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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사플러스] 군피아, 방산비리 몸통…'황당 작태' 드러나

입력 2014-12-23 21:54 수정 2015-03-12 23: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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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방금 들어온 소식이 있는데요. 방위사업비리 합동 수사단이 군에 납품되는 피복과 관련해서 비리를 저지른 혐의로 방위사업청 소속 현직 대령과 고위 공무원 한 명을 체포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방금 들어온 소식인데 사실 저희가 오늘(23일) 준비한 소식이 방위산업 비리 내용입니다. 이 문제, 지금부터 탐사로 전해드리겠습니다.

만약 우리 공군의 전투기가 장비 고장으로 아군을 공격하면 어떻게 될까요. 생각만 해도 끔찍하죠. 실제 이런 일이 생길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습니다. 방위산업 비리를 수사하는 과정에서 부품 돌려막기 등 온갖 황당한 작태들이 하나둘 드러나고 있다는 것이 취재기자의 진단입니다. 그 이면에는 군 출신 인사, 그러니까 군피아들이 끼어 있는데요.

먼저 끼리끼리 군 인맥을 통해 방위산업을 좀 먹는 군피아의 실태를 서복현 기자가 추적했습니다.

[기자]

공군의 주력기 KF-16입니다.

현재 130여 대가 도입됐습니다.

KF-16에는 다른 전투기처럼 '적아식별장치'가 탑재돼 있습니다.

관제탑에서 신호를 받아 적군과 아군을 구별하는 핵심 장치입니다.

조종사들은 이 장비를 보면서 공격 목표를 결정합니다.

오작동이 발생하면 결과는 치명적입니다.

적군과 아군을 구별하지 못해 전투는 금세 혼란에 빠집니다.

공격을 망설이다 적군에 당할 수도 있습니다.

또 잘못하면 우리 전투기를 향해 공격하는 상황도 벌어질 수 있습니다.

[조진수/한양대 항공기 기계공학교수 : 아군기가 적군기로 오류로 판단될 경우 그것을 만약 우리가 미사일로 맞췄을 경우에는 축구로 말하면 자살골 먹는 행위 아니겠습니까?]

그런데 2012년 공군이 발칵 뒤집혔습니다.

KF-16 적아식별장치에 부실 부품이 사용된 것으로 드러난 겁니다.

정비를 맡았던 방산업체 블루니아의 소행이었습니다.

다른 전투기에서 빼낸 낡은 부품을 새 부품으로 속여서 끼웠습니다.

부품을 돌려막기 했던 겁니다.

그리고는 공군과 방위사업청에서 240억 원을 받아 가로챘습니다.

블루니아 임원들은 줄줄이 구속됐습니다.

업체로부터 5천만 원을 받은 공군 이모 준위도 구속됐습니다.

하지만 업체 대표인 박모 씨가 도주하면서 로비 수사는 전면 중단됐습니다.

[건물 관계자 : (여기 블루니어란 회사 있었다고) 옛날에 있었는데 없어진 지 1년 넘은 것 같아요. 원래 옆 사무실 쓰다 확장했거든요. 거기 나가서요.]

그런데 2년여 만에 다시 로비 수사 불씨가 살아났습니다.

최근 출범한 방위사업비리 합동수사단이 지난 8일 박씨를 전격 체포한 겁니다.

과연 박씨는 어떤 인물이었길래 이런 대형 비리를 저지를 수 있었을까?

취재진이 추적한 결과, 박씨는 공군 중사 출신이었습니다.

가짜 서류를 꾸미는 과정에서 도움을 받았던 업체 대표들도 모두 공군 선후배들이었습니다.

[업체 관계자 : (인터뷰 요청을) 사장님께서 별로 안 반기시는 것 같은데요. 별로 반응을 안 보이시던데요.]

공군 전우회를 찾아가 봤습니다.

박씨는 전우회에서도 유명한 인물이었습니다.

[공군 전우회 관계자 : 나도 잘 알아 나도 잘 아는 사람이라고. 다 알지 열심히 활동을 잘하시는 분인데요.]

공군이 진행하는 각종 행사에서도 박씨는 자주 모습을 나타냈습니다.

공군 전우회에 수천만 원을 기부하기도 했습니다.

JTBC 취재 결과, 공군사관학교에도 기부금을 낸 걸로 확인됐습니다.

[공군사관학교 관계자 : 저희 쪽에 기부한 적이 있습니다. 2010년도에 한 번 기부하셨어요. 5천만원이요.]

박씨는 특히, 전직 군인 출신들을 적극적으로 영입했습니다.

직원 60%가 군 출신이라며 대대적인 홍보까지 할 정도였습니다.

[박모 씨 지인/공군 출신 : 개인 사업 관계라든가, 그런 관계에서 그런 사람들(퇴직군인) 데려다 좀 이용을 했다. 그런 평이 있었지요.]

합수단은 군 출신인 박씨가 이렇게 쌓은 인맥을 통해 범행을 한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전투기뿐만이 아닙니다.

군이 최첨단 구조함이라며 대대적으로 홍보한 통영함입니다.

하지만 음파 탐지기 등의 결함으로 세월호 참사 현장에 투입되지 못해 비난이 일었습니다.

이 과정에서 억대의 납품 비리가 있었던 사실이 확인됐습니다.

취재진은 구속된 납품 브로커 정모 씨의 행적을 추적했습니다.

정씨는 건설용 펌프 대리점의 대표 직함을 갖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취재진이 찾아간 업체엔 변변한 사무실도 없었습니다.

[입주 건물 관계자 : 사이버 오피스에요. 사업자 주소지를 여기 두면서 공용 공간은 다른 분들하고 나눠서 쓰는 거예요. 한 달에 10만 원 정도 내요. 저렴하죠.]

하지만 허름한 사무실과는 달리 정씨는 막강한 브로커였습니다.

통영함 납품을 미끼로 선박 업체에서 챙긴 돈은 3억 원에 달했습니다.

정씨 역시 해군 대위 출신이었습니다.

방위사업청 통영함 업무 담당자인 최모 전 중령과 해군사관학교 동기였습니다.

[A씨/납품업체 대표 : 저는 최OO하고 친한 건 다 알고 있었지만, 그런 관계가 있던 건 몰랐는데 부도 맞고 그래서 엄청 힘들 때에 아마 이렇게 만나서 그 당시에는 정OO이 돈을 좀 받았겠죠. 받아서 잘못된 만남이었던 거죠.]

현재까지 통영함 비리로 구속된 전현직 해군은 모두 6명입니다.

수사에 따라 그 숫자는 더 늘어날 것으로 보입니다.

나라를 지키는 군인에서 안보를 위협하는 존재로 전락한 군피아, 합수단의 수사로 그 실체가 점점 드러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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