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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 전승절 참석 놓고 고심 깊어지는 朴대통령

입력 2015-08-10 1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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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 전승절 참석 놓고 고심 깊어지는 朴대통령


청와대가 다음달 초 중국의 전승절 행사에 대한 박근혜 대통령의 참석 여부를 놓고 고심에 빠졌다.

동북아 패권을 놓고 날을 세우고 있는 미·중과의 관계에 더불어 일본과 북한의 행사 참석 여부까지 고려해야 할 변수들이 복잡하게 얽혀 있기 때문이다.

중국은 9월3일 베이징에서 '중국인민의 항일전쟁 및 반(反)파시스트 전쟁 승리 70주년 열병식'을 개최하겠다며 각국 정상들의 참석의사를 타진하고 있다.

박 대통령에게는 지난 3월 한·일·중 3국 외교장관회의 참석차 방한한 왕이(王毅) 중국 외교부장을 통해 초청 의사를 전달한 상태다. 중국은 이후에도 한국에서 박 대통령을 예방한 주요 인사들을 통해 박 대통령의 초청을 거듭 요청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이 이처럼 박 대통령의 행사 참석에 공을 들이고 있지만 청와대는 아직 이렇다 할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민경욱 청와대 대변인은 10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중국 전승절 행사 참석은 제반 사항을 고려해 신중히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청와대는 이르면 다음주 후반께 박 대통령의 참석 여부가 판가름날 것이란 입장이다.

행사를 불과 2주일 가량 앞둔 20일 전후에나 박 대통령의 참석 여부가 결정된다는 것이다. 이번 행사를 대하는 청와대의 고민이 그만큼 깊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우선 박 대통령으로서는 중국 전승절 행사 참석과 관련해 동맹국인 미국과의 관계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가뜩이나 미 외교가 일각에서는 한국의 '중국 경도론'까지 제기된 상황에서 미국과 껄끄러운 사이인 중국의 전승절 행사까지 참석한다면 한·미관계의 균열이 우려된다는 것이다.

중국은 이번 행사를 자신들의 군사력을 과시하고 국제사회에서 부쩍 높아진 위상을 대내외적으로 알리는 계기로 삼을 전망이다. 이런 가운데 동북아에서의 영향력을 놓고 미국과 대립 중인 중국에 힘을 실어주는 행보는 박 대통령으로서도 부담스러울 수 밖에 없다.

특히 이번 행사가 중국의 항일전쟁 승리를 기념한다는 점에서 박 대통령의 참석시 한·중 간 반일(反日) 공동전선의 모양새로 비춰질 수 있어서 중국 견제를 위해 한·미·일 3각 공조의 복원을 추진해 오던 미국을 불편하게 할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정부와 청와대, 백악관까지 일제히 부인하고 나섰지만 일본 언론에서 미국이 박 대통령의 중국 전승절 행사 불참을 요청했다는 보도가 나온 것도 이처럼 민감한 외교적 지형을 반영한 것으로 평가된다.

또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대응을 위해서라고는 하지만 박 대통령은 지난 6월 예정돼 있던 미국 방문을 취소한 바 있다. 당시 외교적 결례나 대미(對美) 외교의 부정적 영향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 바 있어 이를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

이에 따라 일각에서는 미국과의 관계를 고려해 지난 5월 러시아의 세계 제2차대전 전승기념일에 새누리당 윤상현 의원을 특사 자격으로 참석시켰던 전례를 따를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제1 교역국이자 대북(對北) 문제에 있어 중재자 역할을 해온 중국을 외면할 수도 없는 상황이다. 중국이 이번 행사에 국가적 역량을 쏟아부으면서 박 대통령에게 계속해서 러브콜을 보내고 있는 상황을 무시하는 것 역시 부담이다.

나아가 행사엔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의 행사 참석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어 박 대통령도 참석해 남북관계 개선의 돌파구를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다만 김 위원장의 행사 참석은 아직까지 가능성으로만 남아 있는 분위기다. 정상외교 경험이 없던 김 위원장은 지난 5월 러시아 전승절 행사도 막판에 불참 결정을 내린 바 있다.

아베 신조(安倍晉三) 일본 총리의 참석 여부도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아베 총리는 이번 행사가 항일(抗日)을 주제로 하고 있다는 점에 부담을 느끼고 있지만 최근 중·일 관계 개선에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열병식을 제외한 나머지 행사에 참석하는 방안을 검토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만일 아베 총리의 참석이 성사된다면 중·일 정상회담이 열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 경우 박 대통령이 불참한다면 외교적 고립 우려가 심화될 수 있다.

하지만 반대로 아베 총리가 오는 14일 발표할 제2차 세계대전 종전 70주년 담화에서 식민지배에 대한 '사죄' 표현을 배제하는 등 역대 내각의 역사인식을 제대로 계승하지 않는다면 한·일 정상 간 만남이 중국에서 성사되더라도 별 소득이 없을 것이란 지적도 나온다.

이런 점에서 박 대통령의 중국 전승절 행사 참석 여부는 아베 총리의 담화문과 행사 참석, 김 위원장의 방중(訪中), 미국 등 서방국가의 참석 규모, 한·중 및 한·미관계에 대한 종합적 고려 등을 포함해 결정될 전망이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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