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무조사 편의를 봐주는 대가로 업체 대표로부터 수천만원을 받아 챙긴 국세청 간부가 경찰에 적발됐다.
경찰청은 세무조사를 받고 있던 업체 대표로부터 5000만원을 수수한 전 대구지방 세무서장 김모(57)씨를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 위반(뇌물수수)혐의로 구속했다고 25일 밝혔다.
또 김씨와 세무조사를 받고 있던 업체 대표와의 만남을 주선한 세무서 조사팀장 배모(52)씨를 뇌물수수 혐의로, 돈을 건넨 대구의 한 자동차 부품 포장용 상자 제조업체 대표 홍모(66)씨를 뇌물공여 혐의로 각각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에 따르면 업체 대표 홍씨는 지난 2012년 개인 소유 회사를 주식회사 법인으로 전환한 후 처음으로 세무조사를 받았다. 홍씨가 운영하는 업체는 연매출 200억원의 중견업체다. 세무조사 기간은 올해 2월25일부터 4월10일까지 약 45일간이다.
세무조사 기간 중 조사팀장 배씨가 회사에 상주하면서 홍씨에게 매출 등 각종 회계 자료를 과도하게 요구해 회사 업무가 마비될 정도에 이르렀다.
이 와중에 홍씨는 제조업체 사장들과의 친목 모임에서 "세무조사는 그냥 끝나지 않는다. 세무서 직원들과 합의를 해야 끝나고, 세금도 덜 맞는다"는 말을 들었고, 배씨에게 "세무조사가 너무 힘들다, 세무서장을 만나 인사할 테니 만나게 해 달라"고 수 차례 부탁했다.
홍씨는 배씨의 주선으로 세무조사 기간 중인 지난 3월27일 세무서장 김씨를 서장실에서 만나 "세무조사 때문에 힘드니 잘 좀 봐 달라"고 청탁했다.
홍씨는 지난 4월1일 배씨를 통해 김씨를 서장실에서 두 번째로 만나 "세무조사를 잘 봐 달라"고 청탁하면서 5만원권 현금 5000만원을 노트북 가방에 넣어 전달했다.
김씨는 홍씨를 처음 만나 청탁을 받은 후 배씨에게 "홍씨가 운영하는 업체의 세무조사와 관련해 봐줄 수 있는 부분이 있는지 검토하라"고 지시했다.
이후 서장실에서 홍씨와 만난 김씨는 현금 5000만원을 받아 챙겼고 세무조사는 형식적으로 이뤄졌다. 홍씨가 운영하는 업체는 10억원 상당의 세금을 부과받았다.
경찰은 브리핑에서 "배씨는 김씨와 홍씨의 만남을 주선하기 전 홍씨에게 세무조사에서 20억원 정도가 부과되는데 50% 정도 감경시켜줄 수 있다고 했다"면서 "하지만 원래 세무조사에서 10억이 부과될 예정이었고 (배씨가 홍씨에게)세무조사에 대한 압박을 주기 위한 것이었다"고 말했다.
경찰은 김씨 등의 여죄를 캐기 위해 보강수사를 벌여나갈 방침이다.
(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