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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계 위해 내몰리는 노인 노동자…대부분 저임금·임시직

입력 2020-07-21 0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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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형편이 어려워서 70살이 넘어도 일을 멈출 수 없는데 그 일자리라는게 대부분 임금이 낮고 임시로 고용되는 자리입니다. 우리 주변에서 노인 노동자들이 지금 어떤 모습으로 일하고 있는지 취재했습니다.

강희연 기자입니다.

[기자]

올해 76살인 할아버지는 매일 폐지를 줍습니다.

[A씨/76세 : (하루에 몇 시간 정도?) 하루 6시간. 이 정도 가지고 돈도 안 나와요. 1000원도 안 나와요. (하루에) 2000~3000원 나올 거예요.]

부지런히 모아도 폐지 값은 갈수록 떨어지고 있습니다.

이젠 힘도 부칩니다.

[A씨/76세 : 처음에 할 때는 (몸무게가) 70kg이었는데, 이거 하면서 15kg이 빠졌어요.]

한 바퀴 돌고 나면 집으로 돌아와 잠시 숨을 고릅니다.

[A씨/76세 : (여기 사신 지는 얼마나 되셨어요?) 2008년도에 여기 이사 와가지고. 2008년도 8월부터.]

곰팡이로 뒤덮인 작은 방은 할아버지의 유일한 휴식처입니다.

4년 전까지는 택시를 몰았습니다.

[A씨/76세 : 운전하다가 사고가 크게 났어요. 회사에서 쫓겨날까 봐 병원에 가고 싶어도 못 갔어요. 그런데 결국은 그만두라고 하더라고.]

다른 일을 찾아봤지만, 할 수 있는 건 폐지 줍는 일뿐이었습니다.

기초연금 30만 원과 구청에서 소개해준 노인 일자리 임금을 합하면 한 달 수입은 65만 원 정도입니다.

월세와 약값을 빼고 나면 남는 건 많지 않습니다.

[A씨/76세 : 이만한 것도 참 감사한 거죠, 제가 살아가는데.]

생계가 어려운 노인에게 일자리는 절실합니다.

우리나라 65세 이상 인구 중 취업자는 281만 명이 넘습니다.

전체 65세 이상의 1/3이 넘는 수치입니다.

이 숫자는 올해 들어 점점 증가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이들은 어디서 어떤 일을 하고 있을까요?

지난해 말 60세 이상 임금 노동자의 약 71%는 비정규직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대다수가 저임금, 임시직에 몰려 있는 겁니다.

이런 일자리마저 잃을까 갑질에 당해도, 일하다 다쳐도 숨죽여야 하는 노동자들의 이야기를 들어봤습니다.

[B씨/69세 : 개인 사업을 하다가 다른 어떤 꿈을 가지고 가다가 주저앉았어요.]

그렇게 시작한 아파트 경비 일이 올해로 5년째입니다.

힘든 일도 많았습니다.

[B씨/69세 : 폭언 비슷하게 이렇게 하는 분들이 간간이 있어요. 그 간간이가 우리를 너무 힘들게 해요.]

그렇다고 일을 그만둘 순 없었습니다.

[B씨/69세 : 비번에 불러 나온 적이 있어요, 그것도 생일날. 무조건 예스맨이 되어야 하는 거야. 나는 죽고 싶더라고요.]

이 아파트에선 지난달 80대 경비원들의 계약이 해지됐습니다.

[C씨/66세 : (힘들지 않으세요?) 아무래도 힘들죠. 그래도 어떡해요. 해야지.]

남은 경비원 대다수도 고령입니다. 

[C씨/66세 : 나이 들어서 어디 갈 데 없으니까 뭐라 그래도 있는 것이고. '띡' 하고 나와 봐요. 자기만 손해지.]

올해 81살 배주환 할아버지는 4년 간 학교 경비로 일했습니다.

[배주환/81세 : 주름살도 처음에 여기 안 그랬는데 여기(학교) 다니다가 (생겼어요.)]

숙직을 하더라도 계약서상 밤 10시부터 새벽 6시까지는 쉬는 시간이지만, 편히 쉰 기억은 거의 없습니다.

쉬지 못한 이유를 빼곡히 적었습니다.

[배주환/81세 : '휴게시간 이용토록 해주세요' 하니까 '학교에 숙직실에 사람이 없으면 곤란하다'.]

대상포진과 불면증 등 없던 병이 생기고, 일하다 다치기도 했지만 일자리를 잃을까 봐 숨겼습니다. 

[배주환/81세 : 유리문 닫다가 콱 닫다 보니까. (왜 얘기 안하셨어요?) 내가 그래 고생했다, 뭐 했다, 이런 거 이야기하면 이 사람들이 좋아 안 하거든.]

지난 2016년부터 3년간 60세 이상 산재신청 건수는 매년 증가했습니다.

실제 다쳐도 감추는 경우가 있어 그 숫자는 더 많을 걸로 보입니다.

[고현종/노년유니온 사무처장 : 생의 마지막까지 일을 하다가 보내게 되는 이런 사회가 도래된 것 같아요. (일자리를) 대폭 늘리는 게 가장 필요하고, 노후연금 체계를 다층적으로 (쌓아가야 합니다.)]

우리나라는 2026년, 65세 이상 인구가 전체의 20% 이상을 차지하는 초고령사회에 진입합니다.

[배주환/81세 : 나이가 80이 넘었는데. 일은 할 수 있죠. 있는데, 할 수 있겠습니까? 누가 불러 주겠습니까?]

(VJ : 손건표·박상현 / 영상디자인 : 조승우 / 영상그래픽 : 한영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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