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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고서 심의만 나흘째…'월성 1호기' 감사에 무슨 일?

입력 2020-10-13 18:18

5시 정치부회의 #국회 발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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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시 정치부회의 #국회 발제


[앵커]

감사원이 월성 1호기에 대한 감사 결과를 놓고 나흘째 심의를 진행 중입니다. 보통 하루면 끝나는데 심의가 유례없이 길어지면서 여러 가지 정치적 해석이 나오고 있는데요. 관련 내용을 조익신 반장이 정리해봤습니다.

[기자]

< 또 결론 못 낸 감사원, 월성 1호기 감사 결과 '나흘째 심의' >

'월성 1호기'의 조기 폐쇄가 타당했느냐, 감사원의 감사보고서 심의가 벌써 나흘째 이어지고 있습니다. 감사원은 감사 규모가 크고 내용도 방대해 심의가 길어지고 있다는 설명이지만, 여러모로 이례적인 상황이긴 합니다.

지난해 9월, 국회가 감사를 청구한 지 벌써 1년이 넘었습니다. 원칙대로라면 지난 2월엔 결론이 났어야 할 사안입니다. 그런데 시한을 넘기고도 감사원은 지난 4월 보완감사 결정을 내렸었죠. 그리고 6개월 뒤 또다시 최종 결론을 내리지 못해 나흘째 머리를 싸매고 있는 겁니다.

이번 감사 결과, 어떤 결론이 나오든 '판도라의 상자'가 열릴 가능성이 커 보입니다. 본래 감사의 목적,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월성 1호기'에 국한된 문제였습니다. 그런데 정치권과 상호작용을 일으키며 상징성이 커져 버렸습니다. 그 중심엔 최재형 감사원장이 있습니다.

[박범계/더불어민주당 의원 (7월 29일) : 원장께서 대선에서 41%의 지지밖에 받지 못한 정부의 국정과제가 국민의 동의를 얻었다고 할 수 있겠느냐, 한수원 사장이 할 일을 대통령이 대신 한 것이다, 대통령이 시킨다고 다하냐, 이런 발언 하신 적 있습니까?]

[최재형/감사원장 (7월 29일) : 그때 제가 문 대통령께서 41% 정도의 지지를 받으신 걸로 알고 있는데 과연 국민의 대다수라고 말씀할 수 있겠느냐. 이게 전체적인 관련된 내용의 전부입니다.]

이번 감사 결과에 따라 '감사원의 독립성', 그리고 '탈원전 정책' 둘 중 하나는 내상이 불가피해 보입니다. 그래서일까요? 보통 하루면 끝나는 심의가 나흘째 이어지자 정치적 해석이 분분합니다. 최재형 감사원장과 여권 성향의 감사위원들이 서로 대립해 결론이 나지 않는다고 말입니다.

감사원은 오는 15일, 국정감사도 앞두고 있는데요. 감사 결과와는 별개로 여야는 전열을 가다듬고 있습니다. 원자력안전위원회와 한국수력원자력 국감에서 벌써 한 차례 맞붙었는데요. '주구'라는 단어까지 등장했습니다.

[허은아/국민의힘 의원 (어제) : 재무 상태의 악화의 원인은 탈원전으로밖에 볼 수 없는 지금 통계 지표들이 엄연히 있는데 어떻게 경영 실패가 아니라고 그냥 실패가 아니라 경영 포기를 해버리시는지. 한수원 사장이 경영까지 포기하면서 정권의 주구가 됐지만 원안위 자료를 보면 결국 정책도 실패했습니다.]

[변재일/더불어민주당 의원 (어제) : 주구라는 말은 상당히 진짜 모욕적인 단어입니다. 그게. 주구라는 말은 안 썼어야 되는 단어라고 생각합니다.]

[허은아/국민의힘 의원 (어제) : 국민들이 말씀하셨던 워딩을 딴 것이 가장 많습니다. 그 부분 다시 한번 말씀드리고요. 국민의 정서가 그렇다는 것을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조승래/더불어민주당 의원 (어제) : 국민들의 목소리를 전달을 하고, 훨씬 더 심한 얘기도 오갈 겁니다. 국민들 사이에서는. 그렇지 않습니까? 당연히 그렇죠. 당연히 그런데 피감기관이 갖고 있는 명예나 이런 것도 있기 때문에 최대한 그것을 가려서 하는 것이 맞겠다.]

'주구(走狗)' 남의 사주를 받고 끄나풀 노릇을 하는 사람'을 뜻하는데요. 듣는 사람 입장에선 기분이 썩 좋지는 않을 듯싶습니다. 아무리 피감기관이라도 말입니다.

지난 2016년이었죠. 문재인 대통령은 원자력발전소 사고를 소재로 한 영화를 보고 이런 감상을 남긴 적이 있습니다.

[문재인/당시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 (2016년 12월) : 그런(원전) 사고가 날 확률이 몇 백만 분의 일 밖에 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만에 하나 사고가 나면 이것은 너무나 치명적이고 너무나 광범위한 피해를 주기 때문에 이것은 그 가능성을 아예 없애는 게 맞는 것이죠.]

이때 본 영화의 제목, 바로 '판도라'였습니다. 감사원이 나흘째 손에 쥐고 있는 '판도라의 상자', 어떤 내용이 담겨있을지 자못 궁금합니다.

< 김종인의 격노 "이런 식이면 비대위 필요 없다" >

'Good start, Bad finish' 시작은 좋지만, 끝이 나쁘다. 자타공인 정치 9단으로 통하죠. 박지원 국정원장이 국민의힘 김종인 비대위원장을 평가하며 한 말입니다. 사실 김종인 위원장은 보수와 진보를 넘나들며 어디선가 누군가에 무슨 일이 생기면 달려가는 '짱가' 같은 존재였습니다.

[김종인/당시 전 청와대 경제수석 (2012년 9월) : 12월 19일 대선을 반드시 승리하는 방향으로다가 일을 좀 할 각오를 가지고 있습니다.]

[김종인/당시 전 새누리당 행복추진위원장 (2016년 1월) : 문재인 대표의 진정성을 믿고 오랜 고민 끝에 더불어민주당 조기 선거대책위원장을 맡기로 하였습니다. 더불어민주당이 총선에서 국민의 믿음을 다시 얻는 데 전력을 다할까 합니다.]

보수와 진보, 양 진영에서 대선과 총선 승리라는 성과를 냈지만, 끝이 좋지 않았습니다.

[김종인/당시 전 새누리당 국민행복추진위원장 (JTBC '뉴스룸' / 2014년 10월) : 그러니까 결국은 박근혜 대통령이 대통령이 되시고 난 다음에는 경제민주화에 대한 그런 느낌이 굉장히 취약해졌지 않았나, 이렇게 생각을 합니다.]

[김종인/당시 전 더불어민주당 비대위 대표 (2016년 12월) : 문재인 대표가 지난번에 무슨 싱크탱크인가 만들어가지고서 무슨 국민 성장이라는 단어를 쓰지 않았어요? 그러니까 제가 생각하는 저 사람도 박근혜 대통령 비슷하게 창조 경제란 것을 가지고서 경제민주화를 슬쩍 빼버리는 그런 스타일로 넘어가려고 하는 건가, 그런 얘기를 해요.]

본인의 지론인 경제민주화 정책이 관철되지 않자 미련 없이 당을 떠나버린 겁니다. 박지원 국정원장은 김 위원장을 향해 이런 말도 남겼습니다. "이분 특징이 내부에서 불만이 터지면 '나 안 해' 하고 나가버린다"고 말입니다.

국민의힘 혁신 작업에 속도를 내고 있던 김종인 비대위원장, 요즘 심기가 꽤 불편하다고 합니다. 이번에도 '경제민주화 정책'이 작용했습니다. 김 위원장이 찬성 입장을 밝힌 '공정경제 3법'이 당내 반발에 부딪힌 겁니다.

[김종인/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지난달 22일) : (박근혜 전 대통령 후보 시절) 경제민주화에 관련해 가지고서 공약을 내가 만든 사람인데, 그때 만든 공약은 지금 법안보다도 더 강하게 만든 적이 있어요.]

[김기현/국민의힘 의원 (BBS '박경수의 아침저널' / 지난 7일) : 공정경제 3법이라기보다는 기업규제 3법이라는 용어가 옳고요.]

여기에 당내 중진들이 도화선에 불씨를 당겼습니다. 앞서 국민의힘은 원 구성을 하며 18개의 상임위원장 자리를 모두 포기했었죠. 이 자리가 아쉬웠나 봅니다. 국정감사가 끝나면 '11대 7'로 재분배하자, 요구를 한 겁니다. 결국 김 위원장이 폭발했습니다. 그동안 혁신을 위해 노력해 온 비대위의 행보와 맞지 않다며 "이런 식이면 비대위가 필요 없다"고 강경한 발언을 쏟아낸 겁니다.

앞서 김 위원장은 지난 6월, 비대위를 맡으며 자신이 당을 떠난 이후를 걱정했는데요.

[김종인/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JTBC '뉴스룸' / 6월 4일) : 4월 이후에 다시 돌아갈 수도 있어요, 옛날로. 다시 돌아가면 결국 가서 그건 불행을 초래할 수밖에 없다고 나는 생각을 합니다.]

내년 4월은커녕 벌써부터 당내 반발에 흔들리고 있는 겁니다. 김 위원장은 미리 선거대책위원회를 꾸려 내년 재보궐 선거를 '야당의 판'으로 만들려는 계획도 세웠지만, 이 역시 불가피하게 수정했습니다. 당초 선대위원장에 유일호 전 경제부총리를 내정했었는데요. 이를 철회하고 3선의 김상훈 의원으로 교체했습니다. 조직 이름도 '경선준비위원회'로 한 단계 낮췄습니다. 선대위 구성을 놓고 당내 계파 갈등이 불거지자 판을 거둬버린 겁니다. 언론에서 여러 가지 확대 해석이 나오자, 김 위원장이 일단 선을 긋고 나섰습니다. 당내 잡음도 없다고 강조했습니다.

[김종인/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 (그러면 비대위 이렇게 하면 필요 없다) 4·15 총선 이후에 가졌던 긴장감을 계속해서 유지해야지, 우리가 이제 안이한 사고로 가면 안 된다 이렇게 얘기를 한 거예요.]

'Good start, Bad finish' 시작은 좋았지만, 늘 마무리가 좋지 못했던 김종인 위원장. 이번엔 이 징크스를 깰 수 있을까요?

오늘 국회 발제 이렇게 정리합니다. < 또 결론 못 낸 감사원, 월성 1호기 감사 결과 '나흘째 심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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