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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만에 협상재개 '극적 반전'…트럼프 움직인 '+α' 메시지는

입력 2018-09-20 10:16

제재 고삐 조이던 미 행정부…'빈' 장소까지 특정하며 대화모드 급선회

트럼프 "김정은, 핵사찰 합의" 언급 주목…북 'IAEA 사찰 허용' 가능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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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재 고삐 조이던 미 행정부…'빈' 장소까지 특정하며 대화모드 급선회

트럼프 "김정은, 핵사찰 합의" 언급 주목…북 'IAEA 사찰 허용' 가능성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남북 정상의 평양공동선언 하루만인 19일(현지시간) 이번 남북정상회담을 '성공'이라고 평가하며 즉각적인 '협상모드'로 전환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공동선언 직후 긍정적 반응을 보이며 화답하긴 했지만, 전날까지만 해도 대북 제재 이행에 목소리를 높이며 압박의 고삐를 조여오던 트럼프 행정부의 행보를 감안하면 '극적 반전'이라고 할 수 있다.

특히 핵 사찰의 상징 격인 국제원자력기구(IAEA) 본부가 있는 오스트리아 빈이라는 장소까지 '콕 찍어' 당장 만나자고 제안한 것은 항간의 예상을 뛰어넘는 속도전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사실 남북 정상의 평양공동선언에 담긴 비핵화 언급을 놓고 위싱턴 조야에서는 회의론이 적지않게 드리워져 있는게 사실이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외부 전문가 참관 속 동창리 엔진시험장·미사일 발사대 영구폐쇄 ▲미국의 상응 조치에 따른 영변 핵시설의 영구폐기 등을 약속하며 진일보한 메시지를 발신하긴 했으나 미국이 줄곧 요구해온 핵 신고 리스트 제출 등 '현재의 핵' 폐기에 대한 언급은 빠져있었다.

그럼에도 미국이 태도를 급전환한 데에는 북측이 전달한 '플러스 알파(+α)가 작용했을 것이라는 관측에 힘이 실린다. 특히 평양에서 남북 정상 간에 허심탄회하게 주고받은 '비핵화 보따리' 가운데 공개된 것 외에 미국의 눈높이에 맞는 '모종의 선물'이 추가로 전해지지 않았겠냐는 분석이 나온다.

비핵화 부진을 이유로 지난달 24일 폼페이오 장관의 방북을 전격 취소한 트럼프 대통령이 '현찰' 아닌 '어음'만 믿고 덥석 협상 개시를 지시하지는 않았을 것이라는 관측도 '플러스알파'의 존재에 대한 궁금증을 키우는 대목이다. 특히 미 국무부는 대변인의 '입'을 통해 2일 차 평양정상회담 직전에 '의미 있고 검증 가능한 조치'를 보여달라고 가이드라인까지 제시하며 북한을 압박했던 터였다.

이와 관련,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은 남북 정상이 공식 발표된 내용 외에도 더 많은 비핵화 관련 논의를 했다고 기자들에게 전했고, 문정인 대통령 통일외교안보특보도 "분명히 선언문에 담지 못한 김 위원장의 메시지가 있을 것이다. 문 대통령이 뉴욕에서 트럼프 대통령에게 그것을 직접 전달할 것"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트럼프 대통령에게 전달됐을 '숨은 메시지'를 두고 워싱턴 외교가는 트럼프 대통령이 평양 공동선언이 발표된 직후 트위터에 언급한 "김정은 위원장이 핵사찰을 허용하는 데 합의했다"는 문구에 주목하고 있다.

핵사찰은 미국이 가장 강조하고 있는 검증과 직결돼있다. 'CVID' 'PVID' 'FFID'와 같은 다양한 버전의 비핵화 목표를 관통하는 핵심 키워드는 바로 'V'(verification), 즉 검증이라는게 외교소식통들의 설명이다. 북한이 바로 이 사찰과 관련해 보다 진전된 입장을 비공식적 채널로 전달했을 개연성이 있어 보인다.

'플러스 알파'의 정확한 내용은 현재로서는 파악하기 힘들지만, 전날 평양공동선언과 미묘하게 다른 폼페이오 장관의 이날 성명에서 '단서'가 읽혀진다는 분석이 있다.

공동선언에는 영변 핵시설 영구조치가 미국의 상응 조치가 있으면 이뤄지는 '조건부 조치'로 포괄적으로만 언급돼 있지만, 폼페이오 장관은 '미국과 IAEA 사찰단의 참관'을 언급했다. 동창리 시험장 폐기와 관련해서도 평양 공동선언에는 '유관국 전문가들의 참관하에' 라고 돼 있는 가운데 폼페이오 장관은 '미국과 국제적 사찰단의 참관 하에'라고 보다 구체화했다.

따라서 북한이 일정시점에서 비핵화 검증의 핵심인 IAEA 사찰을 허용하겠다는 뜻이 미국 행정부에 전달됐을 수 있다는 분석을 낳고 있다.

폼페이오 장관이 이날 성명에서 '트럼프 첫 임기(2021년 1월) 내 비핵화'라는 시간표를 명기한 점 등에 비춰 북측이 평양 공동선언에는 적시되지 않았던 '단계별 비핵화 이행'에 대한 구체적 타임라인을 언급했을 가능성도 있어 보인다.

가장 관심을 끄는 것은 미국이 그동안 종전선언의 전제조건으로 요구해온 핵 리스트 제출을 포함해 현존하는 핵무기와 핵물질의 부분적 폐기와 관련해 북한이 '언질'을 줬는지 여부이다.

이와 관련, 윤영찬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현재 핵 부분은 북미 대화의 진척에 따라 달라질 것"이라며 여지를 열어둔 바 있다.

어쨌든 미국이 단순한 협상 재개 차원을 넘어 비핵화와 평화체제를 양대 축으로 근본적 관계 전환을 염두에 둔 새판짜기에 나선 데는 김 위원장이 핵 추구에서 비핵화로의 '전략적 변화'를 택했다는 믿음을 준 무언가가 있었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이 3일 전에 김 위원장으로부터 전달받았다는 '친서'에 모종의 내용이 담겼을 가능성이 있다.

일각에서는 폼페이오 장관의 발표를 두고 북미 간에 그동안 물밑에서 상당한 조율이 이뤄졌을 수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IAEA 본부가 있는 제삼국인 오스트리아 빈이 후속 비핵화 협상 장소로 낙점된 것부터가 즉흥적으로 던진 카드가 아니라 상당히 치밀하게 준비된 기획의 결과라는 얘기가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과의 협상에 적극적으로 임하는데에는 11월 중간선거라는 정치일정을 염두에 두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다.

그렇찮아도 국내정치적 위기에 몰린 트럼프 대통령으로서는 현재 북미대화 판이 깨지고 북한이 다시 도발모드로 돌아서면 외교적 실패라는 비판론에 직면할 수 밖에 없다. 그렇다고 협상을 아무런 성과없이 지지부진하게 끌고가는 것 역시 역풍을 일으킬 소지가 있다는 분석이다.

따라서 트럼프 대통령으로서는 적어도 선거 때까지는 현재의 '대화국면'을 관리하면서 조기에 의미있는 외교적 성과를 내는 쪽으로 전략적 대응의 방향을 정했을 것이라는 추론이 나온다. 그러나 존 볼턴 국가안보보좌관과 같은 행정부내 '매파'와 미국 의회에 번져있는 회의적 기류를 극복해내야 하는 부담도 만만치 않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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