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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브리핑] '신성일… 판타지여도 되는 사람'

입력 2018-11-05 21:32 수정 2018-11-05 2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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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룸의 앵커브리핑을 시작하겠습니다.

1960년대 초반, 충무로…

그러니까, 여기서 충무로라 함은 퇴계로와 을지로 사이의 그 물리적 존재로서의 길 이름임과 동시에, 한국 영화의 메카로서의 그 충무로…

제가 어린 시절 가끔씩 지나다녔던 그 길은 말 그대로 영화의 본산지였고, 길거리 사진관의 쇼윈도에도 온통 한국영화의 스틸사진으로 넘쳐났던 낭만의 시대였다고나 할까…

결혼하기 전의 신성일, 엄앵란 두 배우의 촬영 모습을 처음으로 보았던 것도 바로 그 충무로의 어느 비 오는 날 밤거리였으니까요.

신성일.

그는 60년대 청춘의 심벌이었고, 그보다 더 놀라운 것은 여든 언저리의 나이가 되어서도 여전히 그 청춘이란 단어를 빼고 말하기가 어려웠다는 것입니다.

60년대 말 그는 짙은 빨간색의 머스탱 스포츠카를 몰았는데, 이름 그대로 그 야생마와 같았던 빨간 자동차는 그 주인과 함께 더욱 청춘의 상징인양 각인되기도 했습니다.

저는 까까머리 중학생 때 우연히 그와 그의 자동차를 보고는 그 모든 것이 현실 같지 않았던 느낌을 가졌던 기억을 지금도 간직하고 있지요.

그렇습니다.

그는 참으로 우리에겐 현실 같지 않은 존재였습니다.

아마도 그 엄혹하고도 가난했던 시대를 관통하면서 누군가 하나쯤은 그 모든 것으로부터 해제되어 다른 모든 이들에게 판타지를 심어줘야 하는 존재로서 허락받을 수 있었다면, 그것은 두말할 것도 없이 그여야 한다는 생각마저 들게 하는 그런 사람이었습니다.

그리고 아주 먼 훗날…

제가 백분토론을 진행하던 당시에, 그가 국회의원 신분으로 참관을 왔을 때, 저는 그 옛날 비 오는 날의 충무로 밤거리의 기억과 저를 환상에 빠뜨렸던 빨간색 머스탱 차에 대해서 얘기했지요.

그는 '아, 그래요…' 하면서 긴말을 이어가진 않았지만, 그저 제 생각으로는, 판타지에서 나와 정치라는 지극한 현실에 몸담았던 그가 그 순간, 그 어떤 회한에 잠시나마 빠졌던 것은 아닌가…

그렇게 제 맘대로 생각했더랬습니다.

저는 앞으로도 그를 얘기할 때 그 충무로의 비 오는 밤거리와 빨간색 스포츠카를 떠올리겠지만…

그러면 그럴수록…

그로 상징되던 청춘과 낭만의 시대는 또한 가버렸다는 것을…

오늘의 앵커브리핑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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