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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사플러스 12회] 세월호 침몰, 풀리지 않는 의혹들

입력 2014-05-04 23:08 수정 2014-05-04 2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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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탐사플러스 전진배입니다. 세월호가 침몰한 지 벌써 3주째 접어들었습니다. 그러나 아직도 많은 학생들과 일반 승객들이 배에서 나오지 못하고 있습니다.

아무리 생각해도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이번 사고를 두고, 운항 경험이 많은 선장과 항해사들은 심상치 않은 세월호의 징후를 증언하고 있습니다.

침몰 이전부터 들렸던 대형 참사의 경고음을 탐사플러스가 추적했습니다.


[기자]

진도 해역에 들어선 유조선 둘라에이스의 문예식 선장이 진도VTS, 진도해상관제센터에 진입보고를 합니다.

날씨는 맑고, 파도도 잔잔했습니다.

[문예식 둘라에이스 선장 : 기상 상태는 아주 양호한 편이었어요. 0.5m 파고. 파랑도 4m/s, 시야도 한 2~3마일. 2~3마일이면 대충 5.5km.]

여객선 세월호에 눈길이 간 것도 그때쯤입니다.

[문예식 둘라에이스 선장 : 그게 세월호인지 몰랐어요, 처음에는. 그래서 우리와 항로선에서 크로스가 되겠다, 충돌이 되겠다, 레이더를 통해 관찰을 했던 사항이에요.]

승객들도 뭔가 이상한 느낌이 들었을까?

이 배를 타고 수학여행을 가다 끝내 숨진 안산 단원고 2학년 박수현 군도 밤부터 한 동안 사진을 찍지 않다가 이 때쯤 휴대폰으로 배의 난간과 천장을 찍었습니다.

둘라에이스 문 선장이 세월호를 다시 본 것은 2시간이 지난 오전 8시 45분,

조류가 세기로 유명한 맹골수도를 지날 때였습니다.

당시 문 선장이 목격한 세월호의 움직임은 심상치 않았습니다.

[문예식/둘라에이스 선장 : 그 배가 우회로 들어오는데 난 (왼쪽으로) 가야 하니까, 충돌 위험이 생기니까요. 주시를 했었어요.]

세월호의 지나친 급선회로 충돌 위기까지 느꼈다는 겁니다.

세월호가 급선회한 이유는 무엇일까.

취재진이 만난 전 세월호 항해사는 당시 운항을 맡고 있던 3등 항해사 박모씨의 운항 미숙을 꼽았습니다.

[전 세월호 항해사 : 나는 10도만 꺾으면 14~15도에 바로 서면 되는데 더 넘어가거든요. 옆에는 병풍도 있고. 거기 안 되니까 막 돌리니까 딱 서면 되는데 안 서요. 다다다다 또 넘어가. 또 우현으로 꺾고 그러다 보니까 좌우좌우 지그재그 되는 거예요.]

변침구간에서 급선회는 갑판에 실린 화물에 곧바로 영향을 미쳤습니다.

더욱이 세월호는 제대로 결박도 하지 않고 화물을 싣고 다녔다는 사진 제보와 증언이 잇따랐습니다.

[전 세월호 항해사 : 배가 왔다 갔다 쏠릴 거 아녜요. 줄이라는 건 절대 결박을 못하게 돼 있는 거예요. 신축성이라고 하나? 당연히 느슨해지게 돼 있어요. 왔다 갔다 하다 보면 나중에 '쿵' 위의 것이 떨어진 거예요. 차량이 확 가서 '쿵' 소리 난 게 아니라 위에 있는 컨테이너가 떨어진 거예요. 100%.]

체인으로 결박하지 않았던 컨테이너들이 한쪽으로 쏠렸고, 이미 기울어진 세월호는 다시 되돌아오지 못합니다.

[허웅/세월호 구조자 : 남들이 '쿵' 했다 이렇게 얘길 많이 하는데, '쿵' 한다기 보다 한순간이었습니다. 뭐라 그럴까 '우당탕' 한순간에….]

문 선장이 이상 징후를 목격한 지 3분이 지난 오전 8시 48분,

왼쪽으로 기울기 시작한 세월호는 동력을 잃고 조류에 떠밀려 북쪽으로 표류하다 침몰했습니다.

당시 세월호가 이미 복원력을 상실했다는 건 배에 타고 있던 단원고 학생 고 박수현군이 찍은 동영상에서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동영상이 촬영되기 시작한 시간은 오전 8시 52분.

학생들은 복도 바닥에 서지 못하고 모두 벽에 몸을 의지하고 있습니다.

침대 난간을 힘껏 쥔 손에서 배가 얼마나 기울었는지를 짐작할 수 있습니다.

[쏠림 장난 아니야. 그냥 그냥 그쪽으로 가.]

[와, 기울어질 줄은 상상도 못했다. 우리 지금 이거 실전이라고. 장난 아니고.]

동영상을 본 전문가들도 할 말을 잃습니다.

[이규열/서울대 조선해양공학과 명예교수 : 이렇게 된 거죠. 이렇게. 위층으로 올라가야 하는데 계단이 없으니까. 그런데 이때까지 학생들이 전혀 위험을 못 느꼈나요?]

[정준모/인하대 조선해양공학과 교수 : 이 정도면 정말 30도 이상 (넘어) 갔다고 봐야해요. 일반적으로 20도, 25도를 넘어가면 다시 못 돌아옵니다. (평형수가 있다고 해도요?) 예, 맞습니다.]

하지만 세월호 승무원들은 안내 방송을 통해 학생들에게 가만히 있으라고만 합니다.

[현재 위치에서 절대 이동하지 마시고….]

급선회한 세월호를 지나쳐 계속 항해를 하던 문 선장은 진도해상관제센터로부터 급한 교신을 받습니다.

[진도VTS(해상관제센터) : 귀선 우현 전방 2.1마일에 여객선 세월호가 침몰중에 있습니다. 귀선 구조 협조 부탁드리겠습니다.]

급히 항로를 되돌려 세월호 쪽으로 달려가던 문 선장은 한 가지 이상한 사실을 발견했습니다.

레이더망에서 세월호에 대한 위치추적 신호가 사라진 겁니다.

[문예식/둘라에이스 선장 : 이 배는 AIS(자동식별장치)도 꺼져 있는 상태더라고. 그러니까 나는 이 배가 세월호 인지는 몰랐었어요.]

선원들이 일부로 선박 자동식별장치를 일부러 꺼뒀을 가능성도 제기합니다.

[문예식/둘라에이스 선장 : 일부러 안 껐으면 꺼질 이유가 없지. 이것은 수신 장치에요. 고장도 안 나요. 하필이면 이 시기에 전원이 꺼졌다는 것은, 이런 말을 하면 안 되지만 사람이 인위적으로 껐든가 스위치를, 내가 추측할 때는 위치를 감추고 싶어서 껐지 않을까 싶은데.]

처음엔 급박한 상황인지 몰랐다고 합니다.

[문예식/둘라에이스 선장 : 배에 부유물이 있었어요. 레이더에 이렇게 잡혀 있었어요. 예인선들이 차고 다니는 것 있잖아요. 바지선들 차고 다니는 거. 이런 상태구나 했는데 나중에 보니까 이것이 콘테이너였어. (콘테이너가 빠져서?) 그렇지. 그러니까 우회도 할 때는 빠진 거야. 배에서. 이런 것들이 이제.]

실제 육안으로 본 세월호는 상황이 더 심각했습니다.

[문예식/둘라에이스 선장 : 가는 동안에 이미 기울어진 것은 확인을 했죠. 누가 봐도 그 상황에는 뛰어내릴 상황이었어요.]

문 선장이 몰고 간 유조선 둘라에이스는 유조탱크 무게 때문에 선체가 더 바닷속으로 잠겨 있습니다.

선체가 낮기 때문에 탈출한 승객들을 구출하는 것도 일반 여객선보다 훨씬 용이합니다.

[전 세월호 갑판장(추가 멘트) : 유조선이 있는 걸 몰랐을 거예요. 알았다면 바로 승객을 탈출시켰겠죠. 유조선에선 뜰채로 건져 올려도 되는데….]

하지만 당시 교신 내용을 보면 세월호도 둘라에이스의 존재를 알고 있었습니다.

[진도VTS : 헬기도 도착할 거고요. 인근에 있는 선박들도 접근 중이니까 참고하십시오.]

[세월호: 선박 육안으로 확인하는데 AIS(자동식별장치)를 볼 수가 없는데 본선 선수에 있는 빨간 탱커(유조선) 선명이 뭡니까? 선수쪽 말고 좌현에 대기해주라고 하십시오.]

문 선장은 이 때라도 승객들이 뛰어내렸다면 대부분 구조됐을 거라고 말합니다.

[문예식/둘라에이스 선장 : (그냥 뛰어내렸으면 구조가 가능했나요?) 가능하다는 것이 아니라 충분히 가능했죠. 파도도 없고 하니까. 수영만 할 줄 아는 사람이라고 하면 그냥 (물에) 뜨고만 있으면 되거든요.]

탈출한 사람들을 구조할 구명보트와 구명동의를 준비하고 기다렸지만, 배에서 사람이 거의 나오지 않았습니다.

[문예식/둘라에이스 선장 : 진도VTS, 귀선에 탑재돼 있는 구명벌하고 구명정을 모두 투하를 시켜서 바로 사람이 탈출하면 탈 수 있게 준비를 바랍니다. 네, 선원들이 탈출을 하게 되면 저희들이 최대한도의 근접거리에서 구출하겠습니다.]

답답했던 문 선장은 직접 세월호와 교신해 승객을 탈출시키라고 말했습니다.

[문예식/둘라에이스 선장 : 세월호하고 나하고는 교신만 했지, 이 사람들의 의사가 뭔지 정확히 아무도 몰라요. 그러니까 해경만 자꾸 요청하는지를….]

하지만 세월호에선 진도해상관제센터 측에 해경 구조정이 도착했는지만 확인합니다.

[세월호 교신내용 : 해경 구조 작업하러 오고 있습니까? 해경이 오는데 얼마나 걸리겠습니까? (09:26) 10분 후에 경비정이 도착한다고요?]

그리고선 선내 방송은 불가능하다고 했습니다.

[세월호 측 교신내용 : 현재 방송도 불가능한 상태입니다.]

문 선장은 그럴 리가 없었다고 단언합니다.

[문예식/둘라에이스 선장 : 배의 모든 계기들은 전기가 없으면 안 움직이잖아요. 그때 그렇게 기울어진 상태에서도 배기가스가 나왔었어요.]

당시 가만히 있으라고 방송했던 객실 승무원은 사고 직후 인터뷰에서 조타실 지시에 따랐다고 말했습니다.

[강모씨/세월호 승무원 : (객실 등에 남아 있으라는) 홀드 명령이 왔던 건 9시 10분 정도쯤 되겠네요.]

[안내방송 : 움직이지 말고….]

[문예식/둘라에이스 선장 : 그 당시 퇴선조치만 됐었어도 부상을 당하거나 그런 경우는 발생하겠지만 이렇게 많은 인명이 손실된다는 건…. 이보다 더 많은 사람들이 구제될 수 있었겠죠. 4044 세월호 선장이나 종사자들 보면 상식을 벗어난 거예요.]

문 선장은 당시 자신과 교신했던 사람이 세월호 선장이 아니라, 1등 항해사였다는 사실도 나중에 알았다고 말합니다.

[문예식/둘라에이스 선장 : 진도VTS도 당연히 배의 좌표를 잡고 운영하는 사람이 당연히 선장인 줄 알고 '선장님' 하잖아요. '당연히 선장이겠지, 세월호 1항사가 지금 VTS를 잡고 있는 상황이 아니겠지' 하고. 나도 그렇게 판단했었고. 위급상황에서 선장이 확고부동하게 딱 결정을 해줘야 하거든요. 밑의 사람들은 좀 당황을 하거나 하면 의사전달이 잘 안 되잖아요.]

당시 세월호에서 교신했던 인물은 1등 항해사 강모 씨였습니다.

강 씨는 오전 9시 38분까지 진도해상관제센터와 교신하며, 9시 45분, 구조정이 도착한 것을 파악하자마자 가장 먼저 조종실을 빠져나와 구조됐습니다.

당시 강 씨가 입고 있던 파란 점퍼도 청해진해운 마크가 붙어 있는 선원들의 작업복입니다.

가장 먼저 선내를 빠져나온 강 씨는 배안을 향해 누군가를 부릅니다.

[000~.]

잠시 후 이준석 선장이 속옷 차림으로 급하게 세월호를 빠져나옵니다.

이후 조타실에 모여 있던 15명의 선박직 직원들은 차례차례 모두 구조됐습니다.

구조 후에도 강씨는 승객들의 구조를 제대로 돕지 않는 모습이 영상에 찍혔습니다.

강 씨는 구조 직후였던 오전 9시 45분, 배가 완전히 뒤집히기 시작한 오전 10시 21분, 누군가와 통화를 하고 있었습니다.

해경의 구조 요청을 받고 출동한 전남 어업지도선에서 찍은 동영상에도 강 씨는 여전히 통화 중이었습니다.

단원고 학생들과 다섯 살 권모 양이 필사적으로 구조되는 순간에도, 이미 구조된 강 씨는 구조정 갑판 한편에서 통화에만 열중하는 모습입니다.

도대체 강 씨는 누구와 전화했던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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