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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눈물도 다 말라"…생존자들의 상처, 그리고 일상

입력 2017-12-28 08:45 수정 2017-12-28 1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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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일본의 요구를 대부분 들어주는 합의를 박근혜 정부가 했다는 어제(27일) 발표 내용, 피해자 할머니 분들은 어떻게 보셨을까요. 일본이 버티고 있는 사이 상처가 더 깊어지고 있는 피해자들, 저희 JTBC는 이 할머니 분들의 당시의 기억들, 그리고 지금의 모습을 기록하는 작업을 할 예정입니다.

채승기 기자입니다.
 

[기자]

일본 군인에게 배운 노래가 아직도 선명합니다.

끔찍한 기억도 마찬가지입니다.

[이용수 (89세)/대구 : 넌 죽은 것처럼 눈 뜨지 말아라… 담요 사이로 보니까 막 군인들이 언니한테 달려들어요.]

몸에 남은 상처가 마음을 더욱 들쑤시고,

[이 모 할머니 (89세)/대구 : 불로 지진 데는 이거 봐 얼마나 오래됐어. 불에 지지고…허리 등때기…]

끝내 눈물이 쏟아집니다.

[이 모 할머니 (89세)/대구 : (도망치던) 우리 셋을 끈을 갖고 와서 허리를 다 엮어가지고…내가 굴비 엮은 것만 보면 그 생각이 막 나요.]

강렬한 분노만 남은 채 기억은 점점 흐려집니다.

[김복득 (100세)/경남 통영 : 아이고 나쁜 놈들 (할머니 그런 생각 하지 마) 너무 참말로…(그래도 할머니 안 좋았던 거 생각하지 맙시다)]

피해 사실을 증언하고 집회에서 목소리를 높이는 일도 버거워진 지 오래입니다.

[안점순 (89세)/경기 수원 : 내가 일본 갈 때만 해도 벌써 언제고… 아이고 그때만 해도 눈물이 나서 말을 잘 못했지. 이제는 눈물도 다 말랐어.]

[길원옥 (90세)/서울 : 조금 괜찮아서 나가려면 아프니까 또 못 나가고. 수요집회는 영락없이 웬만큼 아파서는 나가야 하는데, 우리들 때문에 그 여러 사람이 나오는데…]

쓸쓸한 하루하루가 빠르게 지나가고 곁에 있던 사람도 하나둘 떠납니다.
 
[박필근 (90세)/경북 포항 : (오늘은 뭐하다 오셨어요) 화투쳤습니다. 밤도 길고 밤에 또 배도 고프고 그러니까 화투를…오늘도 화투치다 왔네, 심심해서 혼자…]

이제 남은 생존자는 서른두 분, 언제쯤 진정한 사과를 받을지 기약은 없습니다.

[박필근 (90세)/경북 포항 : 그 언제 그 (사과) 하는겨 일본 놈들이…언제 (글쎄 나도 그게 걱정이야) 몇백 년, 몇백 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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