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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착카메라] 공감의 손편지 네 쪽…"온기우편함으로 위로받아요"

입력 2020-09-21 2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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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코로나19에 불황, 취업난까지 각박한 현실 속에서 고민을 담은 편지를 보내면, 위로와 공감을 답해주는 우편함이 있습니다. 지금까지 8천 통 넘게 답장을 보냈다고 하는데요. 어떤 고민이 올까요? 또 답장을 쓰는 사람들은 어떤 분들 일까요.

그 사연을 밀착카메라 홍지용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기자]

서울 삼청동 돌담길입니다.

노란색 지붕의 우편함이 서 있습니다.

'온기우편함'입니다.

위로와 공감으로 온기를 전한다는 뜻입니다.

'손끝으로 전하는 마음'이라고 써 있습니다.

편지지든, A4용지든 상관없습니다.

쪽지도 괜찮습니다.

자신의 고민과 답장받을 주소를 남기면 됩니다.

얼마나 많은 사연이 들어왔는지 볼까요?

우편함 안을 빼곡히 채운 사연들을 수거합니다.

3년 전 처음 우편함을 만든 조현식 씨는, 누구나 말 못할 고민 하나쯤은 갖고 있을 거라 생각했다고 말합니다.

[조현식/온기우편함 대표 : 내 이야기를 털어놓을 수 있는 우편함을 만들면 어떨까 생각을 하다가…]

서로 실명을 밝히지 않는다는 원칙도 세웠습니다.

고민을 보낸 이는 온기, 답하는 이는 온기우체부입니다.

[조현식/온기우편함 대표 : 익명을 통해서 누군가에게 편지를 씀으로써 더 깊은 이야기를 꺼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습니다.]

삼청동과 덕수궁에 처음 놓인 온기우편함은 지금은 신림동 고시촌, 노량진 학원가를 비롯해 서울 시내 7곳에 있습니다.

온기우편함에서 수거한 편지가 모이는 곳입니다.

자원봉사자분들이 사연을 살펴보고 답장도 합니다.

확인해보시죠.

코로나19 감염 위기 때문에 오랜만에 모였습니다.

[조현식/온기우편함 대표 :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 풀리고 나서 오랜만에 뵈었는데, 그동안 어떻게 지내셨는지…]

[김의연/온기우체부 : 편지를 쓴다는 이런 활동을 한다니까, 그게 또 어제부터 되게 감사하더라고요.]

답장에 담고 싶은 생각도 나눕니다.

[이현화/온기우체부 : 파란 하늘과, 공기와, 가을이 온 것을…그런 마음을 같이 전하고 싶습니다.]

편지를 하나씩 열어 봅니다.

'힘들고, 지치고, 버겁다' '바리스타 일을 그만둬서 막막하고 우울하다' '미국 유학을 꿈꾸고 있다' 톡톡 튀는 글귀도 있습니다.

[너무 귀여워. 너무 귀여워. 6살 아이가 쓴 거야.]

[우리는 왜 태어나나요? 그리고 엄마는 왜 화를 내요?]

공감할 수 있는 사연을 고르고

[노기화/온기우체부 : 모두 다 죽어 버렸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 적이 굉장히 많다고. 제가 상담한 사례들과 비슷한 게 많아서. 이분이 힘을 얻을 수 있도록…]

[정지민/온기우체부 : 새내기라는 단어에 꽂혀서 답장하게 됐어요. 제가 대학교 2학년이 됐는데. 코로나가 터지다 보니까 후배들을 본 적이 없어서, 그래서 상상 속의 존재?]

기자도 하나 맡았습니다.

[홍지용/일일 온기우체부 : 코로나 때문에 남자친구가 외국인인데 만나지 못해서 우울하다… 저는 이분께 답장을 한 번, 사연에 대해서 말씀드려 보겠습니다.]

편지를 보고 또 보고, 손이 쉴 새 없이 움직입니다.

연필과 볼펜 소리가 방안을 가득 채웁니다.

[노기화/온기우체부 : 가정폭력으로 인해서 굉장히 힘들어하는 한 40대 중반 여성인데. 지금은 유서를 여러 번 썼다고 해요. 내 드러내고 싶지 않은 기록인데, 이 기록을 익명의 힘이기 때문에 드러낼 수 있다고 생각해요.]

시작이라는 열쇠를 드린다는 격려로 시작해, 심리상담도 같이 안내합니다.

대학교 신입생의 고민을 들어준 봉사자는 자신이 처음 고민 편지를 보냈던 순간을 기억합니다.

[정지민/온기우체부 : 수능 전날이었어요. 고3이면 워낙 힘든 시기인데…고민을 말하기도 어려운 상황이었고.]

이때 받은 답장이 계기가 되어, 지금은 자원봉사자가 됐습니다.

[정지민/온기우체부 : 사실 저는 한 다섯 줄도 안 되는 글을 써서 드렸는데, 네 쪽이나 되는 편지지로 왔거든요. 사람은 자기가 마음먹은 만큼 행복하다, 그런 말이 되게 와닿아서.]

세상을 보는 시선이 달라진 봉사자도 있습니다.

[고명희/온기우체부 : 지나가는 사람들이 되게 다르게 보이거든요. 예전에 그냥 스쳐 지나가는 사람들이었는데. 사연을 읽다 보면 다들 그 무게와 각자 고민을 안고 살아가잖아요.]

모두가 공감과 격려의 글을 씁니다.

기자도 고민을 보낸 '온기'에게 코로나가 빨리 끝나 연인을 다시 만날 수 있길 기원하며 답장을 마칩니다.

[조현식/온기우편함 대표 : 내 마음을 털어놓음으로써 작은 위로가 될 수 있다면. 그리고 저희가 따뜻한 위로를 전할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 충분할 것 같습니다.]

온기우편함에서 그동안 보낸 답장은 8068통입니다.

일상에 지친 사람들에게, 이 손편지가 따뜻한 위로가 되길 바랍니다.

(VJ : 서진형 / 영상그래픽 : 김정은 / 인턴기자 : 주하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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