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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브리핑] 가로와 세로…'말씨가 다른 외부인'

입력 2016-07-18 21:48 수정 2016-07-18 2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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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룸의 앵커브리핑을 시작하겠습니다.

2003년에 제가 백분토론을 진행할 때의 일화입니다.

당시 전라북도 부안은 군수가 방사능 폐기물 처리장 유치를 일방적으로 선언하면서 한바탕 홍역을 치렀습니다.

군수와 주민들 간의 갈등은 토론 현장에서 폭발해 생방송 중에 주민들이 군수에게 달려드는 상황까지 치달았지요. 말 그대로 '일촉즉발'이었습니다.

훗날 당시 사회자였던 저의 강점은 양쪽의 의견을 조정하는 능력보다, 순식간에 일어날 뻔했던 양측의 물리적 충돌을 재빨리 달려나가서 막았던 순발력에 있었다는 씁쓸한 농담도 했습니다.

토론장에서 위기를 모면했던 군수는 결국 그 이후에 다른 자리에서 군민에게 폭행을 당했고 주민 160여 명이 사법처리됐습니다.

이런 극한의 갈등 끝에 방폐장은 다른 지역으로 가게 되었지만 부안은 아직도 13년 전의 그 일을 상처로 기억합니다.

2006년의 평택 대추리 역시 마찬가지였습니다. 한미 양국이 미군기지 평택 이전을 결정하면서 토지 수용에 나섰지만 평생 땅을 일구면서 살아온 주민들은 동의하지 않았지요.

철조망이 쳐진 논밭 사이로 봄 농사를 지으려는 주민들과 당국의 충돌로 연행된 사람만 624명.

"여명의 황새울 작전", 그것은 경기경찰청 개청 이래 최대의 작전의 이름이었습니다.

'국익'이란 명목 아래 빚어진 국가와 시민의 충돌. 제주 강정의 해군기지도, 경남 밀양의 송전탑도. 모두가 그렇게 상흔을 남긴 채 마무리 됐습니다.

도드라지는 공통점은 몇 가지가 있습니다. 국가가 국민에게 말을 거는 방식. 그 방향은 가로. 즉 협의와 설득이 아니라 세로. 즉 결정과 통보로 내리꽂히고 있다는 것.

그다음엔 마치 공식처럼 이것이 등장했습니다. 이른바 '전문 시위꾼'

부안에도. 대추리에도. 밀양과 강정에도. 심지어 세월호에도 지난 주말에도 어김없이 등장했다는 '말씨가 다른 외부인'입니다.

누군가는 이번에도 선량한 주민과 전문 시위꾼을 가르고 국민과 비국민을 갈라서 반대하는 사람은 '선량'하지 않은 것처럼 간단한 프레임을 만들고 싶은 것인지도 모르겠군요.

"자국 정치에 관심 쏟는 일은 모든 사람의 의무다"

지난주 뉴스룸에서 만난 배우 맷 데이먼이 한 말입니다.

"나는 한 번도 비열한 표현을 쓴 적이 없다. 정치인들은 대중의 다양한 의견을 들어야 할 자리에 있으며 의견을 말하는 것은 모두가 마땅히 해야 할 일이다"

너무나도 당연한 말을 당연하게 말하고 있는 그에게 그래도 문제 없겠느냐고 물었던 저만 바보가 된 인터뷰였습니다.

오늘의 앵커브리핑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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