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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대 내 사건·사고 일파만파…임기응변식 조치 여전

입력 2014-08-04 09:12 수정 2014-08-05 1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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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선임병들의 집단 폭행으로 사망에까지 이른 육군 28사단 윤 일병 사건에 대한 국민들의 분노가 계속되면서 정치권도 군 당국을 강하게 질타하고 나섰습니다. 군 가혹행위 문제. 김경진 변호사, 이주찬 기자와 함께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이주찬 기자, 이번 사건을 살인사건이라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죠?

[기자]

어제(3일)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 등 최고위원회의 긴급 간담회에 한민구 국방장관이 출석했는데요, 김무성 대표는 이번 사건이 마치 일제 강점기 때 고문을 연상시킨다면서 책상을 내리치며 강하게 질타했는데요.

다시 한 번 발언 내용 들어보겠습니다.

[김무성/새누리당 대표(어제) : 이런 천인공노할 이런 일을 당했는데…. 지금까지 파악한 바에 따르면 분명히 살인사건입니다. 어떻게 이런 일이 벌어질 수 있어요. 장관은 자식도 없어요. 그걸 또 왜 비공개로 (은폐)하려고 그래. 4월 7일에 발생한 살인 사건인데, 왜 이걸 쉬쉬하고 덮으려고 그래요. (저희가 보고가 되겠습니다만은…) 이런 엄청난 사건이 벌어졌는데, 문책 범위가 이것밖에 안 됩니까? 내 치가 떨려서 말이 제대로 안 나와요.]

그러면서 윤 일병 사망 직후 폭행이 대물림 됐다는 것과 여러 가지 폭행, 가혹행위가 추가로 파악됐는데요.

군이 이 사실을 은폐하려했다는 정황에 대해서도 추궁하자 한민구 국방장관은 윤 일병을 부모님께 건강히 돌려보내지 못한 데 대해 책임의 무거움을 느끼고 있다고 답했습니다.

국회 국방위원회는 오늘 긴급 현안질의를 열어 군내 가혹행위 대책을 보고 받고, 내일은 윤 일병 사건의 가해자들에 대한 군사법원 1심 결심 공판이 열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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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군 지휘부, 유가족에 사과도 인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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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앞서도 이와 관련된 이야기를 나눴는데, 정말 화가 나고 듣기 조차 민망한 일이 벌어진 건데, 사건이 일어나자 군 당국이 폭행 가혹행위를 조사했더니 수 천명이나 적발됐다고 하는데 얼마나 되던가요?

[기자]

"21세기 문명사회에서 일어나선 안 될 수치스럽고 안타까운 일이다." 어제 한민구 국방장관이 한 말인데요.

말씀하신 대로 군 당국이 윤 일병 사건이 벌어진 뒤 육군 전 부대를 대상으로 전수조사를 벌인 결과 구타와 폭언, 강제 암기 등 가혹행위에 가담한 병사들이 3900여 명에 이르는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가혹행위 등의 정도에 따라 휴가를 제한 받거나 영창에 가는 징계를 내린 것으로 전해졌는데요.

조사가 이뤄진 것은 지난 4월인데, 22사단 총기난사 사건을 벌인 임 모 병장 사건은 그 뒤 두 달여가 지나서 벌어진 것인데, 이처럼 전수조사를 하고서도 별다른 개선이 이뤄지지 못했다는 것을 반증하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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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구멍 뚫린' 조사, 믿을 수 있나?
- 사고 발생 후 '임기응변식' 조치가 문제
- "상시적인 감시 방안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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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군대 내 황당한 사건은 이번 뿐 아니라 최근에도 줄지어 일어났다고요?

[기자]

최근 '총기난사' 사건이 발생한 육군 22사단 소속 김 모 상병은 뇌종양에 걸렸는데도 조기에 발견하지 못해 중태에 빠진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김 상병은 입대 초기부터 어지럼증과 메스꺼움을 호소했지만 별다른 조치를 못받다가 수개월 뒤인 2월 초 군 병원에 갔지만 뇌 촬영은 안 하고 엉뚱한 처방만 받았다가 결국 치매 증상까지 보이게 되면서 알게 됐습니다.

또 지난 10일에는 전역하던 당일 한 병사가 자택 아파트 18층에서 뛰어내려 숨지는 일이 있었는데, 당시 숨진 이 모 상병은 군사법원에서 상관 폭행죄 등으로 집행유예를 선고 받고 귀가한 직후였습니다.

이 상병은 2년 전 충북의 한 부대 탄약창 경비중대에 배치가 됐는데, 자대배치 초기 근무수칙과 70여 명의 부대원 인적사항을 암기하는 것이 서투르자 이른바 본보기 타깃으로 선임들이 이 사병을 구타 하기 시작했고, 관심사병으로 분류돼 진급을 해도 대우를 하지 않는 등 지속적인 괴롭힘으로 이어졌습니다.

심지어 선임병들은 이 상병을 '인간 샌드백'이라고까지 부르며 폭행을 이어갔는데요, 참다못한 이 상병은 자살시도 등 이상행동을 보였습니다.

그런데 군에선 병원으로 보내지 않고 오히려 영창을 보냈습니다.

부대 복귀가 두려웠던 이 상병은 헌병에게 저항해 독방에 갇혔고요, 분노를 참지 못해 중대장의 머리와 코를 들이받으면서 결국 상관폭행죄로 군사재판에 넘겨졌다가 집행유예 선고를 받고 자살로 이어진 겁니다.

그런데 군 당국은 전역한 뒤에 일이라며 발뺌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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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군부대 가혹행위 더 늘어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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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지휘관들의 군기 문란 사건도 있었습니다. 육군 모 소령 등 영관장교 2명이 승진 체력 검정 결과를 조작했다 들통나자 상관을 협박한 혐의로 구속된 사실도 뒤늦게 알려졌는데요?

[기자]

육군은 영관장교 2명을 '상관 협박' 혐의로 지난달 말 구속해 수사 중이라고 밝혔습니다.

모 소령이 체력검정 시험을 통과하지 못하자 A모 중령과 짜고 상관이 대령을 협박한 사실이 뒤늦게 들어나 구속된 사건입니다.

병사들뿐 아니라 장교들의 군기 문란도 심각한 것으로 드러난 것인데요.

앞서 벌어진 폭행 등 여러가지 문제점들의 가장 큰 원인은 지휘관들의 안이한 인식 때문이다라는 지적이 가장 큽니다.

보통 2년 주기로 부대 지휘를 맡는 지휘관들이 자신이 부대 있는 동안 큰 사고가 벌어지지 않는 것을 최우선으로 하다보니까 근본적인 대책이 없는 것입니다.

예를 들면 구타사고 등에 대해선 조사를 하긴 하는데 보통 무기명 소원 수리 등으로 적발하거든요. 하지만 잘 드러나지 않습니다.

그럼에도 폭행 사실이 드러나면 그때 그때 가해자를 영창이나 군기교육대, 휴가 제한 등으로 일종의 본보기 징계는 하는데, 그나마도 보복이 두려워 소원 수리를 잘 하지 않습니다.

폭행의 대물림이 이뤄지는 것은 일종의 '인지부조화' 현상 즉 잘못 된 일인 줄 알면서도 나도 당했으니, 너도 그 시기에는 똑같이 경험해야 한다는 보상심리, 또 그렇게 해야만 부대가 잘 돌아간다는 잘못된 판단에서 비롯된다는 분석이 많습니다.

윤 일병 사건을 계기로 국방부 홈페이지 게시판에는 분노의 글이 올리오고 있는데요, 특히 아들을 둔 부모님들의 비난글이 폭발하고 있습니다.

40살 여성이라고 자신을 소개한 전 모 씨는 '군대 안 가고 싶어 하는 6살 아들'이라는 제목의 글에서 "저희 오빠도 남편도 도련님도 우리 아빠도 다 군대에 다녀오신 분들인데, 요즘은 무사히 살아오셔서 고맙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는다"며 "6살 아들이 뉴스를 보면서 군대 안 갈 거야라고 하는데, 안 보낼 수 있다면 무슨 수라도 쓰고 싶은 심정"이라고 말했습니다.

또 '원정출산만이 답이다'라는 제목의 글에는 "사건·사고가 나면 같은 말만 되풀이하는 국방부를 믿을 수 없다. 꼼수라도 부려서 원정출산을 하고 싶다"면서 "책임을 회피하는 윗사람들에게 주는 세금도 아깝다. 제발 윗사람들도 구속하라"고 질타하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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