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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성용이 '추억의 땅' 호주서 꾸는 '한여름 밤의 꿈'

입력 2015-01-26 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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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성용이 '추억의 땅' 호주서 꾸는 '한여름 밤의 꿈'


정상까지 이제 두 고비 남았다.

울리 슈틸리케(61·독일) 감독이 이끄는 대표팀은 26일 오후 6시(한국시간) 시드니 '스타디움 오스트레일리아'에서 이라크와 2015 호주 아시안컵 준결승을 치른다. 여기서 이기면 대망의 결승이다. 두 경기만 승리하면 1960년 이후 55년 만에 아시안컵 우승컵을 품에 안는다.

대표팀의 핵심 전력은 누가 뭐래도 '캡틴' 기성용(26·스완지시티)이다.

기성용은 이번 대회 조별리그 3경기와 우즈베키스탄과의 8강전 모두 풀타임 소화했다. 그가 없는 대표팀의 중원은 이제 잘 상상이 가지 않는다. 볼 간수부터 수비 리딩, 전방으로 찔러 주는 패스까지 무결점 플레이를 펼치고 있다. 우즈벡과 8강전 때는 경기 막판 전진 배치돼 공격형 미드필더와 측면 윙어로 뛰며 공격 능력을 발휘하기도 했다. 안정환(39) MBC 해설위원은 "기성용에게는 이제 아시아 무대가 좁아보인다"고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아시안컵이 열리고 있는 호주는 기성용에게 추억이 깃든 땅이다. 기성용은 중학교 1학년 때부터 4년 반 동안 브리즈번 인근 존 폴 칼리지 사커 스쿨에서 축구 유학을 했다. 아버지 기영옥(58) 광주시축구협회장은 "당시엔 브라질 쪽으로 축구 유학를 가는 게 유행이었는데 축구와 영어를 함께 배우자는 생각으로 호주로 보냈다"고 했다. 기성용은 부지런히 수업과 축구를 병행했다.

당시 기성용과 함께 유학을 했던 대표팀 동료인 수비수 김주영(27·상하이 둥야)은 "(기)성용이는 부지런하고 축구에 욕심이 많았다. 등교 전 새벽 운동, 수업 다 마치고 단체 훈련, 또 끝나고 개인 훈련을 빼먹지 않았다. 한창 놀고 싶을 나이에 그렇게 꼬박꼬박 운동하는 게 얼마나 힘느냐. 그런데 거짓말 안 보태고 하루도 안 빠지더라. 성용이가 잘 될 줄 알았다"고 기억했다.

누구보다 축구 욕심이 많던 '소년' 기성용은 국가대표 에이스가 돼 다시 호주에 입성했다. 한국에 우승 트로피를 안기겠다는 각오가 대단하다. 기 회장은 "성용이가 호주 땅을 익숙해하고 편안하게 생각한다. 가끔은 '호주에서 살아보고 싶다'는 말도 했을 정도다. 성용이에게 좋은 기운이 있는 장소인 것 같다"고 기대를 나타냈다.

이라크전을 앞둔 기성용에게는 체력 회복이라는 특명이 떨어졌다. 그는 지난 1일 자정 소속 팀 경기를 뛴 뒤 3일 시드니로 왔다. 가장 늦게 대표팀팀에 합류했다. 오기 전 소속 팀에서도 쉬지 않고 출전해 체력이 지쳐있는데 강행군을 이어가고 있다. 우즈벡과 연장 후반 막판에는 종아리에 쥐가 나 절뚝거리면서도 투혼을 발휘해 종료 휘슬이 울릴 때까지 그라운드를 누볐다. 빨리 지친 몸을 추슬러야 한다.

기성용은 24일 코가라 오벌에서 진행된 대표팀 훈련에서도 무리하지 않고 최대한 회복에 집중하는 모습이었다. 기성용은 태극 마크를 달고 이라크를 딱 한 번 상대했다. 2009년 3월 이라크와 평가전에 선발 출전해 71분을 뛰며 2-1 승리를 이끌었다. 기성용은 한 겨울인 영국에서 무려 24시간 비행기를 타고 한 여름인 호주로 왔다. 그가 축구 선수의 꿈을 키웠던 이곳에서 아시안컵 우승으로 '한여름 밤의 꿈'을 완성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시드니(호주)=윤태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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