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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꾸라지'로 태어난 故 신해철, '용'으로 떠났다

입력 2014-10-28 09:21 수정 2014-10-28 0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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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꾸라지'로 태어난 故 신해철, '용'으로 떠났다


'마왕' 신해철이 우리 곁을 떠났다.

갑작스러운 심정지로 긴급수술을 받은 후 의식 불명 상태에 있던 가수 신해철(46)이 끝내 숨을 거뒀다. 언제나 당당하고 확고한 모습을 보여줬던 그가 세상을 떠났다는 소식에 연예계와 네티즌들은 자시의 SNS에 과거 그의 모습을 추억하며 안타까운 마음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과거 그는 지금은 없어진 자신의 홈페이지 '신해철닷컴'에서 자신을 미꾸라지라고 했다. 그는 '난 미꾸라지로 태어났고, 내 자식들도 미꾸라지로 키울래요. 그래서 내 아이들에게 너희들이 얼마나 반짝이고 아름다운 미꾸라지인지 설명해 주고 노래도 만들어줄려구요. 아이들이 커서 용에 대해 물어보면 이렇게 얘기 할려구요'라고 말했다. 이어 '지금 세상에선 용들이 우릴 깔보지 않으니, 너도 원래 그들도 우리와 같은 미꾸라지였는데 부모가 도적질해서 용됐다는 말은 하지 말렴. 그들을 미워하지도 말고, 무서워하지도 말아라'며 '우리는 작은 미꾸라지지만, 엄청나게 숫자가 많고, 이유가 있다면 맞서는 것을 무서워하지 않는다. 그들은 구름 속을 거닐 수 잇지만, 우리처럼 개울바닥에 편히 쉬며 땅의 숨결을 듣지는 못하지. 우리 미꾸라지들이 덩치가 작아 큰 물살에 휩쓸릴까 두려워하는 것처럼, 그들은 큰 덩치를 유지하기 위해 우리가 이해하지 못하는 고통를 겪으며 늘 추락하는것을 두려워한다'고 청년들을 위로했다.

모든 방황하는 '미꾸라지들'에게 위로의 말을 전하던 그는 떠났다. 고인은 자신을 미꾸라지라고 칭했지만, 그는 가요계의 '용'이었다. 한국 대중음악 록 역사에 한 획을 그었다. 1988년 MBC 대학가요제 무한궤도로 대상을 받으며 화려하게 데뷔한 고인은, 이후 1992년 록밴드 넥스트를 결성해 진일보된 노래를 선보이고 솔로와 그룹을 오가며 종횡무진활약했다. 첫 솔로 앨범 '슬픈 표정 하지 말아요' 수록곡 '안녕'이 보기다. 해당 곡에는 당시로써는 파격적이었던 영어랩이 삽입됐다. 또한, '재즈 카페' '나에게 쓰는 편지' 등이 수록된 '마이셀프(Myself)'는 대한민국 최초의 미디 음반으로 통한다. 가수 윤상과 함께 결성한 프로젝트 그룹 '노댄스'는 테크노 댄스 음악 열풍 속에 테크노의 서정성을 다룬 수작으로 평가받기도 했다. 이렇게 가요계에 큰 족적을 남긴, '마왕' 신해철. 가요계의 '용'이었던 그를 애도한다.

이승미 기자

▶다음은 신해철이 과거 '신해철닷컴'에 쓴 글 전문

개천에서 용 난다고하죠. 용 안나요. 개천에서 용보셨어요?
개천에선 미꾸라지가 살죠.
난 미꾸라지로 태어났고, 내 자식들도 미꾸라지로 키울래요.
그래서 내 아이들에게 너희들이 얼마나 반짝이고 아름다운 미꾸라지인지 설명해 주고 노래도 만들어줄려구요.
아이들이 커서 용에 대해 물어보면 이렇게 얘기 할려구요.
지금 세상에선 용들이 우릴 깔보지 않으니,
너도 원래 그들도 우리와 같은 미꾸라지였는데 부모가 도적질해서 용됐다는 말은 하지 말렴.
그들을 미워하지도 말고, 무서워하지도 말아라.
우리는 작은 미꾸라지지만, 엄청나게 숫자가 많고, 이유가 있다면 맞서는 것을 무서워하지 않는다.
그들은 구름 속을 거닐 수 잇지만, 우리처럼 개울바닥에 편히 쉬며 땅의 숨결을 듣지는 못하지.
우리 미꾸라지들이 덩치가 작아 큰 물살에 휩쓸릴까 두려워하는 것처럼, 그들은 큰 덩치를 유지하기 위해 우리가 이해하지 못하는 고통를 겪으며 늘 추락하는것을 두려워한다.
네가 진정 경계해야 하는 것은 덩치 큰 미꾸라지들이야.
그들은 자신이 더 많이 먹으면 언젠가 이무기가 되고 용이 된다고 믿기 때문에,충분히 먹었음을 깨닫지 못하고 제 동포들의 먹이를 끝없이 탐한다.
가끔 물살이 불어 그들과 만나는 지점이 있거든, 구름 얘기를 들려달라고 해.그 대신 그들에게 강바닥의 조약돌을 선물로 주렴.
그들은 땅을 망각하는 순간 추락하고 만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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