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비스 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아티클 바로가기 프로그램 목록 바로가기

[크로스체크] 테이저건, 가죽점퍼엔 무용지물…국산 장비 현실은?

입력 2021-11-14 18:19 수정 2021-11-14 19:12
크게 작게 프린트 메일
URL 줄이기 페이스북 X

[앵커]

범인을 제압할 때 경찰이 실탄 든 총 대신 사용하는 게 고압전류가 흐르는 전기침이 발사되는 '테이저건'입니다. 그런데 이게, 범인이 흉기를 휘두르는 급박한 사건 현장에서 아무 효과를 못내는 경우가 많습니다. 범인이 두꺼운 옷을 입고 있으면 뚫어내질 못하는 건데요.

크로스체크 서준석 윤재영 기자가 테이저건 문제, 집중 취재했습니다.

[기자]

주택가 한복판에서 한 남성이 흉기를 들고 난동을 부립니다.

마침내 주변을 둘러싼 경찰이 테이저건을 쏩니다.

하지만 옷에 붙은 전선을 대수롭지 않게 떼어내는 남성 오히려 더 흥분해 경찰에 달려듭니다.

[테이저건도 안 통하네.]

두꺼운 겨울 점퍼가 원인이었습니다.

테이저건은 전자침 두 발이 목표에 함께 명중해야 충격을 줍니다.

그런데 한 발이 점퍼를 뚫지 못한 겁니다.

이번 만이 아닙니다.

지난 2019년 서울 암사역 흉기 난동 사건 때도, 같은해 20여명의 사상자를 낸 진주 아파트 방화 살해 안인득 사건 때도 테이저건은 무용지물이었습니다.

두꺼운 옷 때문에, 두 발 중 한 발만 맞아서 이유는 항상 비슷했습니다.

경찰은 "테이저건이 실탄보다 값이 비싸 훈련이 어렵다"고 말했습니다.

미국 A사가 개발해 전세계에서 사용하는 비살상무기 테이저건.

하지만 현장에서는 한 번 빗나가면 사실상 못 쓰는 점, 수입품이라 가격이 비싼 게 한계입니다.

이에 경찰은 연구개발비 10억 여원을 들여 직접 개발해왔습니다.

해당 업체에서 제품을 확인해봤습니다.

[김범진/개발업체 대표 : 단발 기능만 있는 거에 비해서 저희 제품은 3연발 기능을 갖추고 있는 연발 기능을 갖추고 있는 제품입니다.]

한 번 안 맞아도 바로 다시 쏠 수 있다는 겁니다.

레이저가 두 개가 나가 조준이 쉽고 가격도 수입품의 절반 수준입니다.

하지만 두꺼운 옷을 잘 못 뚫는 것은 여전합니다.

[김범진/개발업체 대표 : 전극침이 약 9㎜에서 10㎜ 사이 되거든요. 전극침을 높이면 좋은데 여름이 문제입니다. 얇게 입었을 때는 심장 어택을 할 수 있어요.]

최근 국정감사에서 이 장비는 강한 지적을 받았습니다.

제품 100정에 대한 경찰 검사에서 약 90개가 불량으로 판단된 겁니다.

경찰청은 현재 재검사에서 개선이 확인되고 있어 개발이 완료되는 대로 시범운영을 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기존의 테이저건은 유용하기도 했지만 한계도 있었습니다.

지금은 국산 기술의 전자충격기로 새로운 시도를 앞두고 있습니다.

이렇게 더 나은 테이저건을 개발하려는 것은 그만큼 테이저건이 필요한 현장이 많다는 뜻입니다.

하지만 안전성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높습니다.

지난해 5월 콜로라도 주, 경찰이 한 남성을 제압하기 위해 테이저건을 쏩니다.

남성은 고통을 호소합니다.

[경찰 : (죽을 것 같아요.) 널 죽이려는 게 아니야. 더는 저항하지 마.]

하지만 테이저건을 맞은 남성은 의식을 잃었고, 결국 숨졌습니다.

테이저건 사망 사고는 한국에서도 있었습니다.

지난 2017년 합천의 한 병원.

주차장에 멈춘 구급차에서 40대 A씨가 실려 나옵니다.

정신질환을 앓던 A씨는 병원 입원을 거부하며 흉기를 휘두르다가 경찰이 쏜 테이저건에 쓰러졌습니다.

하지만 의식을 회복하지 못하고 사망 했습니다.

2005년 테이저건이 국내에 들어온 이후 검거과정에서 나온 첫 사망 사례입니다.

테이저건을 만든 회사는 실험 영상까지 올려가며 테이저건은 근육을 일시적으로 마비시키는 기능을 한다고 홍보합니다.

사망 사고와 테이저건의 직접적인 연관성을 인정하기 어렵다는 겁니다.

하지만 사망이 매년 이어지자 "가능하면 가슴 부위를 조준해 사용하는 것을 자제해달라"고 했습니다.

[이윤호/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 : 치명상을 가할 수 있는 부위가 아닌 상대적으로 안전한 곳을 향해서 쏘게 한다던가 이런 훈련을 더 많이 시켜서 사고 위험을 줄이는 것이 필요…]

(영상그래픽 : 김정은)

관련기사

흉기 든 중국인 남성, 학원 인근서 난동…실탄 4발 쏴 제압
광고

JTBC 핫클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