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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브리핑] 영화 아닌 현실…"병아리 어디 갔어요?"

입력 2017-06-08 22:13 수정 2017-06-08 22: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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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룸의 앵커브리핑을 시작합니다.

마이클 잭슨의 어렸을 적 히트곡 '벤'입니다. 너무나도 친숙한 노래지요.

마치 사랑 노래 같기는 하지만, 사실 이 노래는 1972년에 나온 같은 이름의 영화 주제곡이고 벤은 영화에 등장하는 쥐의 이름입니다.

사람과 쥐의 우정과 배신… 그리고 복수… 이 영화는 공포영화였습니다.

그런데 이 벤이란 영화가 속편이라는 건 잘 알려져 있지 않습니다. 바로 전해인 1971년에 나온 다니엘 만 감독의 '윌라드'가 1편인 셈이지요.

외로운 소년 윌라드는 벤이라고 이름 붙여준 쥐와 함께 지내게 되고 서로 교감하지만 결국에는 반목과 배신이라는 우여곡절 끝에 죽임을 당한다는 공포영화….

우리나라에도 개봉이 돼서 저는 중학교 3학년 시절에 선생님들 눈을 피해 가서 봤던 기억입니다.

영화 얘기를 드린 이유는 그 많은 장면들 속에 기억에 남는 장면이 있기 때문입니다.

주인공인 윌라드가 자신이 키우던 그 많은 쥐들을 집안에 있는 풀장에 빠뜨려 죽이는, 그러니까 요즘 식으로 말하자면 살처분하던 장면이 당시 어린 저에게는 커다란 충격으로 남아있습니다.

어제(7일) 하루가 제주시의 한 초등학교 선생님들에게는 가장 길고 긴 하루였을 겁니다.

이 상황을 어떻게 설명하고 이해시킬 것인가….

방역 당국은 어제 아이들을 위해 학습용으로 기르던 병아리들을 살처분 했습니다. 무섭게 번지고 있는 AI 때문이었습니다.

목에 채 솜털도 빠지지 않은 병아리를 살처분 하고 난 후 선생님들이 오늘 아침에 받았을 가장 가혹한 질문은 "병아리 어디 갔어요?" 였으리라는 것은 능히 짐작하고도 남습니다.

2003년 첫 발생 이후에 14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뻥 뚫린 방역망과 효율만을 중시하는 밀집 사육…사람들의 끝없는 욕망이 불러온 자연의 재앙….

광우병이 그랬던 것처럼 구제역도, AI도 결국에는 인간의 탐욕이 빚어낸 참사이고 그것은 40년도 넘은 오래 전의 B급 영화가 그려냈던 재앙보다도 훨씬 무서운 것이 아닐까….

그래서 영화 '윌라드'를 보면서 충격을 받았던 저는 그래도 요즘의 아이들에 비하면 훨씬 나을지도 모릅니다.

제가 본 것은 영화였지만, 요즘의 아이들은 실제로 벌어지는 일들을 접해야만 하니까요.

그것도 쥐도 아닌 병아리들을 말입니다.

오늘의 앵커브리핑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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