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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장실·목욕탕에도 트랜스젠더…'성별 이분법'의 종말?

입력 2021-07-01 16:30 수정 2021-07-01 1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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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7일 미국 뉴욕에서 열린 프라이드 퍼레이드. 〈사진=연합뉴스〉지난달 27일 미국 뉴욕에서 열린 프라이드 퍼레이드. 〈사진=연합뉴스〉


#1. 미국 국무부는 앞으로 여권 발급을 신청할 때, 자신이 원하는 성(性)을 선택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생물학적 성이 아닌 정체성에 따라 성별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한 겁니다.

#2. 미국 연방 대법원은 현지시간으로 지난달 28일, 성 정체성에 맞게 화장실을 사용하게 해달라고 요구한 트랜스젠더의 권리를 인정했습니다. 여성으로 태어났더라도 남성의 성 정체성을 가지고 있으면 남자 화장실을 사용할 수 있다는 뜻입니다.

 
여성으로 태어났지만 남성의 성정체성을 지닌 트랜스젠더 개빈 그림. 남자 화장실 출입을 원한다며 소송을 제기해 승소했다. 〈사진=로이터〉여성으로 태어났지만 남성의 성정체성을 지닌 트랜스젠더 개빈 그림. 남자 화장실 출입을 원한다며 소송을 제기해 승소했다. 〈사진=로이터〉
미국이 생물학적 성이 아닌 '성정체성' 이나 '성적 지향'을 존중하는 방향으로 관련 제도를 정비했습니다. 지금까지 신체적 특징에 따라 구분해 온 남성과 여성의 기준이 사라지게 된 겁니다.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은 트위터(현지시간 30일)를 통해 “오늘날 우리는 LGBTQI 미국 시민들에 대한 공정한 대우를 보장하기 위해 중요한 조처를 했다”고 자평했습니다. 'LGBTQI'는 레즈비언, 게이, 양성애자, 트랜스젠더, 퀴어, 간성 등 성 소수자를 뜻하는 용어입니다.

■ 트랜스젠더 선수, 올림픽 여성 경기 출전
 
도쿄올림픽 여성부 역도경기에 출전하는 트랜스젠더 선수 로렐 허버드. 〈사진=로이터〉도쿄올림픽 여성부 역도경기에 출전하는 트랜스젠더 선수 로렐 허버드. 〈사진=로이터〉


이 같은 흐름은 미국뿐만이 아닙니다. 이번 달 23일 열릴 도쿄올림픽에도 트랜스젠더 선수가 출전합니다. 뉴질랜드 역도선수 로렐 허버드가 그 주인공인데요. 그는 남성에서 여성으로 성전환했습니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트랜스젠터 선수가 최소 12개월 동안 남성 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 수치가 리터당 10nmol/L(나노몰) 미만으로 유지되면, 여성부 대회에 출전하는 것을 허용한 덕분이죠.

이를 두고 일부 여성 역도선수들은 “불공정하다”는 목소리를 내기도 했는데요. 영국 가디언지는 로렐 허버드를 두고 “트랜스젠더 선수가 올림픽에 출전하는 건 이번이 처음”이라며 “큰 논란은 물론, 역사에 남을 화제를 불러일으킬 것”이라고 평했습니다.

■ 남성·여성 떠난 '제 3의성'

 
미국 뉴욕에서 열린 프라이드 퍼레이드. 〈사진=연합뉴스〉미국 뉴욕에서 열린 프라이드 퍼레이드. 〈사진=연합뉴스〉


남성, 여성의 이분법을 떠난 또 다른 성을 인정하려는 움직임 역시 활발합니다. 남성과 여성이 아닌 '제 3의 성'을 인정하겠다는 거죠. 제3의 성에는 성별의 구분이 없는 '논 바이너리'(non-binary), 남성과 여성이 혼합된 '간성'(intersex), 자신을 남성이나 여성으로 정의하지 않는 '젠더 비순응'(gender non-conforming) 등이 있습니다.

미국 국무부는 여권에 제3의 성을 표기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는데요. 다만 “이를 위해서는 광범위한 시스템 업데이트 등이 필요해 장기적인 목표로 추진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실제 뉴욕주는 운전면허증에 남성(M), 여성(F)이 아닌 제 3의 성 'X'를 표기할 수 있도록 했고요. NBC는 “캐나다, 독일, 뉴질랜드, 네팔, 인도 등의 나라에선 이미 신분증에 제 3의 성을 표기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 여탕 들어간 트랜스젠더

하지만 스스로 규정한 성 정체성을 무조건 존중하긴 어렵다는 목소리도 있습니다. 지난달 26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에서 벌어진 한 사건을 들여다볼까요. 이날 성전환수술을 받지 않은 한 남성은 자신을 여성이라고 주장하며 여탕에 들어갔습니다. 미성년자들 앞에서 신체도 노출했습니다. 그러자 여탕 안에 있던 사람들은 해당 목욕탕 주인에게 항의하기에 이르렀습니다.

이 사건이 벌어진 뒤 폭스뉴스는 한 성소수자와의 인터뷰를 통해 “성소수자 커뮤니티 구성원들 역시 해당 사건에 대해 놀랐다”며 “오히려 이 사건이 트랜스젠더들에게 골칫거리가 됐다”고 했습니다. '개인의 일탈'로 선을 그은 겁니다.

트랜스젠더의 경기출전이나 목욕탕 출입 같은 사례들은 아직 먼 나라 이야기처럼 들립니다. 하지만 언젠가는 우리 사회도 고민해야 할 문제가 될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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