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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브리핑] '치약 그리고 장미꽃'

입력 2018-01-16 21:36 수정 2018-01-16 2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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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는 치약을 잔뜩 받아 오셨습니다"

2년 전 한 아들이 올린 인터넷 게시글이 화제가 되었습니다.

그의 아버지는 서울 강남의 한 아파트 관리소장이었습니다. 어느 날 입주민들이 너도나도 치약을 가져다주길래 '이게 무슨 일인가'… 의아해하고 있었던 참이었다는군요.
 
알고 보니 그 치약은 독성 물질 논란으로 식약처가 전량 회수 결정을 내린 제품들이었습니다.

주민들은 그 이전에도 유통기한이 지났거나 냉동실에 오래 묵어 잔뜩 성에가 낀 음식물을 종종 경비실에 가져다주곤 했다곤 합니다.

아들은 말했습니다. "이런 물건을 받으면서 감사하다 고개 숙였을 아버지 모습이 생각나 더 기분이 나쁩니다"

가장 풍요로운 동네 한곳에서 벌어졌던… 마음은 빈곤한 사람들의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남쪽 지방의 민심 역시 풍요롭지는 않았습니다. 3년 넘게 이어지고 있는 조선업의 불황, 경기엔 한파가 불어 닥쳤습니다.

그러나 사람들의 마음은 강퍅하지 않았습니다.

"한 집에서 9천 원씩만 더 부담해봅시다… "

울산의 한 아파트 주민들은 그렇게 투표를 통해 경비원들과 함께 가는 것을 택했습니다.

"1060원짜리 구조조정"  - 박정훈 알바 노동자 (한겨레 1월 15일)

해가 바뀐 뒤 본격화된 최저임금 논란에 대해서 한 알바 노동자는 그렇게 말했습니다.

시급 1060원이 올랐다는 이유로 대학에서는 청소 노동자 구조조정이 확산되고 비워진 자리는 단시간 아르바이트로 채워지고 있다고 하지요.

경비원의 휴게시간을 늘려 임금을 깎고 고령의 경비원을 대거 해고한 아파트도 늘고 있습니다. 

하긴…시급 1060원 인상분을 근무시간과 날짜로 곱하고 또한 사람 수대로 곱하다 보면 그 무게도 만만치 않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 무게만큼 결국 사람 수를 줄여서 해결해야 하는 것이 자본의 논리라면… 우리가 신봉하는 자본주의의 미덕은 어디에서 찾을 것인가…

2년 전. 그 무례했던 치약 선물에 절망한 아들은 말했습니다.

"아파트 관리인도 당신과 같은 사람입니다" 
 
그리고 울산의 아파트 주민들의 소식을 접한 어느 시민은 장미꽃 한 송이와 함께 다음과 같은 글을 적어서 마음을 전했습니다.

"주민들 고맙습니다. 사람 사는 세상 같습니다."

치약 그리고 장미꽃. 세상은 결국 이런 모순으로 이뤄진 곳인가… 고민하게 되는…

오늘의 앵커브리핑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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