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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트체크] '담뱃값 인상' 서민증세 아닌 부자증세?

입력 2014-09-22 2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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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이번에 개편과 함께 신설한 팩트체크 코너입니다. 이 팩트체크 코너는 정치인을 비롯한 공무원 또 사회유력인사들의 발언들 가운데 사회적으로 이슈가 된 내용을 심층적으로 파헤쳐서 사실관계를 따져보는 그런 시간입니다. 물론 그런 발언 내용뿐만이 아니라 저희들한테 또 시청자 여러분께 의미가 있는 그 모든 사안에 대해서 저희들은 팩트체크 역할을 할까 합니다. 이 코너는 김필규 기자가 맡았습니다.

김필규 기자, 오늘은 담뱃값에 대해서 따져보기로 했습니다. 담뱃값이 과연 서민증세냐 아니냐, 이 부분을 따져보자는 거잖아요. 정부에서는 물론 그걸 건강증진을 위한 방법이라고 얘기를 하고 있고, 얘기를 풀어볼까요.

[기자]

일단 나성린 의원이 인용한 내용을 꼼꼼히 살펴보겠습니다.

소득 수준에 따라 담배를 얼마나 피느냐 봤더니 하위 10%가 전체 담배소비량의 5.5%에 불과했다는 건데요.

그래서 통념과 다르게 서민들이 담배를 더 많이 피우는 건 아니다 이런 주장입니다.

이 자료는 2009년 조세재정연구원에서 조사한 건데요, 그 내용 자체가 틀린 건 아닙니다.

[앵커]

그런데 서민을 소득하위 10%로 잡았다라는 것이 너무 좁게 잡은 게 아니냐, 이런 지적이 나올 법하죠.

[기자]

예, 그 부분이 좀 문제입니다.

서민의 범위가 어떻게 되느냐…일단 사전적 정의는 "경제적으로 중류 이하의 넉넉지 못한 생활을 하는 사람"이라고 해서 좀 애매합니다.

그런데 그동안 정부가 내놓은 서민지원대책을 보면 기초연금이나 양육수당 받을 수 있는 기준이 소득 하위 70%고요.

또 금융위원회도 이와 관련해 밝힌 바가 있는데 "복지 측면에서 보면 하위 5분의 2까지, 그러니까 40%까지를 서민으로 본다"는 겁니다.

이 기준에 따라 보수적으로 봐도, 전체 담배 소비량에서 서민들이 차지하는 비중은 나 의원이 이야기한 5.5% 수준이 아니라 30%를 훌쩍 넘는다고 볼 수 있는 거죠.

[앵커]

아까 잠깐 얘기했던 예를 들어서 서민대책기준이 하위 70%라고 하는 것은 그만큼 거꾸로 얘기하면 부의 편중이 심하기 때문에 대부분의 부를 8, 90이 가지고 있고 1부터 7까지는 별로 가지고 않다는 게 정부의 판단이기도 했잖아요. 그런데 여기에서 1분위만 놓고 보는 것은 너무 심하다. 그래서 그나마 우리가 객관적으로 받아들
일 수 있는 것이 조세재정연구원 것으로 보자면 그래도 40%다. 그렇게 놓고 봤을 때 담배 소비량의 32.2%를 바로 소득 하위 40%대 사람들이 소비하고 있다. 그런데 소비량만 놓고 볼 것이 아니라 서민들이 느끼는 체감 같은 것도 굉장히 중요한데, 그건 어떻게 봐야 됩니까?

[기자]

그래서 그 부분에 관해서 알기 쉽게 설명을 한번 해 보겠습니다.

일단 하루에 1만원 정도 버는 사람, 저소득층이 있다고 생각을 해 보고요. 또 하루에 10만원을 버는 고소득층이 있다고 생각을 해 보겠습니다.

그렇다 그러면 둘 다 하루에 담배를 한 갑을 피우는데 담뱃값이 2500원에서 갑자기 4500원으로 뛰었습니다.

그렇다면 저소득차의 경우에는 그 부담, 담배를 사는 부담이 지금 하루 수입의 45
%까지 뛰는 거고요. 10만원을 버는 사람은 여전히 그냥 4.5%밖에 안 되는 겁니다.

그러니까 서민이 느끼는 부담, 훨씬 크다고 볼 수가 있는 거겠죠. 그런데 이게 사실상 담뱃값, 거의 다 세금 아닙니까?

그러니까 서민 입장에서는 세금부담이 훨씬 늘고 또 고소득층 입장에서는 상대적
으로 덜하다. 그래서 서민증세라는 이야기가 충분히 나올 수 있는 상황입니다.

[앵커]

소위 역진세 얘기가 나오는 건데 그래서 과거에 그렇게 얘기한 사람도 있습니다. 그러니까 서민들이 부담을 더 느끼게 되니까 결국은 서민들이 더 담배를 끊게 될
것이 아니냐. 그런데 고소득층은 그럴 부담이 여기 본 것처럼 적으니까 담배를 덜 끊게 될 것이고, 즉 계속 피우게 될 것이고 그러면 그 사람이 세금을 내는 것이니까 결국은 고소득층의 세금이다, 부자 증세다. 이렇게까지 얘기할 수 있는 건데요?

[기자]

손 앵커 기억하시는 것처럼 그런 이야기를 직접 했던 여당 의원이 있었는데요. 그 이야기 잠깐 한번 듣고 가겠습니다.

[김재원/새누리당 의원('손석희의 시선집중' 13년 3월 13일) : 서민들은 담배를 많이 끊어서 오히려 담배를 통한 재정기여가 좀 줄어들 수 있고, 고소득층은 이제 그런 가격탄력성이 별로 없기 때문에 고소득층의 세금부담은 좀 늘어나는 효과가 되지 않을까, 전문가들이 그렇게 판단하고 있습니다.]

[앵커]

제가 작년에 시선집중 진행했을 때 했던 인터뷰군요. 오랜만에 다시 듣습니다. 바로 그렇습니다. 이 얘기를 했었어요.

[기자]

기억하시는 대로 그러니까 이제 여력이 안 되는 서민은 많이 끊을 것이고 여력이 되는 부자들은 계속 필 것이니까 결과적으로 부자증세가 될 것이다, 그런 이야기인 건데요.

그런데 2004년에 담뱃값 500원 인상한 뒤에 흡연률이 좀 낮아지니까 왜 그랬나 그
이유에 대해서 설문조사를 한번 했거든요.

복지부의 2008년 조사인데 지금 보시는 것처럼 경제적인 이유 때문에 끊겠다는 것
은 6% 정도밖에 되지 않았고요. 오히려 건강이 나빠져서 건강을 위해서 금연을 하겠다라는 의견이 60%를 넘었습니다.

그렇다면 과연 담뱃값이 올랐다고 서민이 많이 끊고 부자는 그냥 계속 피울 건지, 또 그래서 앞에서 본 것처럼 담뱃값 인상은 서민 증세가 아니라는 말도 과연 옳다
고 할 수 있을지 한번 심각하게 생각해 볼 수 있는 대목입니다.

[앵커]

팩트체크 김필규 기자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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