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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착카메라] 도심 속 '외딴섬' 된 재개발 중단지대

입력 2016-11-07 2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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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도시 재개발은 늘 논란거리입니다. 필요한 면이 있긴 하지만 그 과정에서 원래 주민들이 배제되는 일이 많죠. 이렇다 보니, 논란 끝에 재개발이 중단되는 지역들도 있는데요. 이런 지역들이 행정과 치안의 사각지대가 돼가고 있습니다.

밀착카메라 고석승 기자입니다.

[기자]

서울 서부이촌동의 한 주택가. 한 눈에 봐도 지은 지 수십 년된 낡은 건물이 대부분입니다.

제가 들어와 있는 이 건물은 여기 보시는 것처럼 재난위험시설 D등급으로 지정이 돼있는데요. 말 그대로 붕괴위험성이 높은 건물이라는 뜻입니다.

실제로 이 건물 입구에서부터 곳곳에 금이 가있고 다시 건물 안쪽으로 들어가 보시면 페인트 칠이 벗겨져서 벽이 누더기가 돼있는 상황입니다.

건물 상태가 이런데도 여전히 주민들은 이곳에서 생활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이 건물은 육안으로 보기에도 한쪽으로 심각하게 기울어져 있습니다. 1층과 옥상에서 옆 건물과의 거리를 재봤더니 차이가 40㎝ 넘게 납니다.

한 때 이 동네를 포함해 서부이촌동 일대는 국제업무단지용 대규모 재개발 예정부지로 선정됐습니다.

하지만 시행사 파산 등 악재가 겹치면서 결국 사업은 취소됐습니다.

문제는 재개발은 취소돼도 삶은 계속된다는 겁니다.

[이용주/서울 이촌동 : 무너질 수도 있는 거죠. 불안하지만 살아야죠. 돈이 없으면 꼼짝할 수가 없는 거잖아요. 오죽하면 제가 상자 주우러 다니겠어요. 하루 7000원…]

바로 옆, 지은 지 46년된 아파트 단지의 사정은 더욱 심각합니다.

아파트 외벽 곳곳에는 긴급 보수를 한 흔적들이 남아 있는데요. 실제로 이렇게 큰 힘을 들이지 않았는데도 외벽 조각들이 쉽게 떨어져 나갑니다.

하지만 토지가 서울시 소유인데, 당장은 땅을 팔 계획이 없습니다. 또 층수제한이 걸린 지역이라 수익성이 낮다며 재개발에 적극 나서는 업자들도 없습니다.

[심규섭/공인중개사 : (재개발이) 무산된 이후로 (집값은) 반 토막이 난 상태이고 거래도 잘 안 되고 상권이 다 망가지고…]

이런 행정 진공상태 속에서 아파트 주민 200여 가구는 오늘도 위태로운 삶을 이어갑니다.

[해당 아파트 주민 : 노인들만 거의 많이 살아요. 세를 들어와서 사는 사람들도 노인들이 많고 다른 데 세도 얻을 수도 없고 나갈 수가 없어서 사는 거지.]

서울 중계동의 고지대 동네 이른바 '백사마을'의 상황도 비슷합니다.

5년 가까이 재개발이 추진돼 오다가 올초 사업성이 없다는 이유로 시행사인 LH가 사업을 포기했습니다.

사업 포기 과정에서 주민들 사이에 의견 충돌도 심했습니다.

[이창희/서울 중계동 : 양쪽에 분쟁이 생겼어. 반대하는 세력이 생겼고 서로가 싸우다 보니까 여기가 개발이 늦어지고…]

재개발을 하든 안 하든 주민들의 주거안전은 보장돼야 하지만 현실은 다릅니다.

골목 초입에는 어른 키만한 잡초가 자라고 있고 쓰레기도 곳곳에 나뒹굽니다. 시의 행정에서도, 경찰의 치안망에서도 점차 사각지대가 돼가는 겁니다.

[백사마을 주민 : 벌레도 있고…살기 어렵죠. 우범지대라고 해서 애들 있는데 초등학교, 중학교 2학년까지 내가 다 데리고 다니고…]

방치돼 있던 빈집의 벽돌담이 무너져 내리면서 아예 골목길을 막아버렸는데요. 이렇게 빈집이 늘어나기 시작하면서 남아 있는 주민들의 생활 여건은 더욱 열악해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시 당국은 안전을 위한 시설보수조차 내년에나 가능하다는 입장입니다.

[서울시청 관계자 : 사업성이 없다는 건 사업 시행자가 결정해야 될 부분이고요. 기반 시설 부분 노후화된 건 내년에 일부 보수를 할 예정이에요.]

재개발 사업이 좌초된 동네라고 해서 도심 속 외딴 섬으로 방치해서는 안 되는 이유. 아직 그곳에는 사람이 살고 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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