로 직접 찾아가기도 하는데요.

면담 현장에 따라가보겠습니다.

[한봉석/인천보호관찰소 소년과 계장 : 쉼터에서 생활하는 친구를 만나러…검정고시 잘 보라고 제가 오늘 간단하게 좀 준비했거든요, 격려 차원에서.]

절도 등을 했던 B군은 한씨를 만난 후 새로운 목표가 생겼습니다.

[B군 :스스로 통제가 안 되니까 도와주는 그런 게 있으니까 좋은 거 같아요.]

배달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는 C군의 경우 잘 생활하고 있는지 점검하기 위해 일터를 찾았습니다.

[(바빠 오늘은?) 네. (원래 이렇게 낮에도 바쁜 거야?) 모르겠어요, 오늘은. (오늘만?) 네. (싸웠던 형하고는 어떻게 됐다 그랬지?) 잘 합의…]

D군 집에 들러 냉장고를 채우다 보면 한 씨의 하루 일과는 마무리 됩니다.

[아이고 뭘 이렇게 많이… (할머니 또 뵐게요. 안녕히 계세요.)]

대부분의 소년보호관찰관은 홀로 50명 넘는 아이들을 관리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기준 보호관찰관 1명이 맡고 있는 관찰대상자 평균 수는 OECD 주요국의 2배 가량입니다.

[한봉석/인천보호관찰소 소년과 계장 : 고등학교를 보면 한 반에 한 20~25명 정도. 그런데 저희 관심이 더 필요한 비행 청소년들이지 않습니까. 직원당 한 20~30명 정도 관리를 하게 되면 저희 보호관찰 목적이나 취지를 실현하는 데 좀 많이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이런 현실 속에서도 아이들에게 좀더 주의를 기울이고 깊은 관계를 맺으려는 시도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부산의 한 가정집. 저녁 시간이 되자 야채와 밥, 그리고 김을 담은 그릇에 회가 듬뿍 올려집니다.

[임윤택/부산 둥지센터장 (목사) : 야채 좀 더 넣어. (더 넣어요?) ]

모두가 식탁에 둘러 앉으니, 그릇만 10개가 넘습니다.

[임윤택/부산 둥지센터장 (목사) : 먹자. 먹자. (잘 먹겠습니다.)]

아이들이 좀 많은 이곳은 청소년회복지원센터, 이른바 '사법형 그룹홈'입니다.

비교적 가벼운 비행을 한 소년들이 6개월 동안 생활하는 이곳은 한 번에 입소할 수 있는 인원이 10명 안팎입니다.

아이들은 저마다의 이유로 이곳에 모였습니다.

하지만 한 가지 공통점은 어른의 빈 자리가 컸다는 것, 그래서 모두 집을 떠나 본 경험이 있다는 것입니다.

[A양/청소년회복센터 입소자 : 가출이랑…학교 무단결석이요.]

[B양/청소년회복센터 입소자 : 가출이랑…기타 비행.]

청소년 회복센터는 호통판사로 알려진 천종호 판사의 주도로 2010년 처음 만들어졌습니다.

비행을 한 소년들이 똑같은 환경에 돌아가면 재범을 저지를 확률이 높습니다.

그래서 잠시나마 '어른의 빈 자리'를 채워주고, 아이들 개개인에게 더 깊은 주의를 기울여보자는 /취지로 설립됐습니다.

[C양/청소년회복센터 입소자 : (가족들과) 여행 안 가봤어요, 제대로 된 여행을. 여기에서 처음 가봤거든요. 펜션 잡고 관광지 놀러가고 그런 여행은…]

[임윤택/부산 둥지센터장 (목사) : 애들의 경우에는 매일 정한 시간에 아침 일찍 일어나서, 그 시간에 학교로 간다는 것은 기적과 같은 일이에요.]

지난 10년 가까이 이곳을 거쳐간 아이는 어느 새 86명, 그중 보호관찰 위반을 제외하고 다시 범죄를 저지른 아이는 5명 뿐입니다.

임윤택 센터장은 결국 어른도 변해야한다고 말합니다.

[임윤택/부산 둥지센터장 (목사) : 자기의 꿈이나 미래에 대해서도 여러 가지 노력을 하고 있는데, 이 6개월의 처분이 끝나고 가정으로 돌아가잖아요. 그 기간 부모는 하나도 안 변해 있는 거예요.]

(영상디자인 : 곽세미) 
광고

JTBC 핫클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