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비스 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아티클 바로가기 프로그램 목록 바로가기

'새정치 백신' 안철수, 민주당 치료 성공할까?

입력 2014-03-16 11:25
크게 작게 프린트 메일
URL 줄이기 페이스북 X

'새정치 백신' 안철수, 민주당 치료 성공할까?


새정치연합 창당준비위원회 안철수 중앙운영위원장이 스스로 구태정치세력으로 분류했던 민주당과 통합 작업을 진두지휘하면서 그의 행보에 정치권의 눈과 귀가 쏠리고 있다.

특히 16일 민주당과 새정치연합의 통합신당 창당발기인대회가 무리없이 마무리되면 창당은 이제 돌이킬 수 없는 기호지세(호랑이를 타고 달리는 형세)의 형국으로 접어들 전망이다. '호랑이굴' 민주당에 들어간 안 위원장이 1962년 호랑이띠답게 호랑이 등에 올라탄 듯한 기세로 창당 국면을 주도하는 셈이다.

호랑이 비유만큼이나 설득력을 얻고 있는 것은 백신의 비유다. 안 위원장은 정치에 입문하기 전에 컴퓨터 바이러스 백신 제작자로 이름을 날렸다. 그가 만든 백신 프로그램 V3이 안 위원장을 저명인사의 반열에 올려놨다는 점에서 민주당과 통합을 통해 새정치를 실현하려는 안 위원장의 모습이 바이러스에 감염된 컴퓨터를 백신프로그램으로 치료하는 장면을 떠올리게 한다는 해석도 나온다.

실제로 안 위원장은 그간 민주당을 구태정치의 한축으로 치부하며 공세를 펴왔다.

민주당과의 통합선언 직전까지도 안 위원장은 "기존 정치세력은 기득권 불리기에만 골몰하고 있다" "수십년 기득권 정치 구도를 타파하고 한국정치 전체를 개편하는 것이 새정치" "거대양당의 근거 없는 비방이 드세다" "다당제 정착을 위한 제도개편 등 문제를 풀어서 민심을 반영하지 못하는 제도를 고치는 것이 (지방선거에 임하는)정공법" 등 강경발언을 하며 민주당과 거리를 둬왔다.

그러던 안 위원장이 민주당과 통합을 통해 새정치를 실현하겠다는 결심을 하게 된 것은 민주당이 2월 발표한 3대 혁신안과 시군구 기초의원 선거와 기초자치단체장 선거 공천 포기 선언 때문이었다.

김한길 대표 체제 하에서의 민주당에서 기득권을 내려놓기의 단초를 발견한 안 위원장은 통합을 통해 새정치의 큰 그릇을 만들겠다는 결심을 하게 됐다. 그간 민주당을 구태정치 바이러스에 심각하게 오염돼 '포맷'해야 할 컴퓨터로 보던 안 위원장이 새정치란 백신프로그램을 깔아 빠른검사 후 바이러스와 악성코드를 치료하면 다시 사용할 수 있는 쓸 만한 컴퓨터로 판단한 셈이다.

그 결과 안 위원장은 이달 초 제3지대 신당 창당을 통한 통합이란 방식으로 민주당과 결합하기로 결단했다. 여전히 민주당을 포맷해야할 대상으로 보고 있는 한나라당 출신 김성식 전 새정치연합 공동위원장을 제외하면 상당수 새정치연합 인사들이 통합신당 창당 작업에 동참하고 있다는 점에서 안 위원장의 갑작스런 변심으로 인한 충격은 점차 완화되는 모양새다.

졸지에 치료대상이 된 민주당의 초기 거부반응은 일견 크지 않아 보인다.

신당추진단 정무기획분과위원장인 민주당 민병두 의원은 "안철수 의원이 앞으로 통합과정이나 선거과정에서 통합의 중심에 서서 안철수 의원식의 새정치를 구호가 아닌 실제로 정치 행위로 표현을 해나간다면 더 많은 세력을 흡수하고 확장자로서의 역할을 해나갈 수 있다"고 평가했다.

4선 중진 김영환 의원도 "안철수를 앞세우고 새정치로 승부해야 한다. 종북프레임과 장외투쟁, 발목잡기 이미지를 뛰어넘어 중도로 확장하고 20~30대의 지지를 견인해야 한다"며 안 위원장을 치켜세웠다.

그러나 민주당 일각에선 새정치 백신의 침투에 거부반응이 나타나고 있다. 특히 친노무현계 인사들과 진보성향 강경파 인사들이 안 위원장의 행보를 예의주시하며 예민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정청래 의원은 안 위원장을 겨냥, "참신한 주장도 있지만 너무 독불장군식으로 민주당의 모든 것은 구태고 바꿔야 할 대상쯤으로 여기는 것은 아니냐"며 "선한 눈빛의 당신에게서 옹고집의 인상을 느낀다. 균형감각을 잃지 않길 정중하게 부탁한다"고 말했다.

대표적인 친노 인사로 분류되는 문성근 전 상임고문도 "통합신당이 새정치를 주장했지만 내용이 없다. 기초선거 무공천이 새정치냐"며 안 위원장을 우회적으로 비난했다.

이들뿐만이 아니다. 당내 중도성향 인사들은 안 위원장의 합류를 계기로 친노 인사들과 진보성향 강경파들을 향해 견제구를 던지며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이들 중 일부는 통합과정에서 친노 인사들과 진보성향 강경파를 배제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하고 있다.

3선인 조경태 최고위원은 "이념이 다른 사람들이 정치적 이득과 목적을 위해 아닌 것처럼 해서 따라와선 안 된다. 그들은 그들 갈 길을 가야 한다. (친노 진영이 신당에 합류하면) 감 놔라 배 놔라 해서 분파·분열적인 신당으로 갈 가능성이 많다"며 사실상 결별을 선언했다.

이처럼 새정치 백신이 본격적으로 침투하기도 전에 민주당 내부에서 파열음과 오작동이 속출하자 안 위원장은 통합신당 내에서 더 강한 혁신작업을 수행하겠다는 각오를 밝히고 있다.

이와 관련, 안 위원장은 "약속을 지키기 위해서라면 당내에서라도 치열한 싸움을 마다하지 않겠다. 기초선거 무공천과 마찬가지로 정치적 기득권을 내려놓는 일, 민생을 위한 분투를 계속하겠다"며 각오를 다졌다.

새정치 백신의 민주당 치료 과정을 바라보는 새누리당의 시선을 곱지 않다.

박대출 대변인은 지난 14일 논평에서 "신당 창당 과정을 지켜보는 야권의 친노, 재야파 인사들이 신당에 대해 슬금슬금 불신을 표출하고 있다"며 "창당의 기본인 정강·정책도 모호하고, 신당의 공동대표 간에도 생각이 다르고, 친노마저도 믿지 않는 한 지붕 3가족의 미래는 불신의 늪에 빠진 듯하다"고 비판했다.

박 대변인은 "한지붕 3가족이 서로 못 믿는 불신의 굴이고, 그 굴 바닥에는 누가 깔아놓은지도 모를 지뢰가 깔려있고 누가 밟을지도 모를 형국"이라며 "그렇게 서로를 의심하고 믿지 못할 것 같으면 지금이라도 다시 생각해보길 바란다"며 통합 결의 취소를 권하기도 했다.

이처럼 안팎에서 숱한 난관과 공세에 시달리고 있는 안 위원장이 빠른검사를 통해 구태정치 바이러스를 성공적으로 치료하고 민주당의 성능을 회복시킬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뉴시스)
광고

JTBC 핫클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