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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야의원 의정부 화재 대피소 방문…주민들 '냉담·비판'

입력 2015-01-11 2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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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야의원 의정부 화재 대피소 방문…주민들 '냉담·비판'


새누리당과 새정치민주연합 의원들이 경기 의정부시 아파트 화재 사고 이튿날인 11일 이재민들이 모여있는 대피소를 찾았다. 의원들은 특별재난구역 지정에 힘쓰겠다고 약속했지만 주민들은 냉담한 반응이었다.

새누리당 홍문종·함진규 의원은 이날 오전 3시께 경의초등학교 대피소를 방문했다. 새정치연합 문희상 비상대책위원장과 우윤근 원내대표, 서영교 원내대변인, 김관영 의원 등 4명은 같은 날 오후 5시20분께 대피소를 방문했다.

의원들은 대피소 안에 설치된 상황판 앞에 서서 안병용 의정부시장의 설명을 들었다. 이어 대피소를 한 바퀴 돌며 주민들에게 위로의 말을 건넸다. 이재민의 손을 잡으며 "힘을 내라"고 말하기도 했다.

문 비대위원장은 "우선 뭐라고 말씀드려야 할지 모르겠다"며 "여러분이 졸지에 큰 화재를 당했고, 그로 인해 많은 고초를 겪는 데 송구스럽다는 말과 격려의 말씀 드린다"고 위로했다.

특별재난구역 지정에 대해서는 "국회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해 특별재난구역으로 지정되면 여러분도 편하고 시(市) 재정에도 편하다고 한다"며 "이 일이 되는 날까지 최선을 다하겠다고 약속한다"고 말했다.

우 원내대표는 "이번에 갑작스러운 화재로 4명의 귀중한 생명을 잃었고 14명의 중상자를 포함한 부상자가 생겼다"며 "이 엄동설한에 어디 가서 기댈 곳 없는데, 비좁고 추운 체육관에 와 있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특별재난지역이 돼 국가가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최우선으로 정책을 펴고 예산을 쏟아부어야 한다"며 "내일 본회의를 시작하는데 대책을 세우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현장에 있던 주민들은 의원들에게 큰 관심을 두지 않았다. 대피소를 내부를 돌던 의원들이 멈춰서 말을 걸면 그때야 받아주는 정도였다.

현장 대응 상황에 대해 격하게 항의하는 주민들도 있었다. 문 비대위원장과 우 원내대표가 위로의 말을 건넬 때 한 여성이 취재진을 뚫고 나와 "누구에게 힘내라는 거예요?"라고 물었다. 국회의원들은 묵묵부답이었다. 안 시장만이 난처한 듯 말을 더듬으며 말리려고 했다.

면도도 하지 못한 초췌한 몰골의 남성도 의원들에게 다가왔다. 그는 "내가 (이번 사고로) 죽은 한경진이 아버지"라며 "사람이 죽었는데 아무런 대책도 없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유가족이라고 밝힌 또 다른 남성은 "시에서는 합동 분향소도 우리에게 만들라고 한다"고 따졌다.

이들은 20여분 뒤인 오후 5시40분께 대피소를 떠났다.

한 주민은 "(의원들이) 와서 우리에게 뭘 해줄 수 있는 것은 없다"며 "피해 가족을 만나 얘기를 들어보는 시간을 가지면 좋을 텐데 상황판 앞에서 설명 듣고 한 바퀴 돌고 떠난 격"이라고 불만을 쏟아냈다.

그는 "시장은 이렇게 의원들을 부르는 게 특별재난구역으로 지정되는 데 도움이 된다고 하지만 피해 가족들이나 이재민들 입장에서는 특별히 달라지는 것이 없다"며 "얼굴도장 찍으러 온 것 아닌가 싶다"고 비난했다.

또 다른 주민은 "여기 있는 사람들은 전부 밖에서 화재 상황을 지켜본 목격자들인데, 수사 과정에서 우리 진술을 받지도 않았다"며 "우리는 인터넷상에서 자기 집 불타지 말게 헬기도 뜨지 않았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파렴치한이 됐다. 이런 상황이니 국회의원들이 온다고 반가울 리 없다"고 토로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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