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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착카메라] 한 아파트에 지자체는 둘…불편은 '주민 몫'

입력 2017-05-01 21:49 수정 2017-05-02 0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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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같은 아파트에 사는 주민들끼리 소속된 지자체가 다르다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요. 앞동과 뒷동 쓰레기봉투가 다른 것만 문제가 아닙니다. 바로 집 앞에 학교를 두고도 먼 곳으로 다니게 되면서 단지 내 위장 전입도, 비일비재합니다. 행정구역 경계에 사는 아파트 주민들 이야기를 밀착카메라가 담아왔습니다.

김도훈 기자입니다.

[기자]

저는 지금 경기도 안양에 있는 인덕원 사거리에 나와있습니다. 지금부터 저와 다른 취재진은 각각 택시를 타고 서로 다른 목적지를 향해서 출발을 할 텐데요. 과연 어떤 일이 벌어질지 한번 지켜보겠습니다.

[안양시 평촌동 00번지로 가주세요.]

[의왕시 포일동 000번지요.]

각자 택시에 오른 뒤 서로 다른 행선지를 향해 출발합니다. 1km 남짓한 거리를 달린 택시가 도착한 곳은 아파트 단지 사이를 가로질러 나있는 도로입니다.

저는 안양시 평촌동을 향해서 왔고요. 뒤에 취재진은 의왕시 포일동에 도착을 했는데 공교롭게도 같은 장소에 도착을 했습니다.

530여 세대가 사는 이 아파트는 전체 6동 중 5동은 안양시, 나머지 1동은 의왕시에 속해 있습니다.

행정경계 기준이 되는 왕복 2차로를 사이로 지어져 한 아파트가 서로 다른 지자체 소속으로 분리된 겁니다.

[환경미화원 : (노란 중앙선이 경계인가요?) 네, 그걸 중심으로 해서 그쪽으로는 의왕시, 이쪽으로는 안양시…]

사정이 이렇다 보니 아파트 주민들이 사용하는 쓰레기 종량제 봉투도 서로 다릅니다.

[인근 마트 점원 : 여기가 경계선에 있어서. 이게 안양시고요, 이거는 의왕시… 안양은 550원이고요. 의왕은 680원.]

행정 구역 때문에 같은 아파트에 살면서도 바로 집 앞에 있는 학교에 아이를 보내지 못하는 주민들도 많습니다.

아파트 일부 아이들은 초등학교에 등교하기 위해 매일 왕복 4차로를 두 번 건너서 10분 가까이 걸어야 합니다.

자녀 주소만 인근 아파트 단지로 옮기는 위장전입도 벌어지고 있습니다.

[학부모 : 불편하죠. 바로 앞에 초등학교 두고. 지금 주소지 몰래 옮겨서 안양으로 다니고 있는데 제가 알기론 우리 반에만 한 세 명 있어요. 주소지 몰래 옮겨서…]

같은 아파트에 살면서 행정 경계 문제로 불편을 겪는 곳은 이곳만이 아닙니다.

경기도 용인과 수원시 경계에 지어진 아파트 단지입니다. 건널목 하나를 사이에 두고 용인시와 제가 서 있는 이곳 수원시 경계가 나뉘다보니 주민들은 바로 100m 앞에 있는 학교를 다니는 대신 20분 거리에 떨어진 학교에 다니고 있습니다.

[학부모 : 아이가 계속 먼 데로 다니다 보니까 안심이 안 되죠. 아이들 걸음으로는 30분 넘게 걸리죠.]

주민들 불편이 가중되고 있지만 지자체간 의견조율은 번번이 실패로 돌아갔습니다.

경계 조정으로 생기는 세수 손실 등 양측 이견을 좁히기 쉽지 않기 때문입니다.

[경기도청 자치행정과 관계자 : 쉽진 않죠. 예를 들어서 같은 땅이라 할지라도 가치가 다르기 때문에 단체장님들이 '이걸 주고 이걸 받아서 되겠느냐' 이런 생각을 하시는 거죠.]

지자체 간 행정권역 다툼으로 불편을 겪는 건 오로지 주민들의 몫입니다. 행정이 가장 먼저 고려해야 할 기준, 바로 주민들의 편의가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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