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비스 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아티클 바로가기 프로그램 목록 바로가기

[취재설명서] 연이은 사망…직접 가본 택배 현장

입력 2020-11-01 11:17 수정 2020-11-01 14:57
크게 작게 프린트 메일
URL 줄이기 페이스북 X

[취재설명서] 연이은 사망…직접 가본 택배 현장

700원. 택배기사님이 상자 하나 배달하는데 받는 금액입니다. 제가 동행한 기사님은 새벽5시에 집에서 나와 택배 분류작업장으로 향합니다.

6시 반부터 쏟아지는 택배 상자를 나르고 또 날랐습니다.

이렇게 7~8시간 동안 쉴사이 없이 상자를 트럭에 옮겨 싣은 뒤에야 본격적인 배달 작업에 나섭니다.

오후 1시 반, 늦은 점심은 차안에서 삶은 계란 4개로 떼웁니다. 정신없이 상자를 들고 달렸습니다.

제한된 시간 안에 자신이 맡은 물량을 모두 배달하려면 어쩔 수 없이 달려야 합니다.

하루에 택배기사님 한 명이 배달하는 상자는 400~500개 정도. 배달을 마치고 집으로 향한 시각은 밤 9시, 들어가서 잠깐 눈 붙이고 다시 새벽 바람을 가르고 일터로 향해야 합니다.

회사와 계약을 맺은 개인사업자라곤 하지만 작업량을 줄이거나 마음대로 쉴 수도 없습니다. 행여 아파서 쉬기라도 하면 그날에는 대신 일해줄 기사님을 고용해야 합니다.

자기 임금의 1.5배를 줘야 합니다. 손해를 보는 것 보다 제때 배달을 마쳐야 한다는 책임감이 앞섭니다.

4대보험도 회사와 절반씩 나눠 내야하는데, 회사측에서 자세한 설명을 하지 않아 그냥 지나치는 기사님들이 많습니다.

이미 과열경쟁에 들어선 택배업계에 살인적인 노동현장으로 내몰리고 있습니다.

택배 배달에 앞서 배달할 물건을 나누는 물류창고에서도 일해봤습니다. 신석식품으로 나누는 냉동창고였습니다. 영하 18도 정말 추웠습니다. 수많은 사람들이 일하고 있었습니다.

현재 물류비로 이런 시스템이 가능할까하는 의문이 들었습니다. 하도 힘들다고 하길래 창고에 들어가기 전 몸무게를 젰습니다. 8시간을 일했는데, 2 kg이 빠졌습니다.

어느 시청자는 질문을 했습니다. "어쨌든 일을 많이 하면 할수록 돈은 많이 벌 수 있지 않냐고?"

기사님들은 이야기 합니다. "사람이 할 수 있는 일에는 한계가 있다"고 "몸이 아프면 쉴수도 있고, 양을 줄일 수도 있어야 하는데….."

우리 국민이 한해동안 시키는 택배 물량은 2000년 2.4회에서 올해 63건이 넘을 전망입니다. 30억 6800만 상자 넘게 배달될 것이란 전망도 나옵니다.

코로나19로 온라인 주문량이 급증하고 새벽배송, 총알배송 등 심야택배도 많이 이용해서입니다.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물량만큼 일손이나 시설을 늘리는데 따라가고 있지 않습니다.

현장의 목소리는 "우선 택배분류작업만이라고 인력을 투입해 달라였습니다." 택배기사님과 회사와의 계약은 엄연히 '배달만'이었습니다.

매일 7~8시간씩 이뤄지는 분류작업은 '공짜 노동'이라는 겁니다.

그리고 물류비용의 현실화입니다.

최근 한 여론조사에서 절반 이상이 택배비를 올려야 한다고 답했습니다. '총알배송'은 좀 더 비싸게 받고, 천천히 배달해도 되는 물건은 좀 더 싸게 받은 요금 차등제도 대안으로 제시되고 있습니다. 문제는 택배비용이 올랐을때 시설과 인력 투입으로 이어지지 않고, 기업의 배만불리는데 쓰이는 것은 막아야 겠습니다. 

택배기사님은 말했습니다. 

"돌아가시는 소식을 들을 때마다 마음이 참 많이 아픕니다. 그리고 다음에는 내가 되지 않을까…." 
 
광고

JTBC 핫클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