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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고할 거지? 해봐"…중사 남편 진술서에 드러난 '진상들'

입력 2021-06-07 18:10 수정 2021-06-07 1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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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다음은 구 국회반장. 지금은 정치 멘토로 변신을 했죠. 조익신 멘토가 새롭게 리뉴얼한 코너 '톡 쏘는 정치'입니다. 조 멘토 시작하죠.

[기자]

'9479' 제 휴대폰 번호 뒷자리인데요. 사람들에게 이렇게 설명하곤 합니다. 콩글리쉬로 "Good for 친구". 친구들에게 도움이되는 사람이다, 라고 말입니다. 자고로 입에 쓴 게, 몸에도 좋은 법이죠? 조익신의 '톡 쏘는 정치' 정치권 안팎의 잘못된 행태를 톡 쏴주는 선하디 선한 멘토의 역할, 우리 '멘토스' 여러분과 함께 열심히 해보겠습니다.

■ 공군 경찰·검찰·국선변호사, '3박자' 당나라 군대?

공군 부사관의 안타까운 죽음. 슬픔을 넘어, 분노로 바뀌고 있습니다. 공군 경찰과 검찰, 그리고 변호사. 누구 하나 제대로 한 게 없는 '당나라 군대'였습니다. 이번 성추행 사건의 결정적인 증거가 된 블랙박스 영상.

[김정환/피해 중사 유족 측 변호사 (YTN '황보선의 출발 새아침') : 수사 중인 상황이어서 저희가 정확히 확인하기 어렵지만 어쨌든 블랙박스가 다행히 존재하기 때문에 무조건 범행을 밝히는 데는 큰 무리가 없는 상황이긴 하지만, 목격자 진술이 석연치 않은 것은 사실입니다.]

[피해자 아버지 (JTBC '뉴스룸' /지난 2일) :  이름을 부르면서 '괜찮니? 왜 이렇게 술에 취했어?' 이렇게 교묘하게 언변을 하면서 앞에 사람 들리게 하면서 그 사이에 그 말을 하면은 더욱더 강하게 성폭력, 강제 성추행을…]

블랙박스가 없었다면, 그날의 진실. 그대로 묻힐 수도 있었습니다. 이 중요한 단서, 피해자가 직접 구해 군사경찰에 제출한 겁니다. 군사경찰만 믿고 있었다면 어떻게 됐을까요? '초동수사'요? '미동수사'였습니다.

사건을 넘겨받은 군 검찰은 어땠을까요? 군사경찰의 '기소의견'을 그대로 뭉개고 있었습니다. 구속 영장은 당연하다는 듯 신청하지 않았습니다. 군 복무 중이라 도주의 우려가 없다는 '기적의 논리'로 말입니다.

[김정환/피해 중사 유족 측 변호사 (JTBC '아침&'/지난 3일) : 지금 군의 논리대로라면 군 사건과 관련해서는 아무도 구속하지 못한다는 얘기가 되지 않겠습니까?]

피의자 조사는 제대로 이뤄졌을까요? 첫 조사, 지난달 31일이었습니다. A 중사가 사망한 뒤에야 부랴부랴 조사에 나선 겁니다. 사건 송치된 지 55일만이었습니다. 원래 예정일은 6월 4일이었다고 하는데요. 사건이 커지자, 그나마 시기를 앞당긴 겁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이 군 검찰. '뒷북'도 제대로 울리지 못했습니다. 지난달 27일, 뒤늦게 가해자의 휴대전화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 받았는데요. 집행은 하지 않은 채, 서랍 속에 고이 넣어뒀다고 합니다. 이왕 늦은 거 나중에 받아도 된다고 생각한 걸까요? 피의자의 휴대폰, 첫 조사를 하며 겸사겸사 넘겨 받았습니다. 군 복무 중이라 '증거 인멸'의 우려도 없다고 생각했나 봅니다.

피해자의 변호를 맡았던 공군 법무관, 국선변호사도 무책임하긴 '개찐도찐'이었습니다. A 중사가 극단적인 선택을 하기 전까지, 단 한번의 면담도 하지 않았습니다. 통화와 문자 몇통이 전부였는데요. 그나마 첫 통화도 변호사로 선임된 지 50일 만이었습니다.

[피해자 아버지 (JTBC '뉴스룸' /지난 2일) : (국선변호인에게) 어떤 조치를 했습니까? 네? 제가 왜 그런 일을 하느냐고 반문하는 거예요.]

공군 측은 개인사정 때문이었다고 해명했는데요. 해외로 신혼여행을 다녀와 보름간 자가격리를 해야 했다는 겁니다. 그런 사정이 있었다면, 애초에 변론을 맡지 말았어야 하지 않았을까요? 실제로 지난달 15일, 사건을 다른 국선변호사에게 넘겼습니다. 유족 측은 오늘, 처음 사건을 맡았던 국선변호사를 직무유기로 고소했습니다.

공군의 '미동수사', '뒷북기소', '뒷짐변호' 그리고 이유와 해명들, 납득이 좀 가시나요? 저는 영화 속 이 '톡 쏘는' 한마디가 문득 떠올랐습니다.

"비겁한, 변명입니다."

■ "신고할 거지? 신고해봐!"…남편 진술서에 드러난 '진상들'

피해자 A 중사가 당해야 했던 고통. 남편이 쓴 진술서에 그 흔적이 고스란히 담겼습니다.

"신고할 거지? 신고해 봐!" 성추행 사건이 있던 그날 밤, 피의자 장모 중사는 A 중사의 숙소까지 쫓아가며 이런 협박을 했다고 합니다. 협박이 통하지 않자, 회유에도 나섰습니다. 숙소 앞으로 불러내 무릎을 꿇고 "없던 일로 해달라" 요구를 했다고 하는데요. 피해자와 가해자의 분리. 기본 중의 기본이죠. 기본이 무너진 사이, 또다른 가해가 이뤄진 겁니다.

2차 가해를 막았어야할 부대 상관들, 정작 본인들의 잘못을 감추기에만 급급했습니다. 당시엔 코로나19 사태로 일선 부대에 '회식 금지 조치'가 내려진 시기였죠?

[김정환/피해 중사 유족 측 변호사 (YTN '황보선의 출발 새아침') : 군 내부의 단합을 위한 회식자리거나 공식적인 회식 자리가 아니고, 지금 이 사건의 은폐에 깊이 관여된 간부의 지인이 개업식을 한다고 해서 회식이 이루어졌던 것이고, 그 자리에서도 근무를 바꿔가면서까지 동원된, 그런 일이 발생한 상황이라…]

"문제가 불거지면 회식 참가자들이 피해를 입는다", 협박 같은 회유를 했다고 하는데요. 결국 A 중사는 "분하고 악에 받쳐 바락바락 울면서 '그러면 보고는 안 할테니 장 중사와 완벽히 분리해달라'" 요구를 했다고 합니다. 상관들은 남편에게까지 "말 좀 잘해달라"며 합의를 종용했습니다.

회유에 나선 상관들 가운데 한명. 유가족이 또 다른 성추행의 당사자로 지목한 인물이기도 합니다.

[김정환/피해 중사 유족 측 변호사 (YTN '황보선의 출발 새아침') : 지금 이 사건 회유에 가담한 인원들부터 시작해서 한 1년여에 걸쳐서 여러 번 강제추행이 있었고, 피해자가 그것에 대해서 문제제기를 하지 못하는 걸 보고 그걸 답습해서 추행이 반복적으로 이루어진 사건이라고 생각되기 때문에 그런 점에서 심각성이 있습니다.]

장 중사와 완벽한 분리. A 중사는 다른 부대로 전출을 희망했는데요. 새 부대에서도 고통은 계속됐습니다. 문제를 일으킨 여군이란 낙인이 찍혀있었던 겁니다. 남편은 '관심 간부' 취급을 받았다고 밝혔는데요. "어디 그 여군 한번 보자", 부대의 모든 관심을 받는 것처럼 A 중사가 느꼈다고 전했습니다.

[피해자 아버지 (JTBC '뉴스룸' /지난 5일) : 우리 딸아이는 바로 새로 간 부대에서도 따뜻한 말 한마디 듣지를 못했습니다. 그 부대 최고 지휘관과 말단 반장까지 보이지 않는 따돌림의 화살을 쏘아댔습니다.]

남편의 진술서에 드러난 피해자의 고통과 가해자들의 행태. 한마디로 드러난 '진상들'이었습니다. 오늘의 톡 쏘는 한마디. A 중사 어머님의 말씀으로 대신합니다.

[피해자 어머니 (JTBC '뉴스룸' / 지난 5일) : 우리 아이가 이렇게 잠깐 동안 그냥 이슈화돼서 끝나는 게 아니라 군이 바뀌지 않으면 우리 아이 같은 이런 일들은 계속 일어날 것이라는 것을 분명히 저는 알고 있습니다. 이 일로 통해서 다시는 그런 불행한 일이 겪지 않도록 하는 것도 저의 엄마의, 아빠의 마음이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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