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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암 투병 복거일 "작품 위해 치료 포기, 한 권이라도 더…"

입력 2014-04-01 19:14 수정 2014-04-08 1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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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젊은 작가 못지않은 왕성한 창작력, 1987년에 등단해 40여 권의 저서를 펴낸 이 시대의 지성인, 작가 복거일! 그런데 그가 '특별한 결정'을 했다? 2년 반 전 병원에서 간암 판정을 받았지만 치료를 거부한 채 집필에 몰두한 작가 복거일, "절망에 기대니 마음이 편하다"는 그의 말은 어떤 의미였을까요?

자신을 주인공 삼아 죽음에 대해 성찰하다! 실제 자신과 너무 닮은 소설로 돌아온 곧 일흔의 '청년작가' 복거일! 간암 투병 중인 그가 항암치료를 거부한 이유, 또 그를 지켜보는 가족들의 반응까지. 오늘(1일) 큐브 인터뷰에서 직접 들어봅니다. 지금 바로 함께 하시죠. 안녕하세요. 지금도 많이 화제가 되고 있습니다. 간암 진단을 받으신 건 언제인가요?

[복거일/작가 : 2년 반 정도.]

[앵커]

정기검진 같은 거였나요, 아니면…

[복거일/작가 : 아니요. 우연히 발견했어요. 제가 원래 어지럼증이 있어서 머리 사진을 찍었습니다. 신경은 이상이 없고 주치의가, 검사하는 분이 동맥경화증이 조금 있는 것 같다고 그래요. 그래서 얼마나 진행됐는가 확인하려 사진을 찍었죠. 그랬더니 그분이 그래요. 동맥경화증은 잘 안 보이고 좋은데 가슴에 반점이 있대요. 가리키더라고요. 의심스러운 사진을 찍어봅시다라고 그러더라고요. 사진을 찍었죠. 내려와서 여기를 찍으니까 배까지 나왔잖아요. 그러니까 의사가 보시더니 이거는 진짜 암 초기 같다. 그런데 진행상황을 살펴보자. 문제는 여기 횡격막에 이게 암이, 종양이 있다고 보여주더라고 이렇게 도들도들한 것. 사진을 봐도 잘 모르잖아요. 이거, 이거, 이거입니다.]

[앵커]

이게 종양이다.

[복거일/작가 : 그러냐고. 실은 그게 문제가 아니고 여기 더 큰 문제가 있습니다, 간에. 종양이 있는 걸 보여주더라고요. 순간적으로 그러면 그런 얘기를 들으면 멍합니다. 당혹하죠. 그랬어요.]

[앵커]

그 다음에 기존의 어떤 인터뷰를 보니까 조직검사랄지 이런 것은 안 받으셨다고 그러더라고요.

[복거일/작가 : 그렇죠. 그거 받고 말고 할 단계가 지났으니까요.]

[앵커]

당시 의사의 말이 지났다, 그게 2년 반 전이고요. 그러면 그 뒤로 암과 관련돼서는 병원도 전혀 안 가시고 검사도 치료도 전혀 안 받으시는 건가요?

[복거일/작가 : 그렇죠. 제 판단에는 이제 작가니까 글을 써야 되는데 선배 작가 중에 글을 쓰다가 암에 걸린 분들 있잖아요. 그럼 그런 분들은 그 다음부터 치료를 시작하면 글을 못 쓰세요.]

[앵커]

항암치료가 힘든 것들이 있으니까요.

[복거일/작가 : 그렇다고 하더라도 보통 직업이라면 슬금슬금 일하면서 치료받을 수 있잖아요. 저는 불행하게도 작가예요. 그것도 장편소설만 쓰는 작가거든요. 제가 작품 쓰자마자…이게 대하소설이라 한두 권짜리가 아니에요. 선택할 수밖에 없었죠. 선배 작가들이 가는 길을 보고 나는 좀 약게 판단해서.]

[앵커]

그러면 내가 써야 할 소설이 있기 때문에 치료에 시간을 낭비하지 말고 남는 시간에 작품을 끝내자?

[복거일/작가 : 시간도 시간이지만 아까 말씀드린 것처럼 힘들어요, 작품을 쓰는 게. 그러니까 마음도 집중해야 되거든요. 그런 상황에서 치료받으려면 둘 중에 하나를 해야하죠. 의사 처방대로 온 관심과 정력을 집중해야죠. 이쪽은 이쪽, 그러니까 둘이 어지간하면 직장에서 0.5 정도 하고 나머지 하면 되는데. 작가는 아니거든요. 쓸 때는 1 이상. 그러니까 100% 이상을 가져다 바쳐야 하거든요.]

[앵커]

2년 반 전에 많이 진행이 됐다라고 진단을 받으셨는데. 전이됐으니까요. 지금은… 사실은 암이 고통스럽다고 들었거든요.

[복거일/작가 : 저는 모르겠어요. 그게 나중에 죽음을 앞두고 통증이 심해지지 많은 분들이 있잖아요. 보면 전혀 몰랐다가 갑자기 보니까 말기 중에서도 말기인 분들 있잖아요. 제가 예를 들어서 3년 전에 그게 발견됐다, 3년은 사는 거 아니겠어요. 그렇죠. 5년 전에 발견됐다면 5년 동안 사는 것이고. 암이라는 것은 의학지식으로는 본질도 성격도 자라나는 과정도 잘 몰라요. 지식이 너무 부족하거든요.]

[앵커]

그래도 생존율도 점점 올라가고 있고요. 정복돼가는 과정인데. 당시에 조직검사도 하고 정밀 진단을 받은 다음에 선택을 하는 게 더 낫지 않았을까요.

[복거일/작가 : 마찬가지예요. 치료법은 하나예요. 암을 억제하는 약물을 투입하고 또는 암을 파괴하는 방사선과 같은 물리적인 힘을 가하거나 어느 쪽을 하든지 간에 기력은 떨어져요.]

[앵커]

간암 같은 경우는 오진 가능성도 좀 높다고 하는데요. 조직검사를 하기 전에는 확실히 알 수 없다?

[복거일/작가 : 그것은 초기에…전이가 확실했을 때는 늦은 얘기죠. 조직검사라는 것이 한 군데 나와서 초기에 판별해서 어떻게 할 것이냐 대처하는 방안을 갖고 놓고 얘기하는 것이지. 복강으로 전이된 상태에서는.]

[앵커]

2년 전에도 제가 한번 인터뷰를 했었는데요. 다른 문제 때문에 한번 스튜디오에 나오셔서 했는데 그때보다는 약간 수척해지신 것 같기는 한데. 크게 암 투병 중이다 그 정도는 아닙니다. 그래서 혹시 마음을 다 비운 다음에 자연치유가 됐다거나 기적 같은 일은 있는 법이니까요.

[복거일/작가 : 참 고마운 말씀이신데 그것에 기댈 수는 없죠. 내가 계속…]

[앵커]

그래서 병원에 한번 가보실 생각은…

[복거일/작가 : 그런 것은 아니죠. 지금 만약에 제가 상태보다 나아진다면 그걸 행운으로 알고 쓸 수 있는 글을 한 권을 더 써야 되겠죠. 그러니까 사람이 시간으로 삶을 계산할 수도 있습니다. 내가 덤으로 몇 년을 더 사느냐. 제가 책을 여기까지 썼는데 앞으로 덤으로 몇 권을 더 쓰느냐 이런 걸 계산하면서 살아왔거든요. 삶은 간단합니다, 작가는. 자기가 써놓은 작품들 권수 가지고 계산합니다. 내가 이런 작품을 썼는데 이만한 가치가 있고 몇 권을 썼다. 앞으로 쓰고 싶은 건 이런 것이다, 쓸 수 있을까 그런 식으로 생각을 하죠.]

[앵커]

최근에 내놓은 작품이 저쪽에 나와 있는데요. 한가로운 걱정들을 직업적으로 하는 사내의 하루. 저 사내는, 들어보니까 작가님 본인이라고.

[복거일/작가 : 그런 말도 있고 소설 속에서 말입니다. 작가가 아무리 삶을 그대로 수용한다고 하더라도 좀 다른 부분이 있습니다. 한다면 그게 수기나 수필이 되지 소설이 되겠습니까? 그러니까 꼭 그대로 저 자신의 삶이 저기에 들어갔다고 생각…독자들은 뭐가 뭔지 모르니까 일단 그렇게 생각을 하겠죠. 제가 볼 때는 꼭 같은 것은 아니고. 제가 그리려 했던 것은 한가로운 걱정들이에요. 자기하고 관계없고 또는 당장 관계없는 것, 그런 걸 직업적으로 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예컨대 작가가 그렇고 멀리 내다보면 미래학자들이라든가. 저널리스트도 마찬가지입니다. 박 선생님도 여러 분야를 알아야 되니까 한가로운 걱정들 많이 하시죠. 그런 사내의 눈에 비친 세상이 어떤가. 그걸 그린 거죠.

[앵커

지식인의 눈에 비친 세상은 어떻습니까?

[복거일/작가 : 세상에 말하자면 중요한 부분. 밑에 있는 피상, 현상의 질서 이런 것은 사실 지식인의 눈에만 비칩니다. 왜 지식인이 소설을 고집하느냐 하면 그런 데 관심을 안 두고 하루하루 살아가는 데 바쁜 보통 사람들이라면 예컨대 회사에서 회사만 살리기 위해 애쓰는 임원들, 직원들 또는 벤처기업가들 이 사람들 눈에는 세상이 잘 안 들어옵니다.]

[앵커]

항상 일이 바쁘니까요.

[복거일/작가 : 그렇죠. 세상의 보다 깊은 질서라든가 앞에 다가오는 사회의 모습 같은 거, 이건 그 분들에게는 한가롭거든요. 한가롭다는 것을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어야 될 것 아닙니까. 그런 사람 같은 경우는 대개 작가들. 특히 과학서 작가들, 기술, 미래를 예측하는 사람들. 그런 사람들의 눈에 비치는 세상을 그리는 것도 의미가 있으니까.]

[앵커]

그런 작가의 소명을 다 하기 위해서 사실은 앞서 한가로운 걱정들을 하는 본인의 걱정은 않고 한가로운 걱정들이라고 얘기해 주셨는데 작가님도 그러신 거고요. 그런 작가적 소명을 다 하기 위해서 어쨌든 물리적으로 시간을 연장하거나 치료행위는 거부하는 거고.

[복거일/작가 : 거부라기보다는 도망친 거죠. 의사한테 가서 이제 이렇다고 하니까 치료하십시오, 얘기를 들으면 그 다음은 의사의 지시를 따라야 될 것 아니겠습니까? 그 전 단계에서 도망친 거죠, 말하자면. 그렇게 했다가는 붙잡힌다. 그렇지 않습니까? 의사는 병과 싸우는 사람인데 저는 환자지만 제 삶이 중요한 것 아니겠어요. 병이라는 것은 제게 닥친 문제들 가운데 하나이지 삶 전체는 아니거든요. 우리가 병에 걸리면 병을 들여다보니까 병만 고칠 생각만 하잖아요. 그런데 저는 우선 병에 걸렸다 하더라도 삶은 살아야 될 것 아니겠어요.]

[앵커]

그래서 그런 얘기도 있습니다. 지금 짧게 답을 부탁드리면 암, 그것도 말기 암 진단을 받고 2년 반 동안 건강히 계시니까 다른 분들도 그렇게 생각할 수 있거든요. 그런데 작가님은 선택을 하신 거잖아요, 사실은. 물리적 시간보다는 내 소명으로써 나의 일, 내 삶을 선택을 하신 건데. 잘못된 또 많은 환자들에게 잘못된 정보를 줄 수도 있어요.

[복거일/작가 : 그렇게 준다고 생각하세요? 박 선생님 의견에.]

[앵커]

사실 제일 궁금증…의학 담당 의사들 얘기를 들으면 어떻게 가능하지, 비결이 뭘까? 이런 것부터 문의한다고 그러더라고요.

[복거일/작가 : 그럴까요? 저는 전혀 그렇게 생각 안 하는데. 지금 제가 들은 이야기를 하면 간단하게 치료가 안 되고. 그럴 때 어떻게 할 것이냐, 그것을 다들 고뇌하고 하지 그걸 갖다가…]

[앵커]

지금 암환자 가족이나 이런 분들은 작가님의 사례를 보고 또 다른 희망을 갖거나 그럴 수도 있는 부분이고. 물론 희망은 가져야 되겠지만 어떤 방법적으로.

[복거일/작가 : 아까 자연치유라는 말씀을 하셨잖아요. 저는 그 말 안 했거든요. 왜냐하면, 자연 치유를 제가 그렇게 없다고 말할 수는 없어요. 네거티브, 부정적 측면은 안 되는 겁니다. 없다고. 하지만 희소하다는 얘기는 할 수가 있겠죠. 그래서 저는 희소한 경우니까 제가 무슨 참고해야 될 것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앵커]

알겠습니다. 내년쯤에 또 건강하게 다시 한 번 인터뷰했으면 좋겠습니다.

[복거일/작가 : 저도 그렇게 되기를 희망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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