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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②] 유재석 "망하는 것에 두려움은 없지만…"

입력 2021-07-01 15:52 수정 2021-07-01 1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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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재석유재석
①편에서 계속


-MBC '무한도전'은 지금도 인기가 식지 않아요. '무한도전'은 어떤 의미였나요.
"당시에도 '인생에서 이런 프로그램을 만날 수 있을까'라는 의문을 늘 가졌고 ''무한도전'이 끝나면 다른 버라이어티를 할 수 있을까' 싶었어요. 종영한 지 3년이 지났는데 저에겐 떼려야 뗄 수 없는 인생 프로그램이에요. 처음 시작 당시 방송국 고위 관계자가 '10년 해보자'라고 했는데 무슨 소린가 싶었어요. 그렇게 시작을 했는데 그 많은 사랑을 받았죠."

-김태호 MBC PD와 함께 동반 성장을 했네요.
"신선한 자극을 정말 많이 준 제작자 중 한 명이에요. '무한도전' 많은 에피소드 중 '돈 가방을 갖고 튀어라' 편은 진짜 신선했어요. 시작하자마자 '이거 진짜 뭐야?'란 생각이 들 정도였거든요. 마치 영화 속 주인공이 된 것 같은 느낌이었어요. 몰입도가 장난 아니었거든요. 끝나고 나서도 이게 뭔가 싶었어요."

-'무한도전' 초창기 때는 유약한 캐릭터였다가 요즘은 짜증도 내고 화도 내는 캐릭터로 변했어요.
"'무한도전'을 할 때는 상황상 제가 진행을 하지 않으면 엉망진창이 되니 정리를 할 사람이 필요해 그 역할을 했어요. 프로야구팀에 홈런 타자만 있다고 해서 이기는 게 아니잖아요. 결국은 유기적으로 맞아야 팀이 이기고 프로그램이 잘 되는 거죠. 무언가를 맡겠다고 하지는 않지만, 팀 내에서 맡아야 할 역할이 있다면 그걸 해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걸 상황에 맞출 뿐이지 어떤 걸 의도해서 하는 건 아니에요. 최고의 조합은 아니더라도 최선의 만듦을 위해 함께 만들어가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하거든요."

-최근 '무한상사' 세계관 확장 시도가 참 좋았어요. 다른 아이템들도 확장 가능성이 열려 있나요.
"무한대의 확장성에 관해 얘기를 나누고 있어요. 출연진이 유기적으로 들고날 수 있는 자유로운 프로그램을 꿈꾸고 있어요. '무한도전'에서 포맷만 자유로웠지 출연자까지는 그럴 수 없었잖아요. 물론 처음엔 시행착오가 있을 수 있겠지만 그런 방향으로, 저 없이도 이 프로그램이 계속 갈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최근에 신하균 씨와 '유퀴즈'에서 재회한 모습이 무척이나 반가웠어요.
"하균이는 대학교 후배였어요. 영화 '공동경비구역 JSA'에서 하균이를 처음 보고 '하균이가 영화를 하네' 그랬는데 '런닝맨'에서 잠깐 보고 그 이후 따로 본 적이나 말을 나눠본 적은 없었어요. 그런데 이번에 백상에서 만나니 너무 반갑더라고요. 그래서 인사를 나눴죠. 그 얘길 '유퀴즈' 제작진에게 했더니 하균이를 섭외해보겠다고 하는 거예요. 실제로 섭외가 될 줄은 몰랐어요. 말이 많지는 않거든요. 학교 다닐 때도 진중하고 조용한 친구였어요. 동아리 활동을 열심히 했던 친구죠."

-'유퀴즈' 출연자를 섭외할 때 의견을 내지 않나요.
"물론 저나 (조)세호나 '이분 섭외하면 어떨 것 같다'라는 톤 정도로 말한 적은 있죠. 근데 제 생각이 제작진에게 '이것을 해라'라고 전달되는 게 아니기 때문에 합의된 결론에 대한 최종적 결정은 제작진이 하는 거예요. 고민이 있을 때 함께 고민하고 이 상황을 어떻게 극복할지 얘기하고 그러는 거죠. 각자의 포지션에서 해야 할 업무에 대해 가장 잘 안다고 생각해요."

-지금까지 거쳐온 프로그램 중 다시 해보고 싶은 프로그램이 있나요.
"그런 건 딱히 없고 다만 뭔가를 함께 만들어가는 프로그램을 하고 싶어요. 혼자 한다는 것이 '놀면 뭐하니?'의 아이덴티티나 콘셉트가 됐는데 사실 프로그램을 혼자 계속한다는 건 불가능해요. 혼자 할 때 분량과 웃음을 뽑아내는 건 한정적이거든요. 매주 일정 수준의 재미를 줄 수 있는 방송을 만들어내야 하는데 혼자 계속 간다는 건 힘든 일이기에 뭔가 다른 방향으로 대책을 논의하고 있어요."

-'놀면 뭐하니?'로 또 한 번 틀을 깼다는 평가를 들어요.
"앞에 있는 일을 한 게 전부예요. 처음에 '무한도전'이 끝나고 '놀면 뭐하니?'가 자리 잡기까지 위기라고 느껴질 순 있지만, 하루하루 재미있는 걸 하기 위해 노력한 거예요. 좋은 얘기를 들으면 힘이 나요."

-MSG워너비가 이번에도 차트를 올킬했어요. 하지만 이런 현상을 안 좋게 보는 시선도 있어요.
"음악을 좋아하고 많이 듣는 사람 입장에서 요즘 정말 멋지고 세련된 음악이 많지만 한편으로는 '이런 음악이 듣고 싶은데?' 그럴 때가 있어요. 그걸 '놀면 뭐하니?'에서 다루는 것이고 그 부분을 좋아해 주는 분들이 있는 거죠. 무척이나 감사한 일이지만 엄청난 돈을 투입해서 새로운 음악을 내놨는데 많은 분의 관심을 받지 못하고 사라지면 허탈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런 부분에 대해 제작진과 많이 고민하고 생각하고 있어요. 어떻게 구현이 될지는 모르겠지만 그런 생각을 담은 아이템이 다뤄질 수도 있지 않겠나 싶어요. 조금만 더 지켜봐 주세요."

-KBS 2TV '컴백홈'은 좋지 않은 성적으로 끝났어요.
"제작진을 믿었고 그 믿음엔 변함이 없어요. 시청자들의 많은 호응을 얻은 건 아니지만, 개인적으론 또 하나가 배움이었어요."

-tvN '식스센스2'는 첫방송이 됐고요.
"다른 프로그램에서 볼 수 없는 제 캐릭터가 있어 재미있어요. 색다른 경험이고요."

-SBS '런닝맨'에선 이광수 씨가 하차했어요.
"시청자분들이 헛헛함을 크게 느낄 거 같아요. 녹화하면서 계속 광수 얘기를 하고 있어요. 한 번에 빈자리를 채울 수 없잖아요. 언제가 될 진 모르지만 하는 것까진 열심히 하자고 파이팅을 하죠."

-한때 '유재석 위기론'도 있었어요.
"시청률에 의해 일희일비하는 직업은 맞지만, 너무 시류를 몰라도, 혹은 너무 휩쓸려도 좋지 않은 거 같아요. 사람인지라 (그런 말을 듣고) 속상했지만 크게 흔들리진 않았어요. 남들이 다하는 걸 다 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해요. 그게 꼭 유행을 이끈다는 의미는 아니고, 남들이 다 했기에 전 안 해도 된다고 생각해요. 트렌드와 타협하면 안정적이고 효율적이지만 거기서 끝나는 거 같아요. 승부수를 던져야 흥망이 있죠."

-망하는 것에 두려움은 없나요.
"솔직히 개인적으론 없어요. 망하는 걸 두려워하진 않아요. 다만 망하면 많은 사람이 힘들어지니 그게 어렵죠. 애초 두려움이 없던 건 아닌데 일을 해보다 보니 차츰 사라지더라고요. 결국 끌리는 걸 하고 진행하는 게 맞다고 봐요."

-30년 전 유재석은 지금을 예상했나요.
"전혀요. 단 요만큼도 예상하지 못했죠. 시작 당시 너무 큰 좌절을 겪고 그냥 학교에 다니려고 했어요. 방송국에 안 갔어요. 그때 (박)수홍이형 (김)용만이형이 찾아왔고 '재능이 있으니 같이 하자'고 했어요."

-지금 시점에서 30년 뒤를 예상해 보자면요.
"계획을 그리는 스타일이 아니라… 그때까지 방송하고 있을까요. 현실적으로 어렵지 않을까요. 동료들과 그런 얘기 해요. 나이 들면 자주 모여 놀러 다니자고 했어요. 그런 시간을 보내고 있지 않을까요."

-지금까지 연기도 하고 노래도 하고 정말 다양한 도전을 해왔잖아요.
"진짜 어떤 새로운 분야에 대한 욕심은 하나도 없었어요. 능력도 없고 그런 쪽에 관심도 없어요. 하지만 한 주 한 주 방송을 해야 하니까. 어떻게 보면 일종의 프로그램에 대한 책임감 일 수 있어요. 물론 책임감만으로 이뤄진 건 아니지만 그런 책임감이 아니면 여기까지 올 수 없었을 것 같아요."

-혹시 의외의 재능을 발견한 분야가 있나요.
"무언가를 하면서 '이거 정말 잘 맞는다' 이런 게 없었어요. 그냥 한 주 방송을 위해서 하는 거죠. 예전에 KBS 2TV '출발 드림팀' 촬영으로 뉴질랜드에 간 적이 있어요. 125m 높이에서 번지점프를 해야 했는데. 지금 생각해도 너무 무섭네요. 고소공포증이 있어서 아파트 난관도 잘 못 다가가는데 이걸 안 뛰면 방송 나갈 게 없잖아요. 그래서 너무 무섭지만 뛰었어요. 방송에서 번지점프를 정말 많이 했는데 단 한 번도 적응이 됐다, 괜찮다는 생각으로 뛰어본 적 없어요. 귓전에 들리던 바람 소리가 아직도 생생해요. 심지어 겨울이었거든요."

김진석 엔터뉴스팀 기자 kim.jinseok1@jtbc.co.kr (콘텐트비즈니스본부)
황소영 엔터뉴스팀 기자 hwang.soyoung@jtbc.co.kr (콘텐트비즈니스본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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