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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착카메라] 워터파크 없는 '워터파크역'…황당한 정류장

입력 2020-07-14 2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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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지하철 역이나 버스 정류장의 이름은 지명 대신 쓰이는 경우가 많습니다. 때문에 역의 이름을 지을 땐 행정구역이나 지역을 대표할 수 있는 명칭을 붙이는 게 원칙인데요. 그런데 수영장이 없는 워터파크역이 있는가 하면 온천이 없는 온천역도 있습니다.

어떤 사연인지, 밀착카메라 이선화 기자입니다.

[기자]

인천 영종도에 있는 워터파크역입니다.

4년 전 개통한 인천공항 자기부상철도가 지나가는 역사 중 한 곳인데요.

이름만 들으면 마치 대규모 물놀이 시설이 인근에 있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하지만 역 근처를 좀 둘러보면 아무런 시설이 없고 또 안내판이나 표지판도 따로 마련돼 있지 않습니다.

역 앞이 텅 비었습니다.

인근엔 경정 훈련원과 축구 경기장뿐입니다.

[역 관계자 : 워터파크는 그냥 물 고여 있어서 워터파크인가. 이름을 잘못 지었어. 사람들이 물놀이하는 데 있냐 그러는데 '이름뿐이다' 우리가. 주말에 내려서 혹시나 하고 구경가려고 하는데 가도 아무것도 없어요.]

역 이름은 지난 2012년 결정됐습니다.

당초 국토교통부와 인천국제공항공사는 이 일대에 워터파크를 조성할 예정이었습니다.

이곳이 원래 대규모 수상 레저 시설이 들어설 부지였습니다.

지금은 개발이 중단되면서 이처럼 갈대만 무성한 채 방치된 상태인데요.

이렇게 곳곳은 완전히 쓰레기장으로 변해버리기도 했습니다.

공항공사 측은 사업 추진 방향을 결정하는 중이라곤 하지만, 기약이 없습니다.

[인천국제공항공사 : 개발계획에 워터파크지역 개발을 반영해서 검토할 예정이라고만. 언제까지 계획이 끝난다 이걸 구체적으로 말씀드리긴 어려울 것 같아요.]

개발은 시작도 안 했는데 역 이름부터 지으면서 지역과 다른 역명을 가진 곳은 또 있습니다.

지하철 4호선 신길온천역입니다.

역명이 이렇다 보니 온천이 있을 거라고 기대하고 오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고 하는데요.

이렇다 보니 1번 출구로 나가는 길엔 이처럼 신길온천역에는 온천이 없다는 안내 문구가 적혀 있습니다.

온천 없는 온천역인 셈입니다.

[임병제/경기 안산시 본오동 : 이상하다고 하죠. 왜냐면 온천도 없는데 온천이라 그러니까.]

[A씨/주민 : 모르겠어요, 여긴 아예 온천이 없어요. 아예 없어요. 온천을 왜 붙였는지 모르겠는데.]

지난 2000년 4호선 연장개통 당시 온천 개발이 추진될 걸 예상하고 이름을 지었지만, 역시 개발이 중단됐습니다.

[안산시 도시계획팀 : (온천) 발견 신고만 되어 있는 상태인데 발견 신고자가 돌아가셨어요. 우리 시에서는 온천 양도 적을뿐더러 이미 택지개발이 완료된 토지인데 다른 저기 할 이유가 없는 거죠.]

온천공이 발견된 자리엔 맨홀 뚜껑만 남았습니다.

[B씨/주민 : 사람들이 온천역이라니까 온천인 줄 알고 자꾸 내려요. 전철 타고 오신 노인네들이 온천 있냐고. 온천도 없는데 왜 그걸 써놨냐고 막 뭐라 그래요. 할아버지들이 오면 막 성질내.]

인근엔 아예 역명을 딴 이름을 지은 아파트도 있습니다.

[C씨/주민 : 온천이 나온다 해서 다들 기대가 많았는데. 빨리 개발했으면 좋겠어. 이제 와서 안 되니 어쩌니 묶어버리면 안 된다는 거지.]

[박홍매/경기 안산시 신길동 : 온천이 없다고 해서 그런 오해를 사고 있으니까 바뀌어도 썩 이견은 없는 것 같아요. 개발은 그냥 돼야죠.]

이용객들의 혼란이 이어지자, 안산시는 역명을 바꾸겠다는 입장입니다.

[안산시 도시계획팀 : 역명 바꾸는 것 추진 중이죠. 지명위원회나 그런 걸 통해서 이름 그런 절차를 진행하고 있는 거죠.]

지금은 사라져버린 기관의 이름을 그대로 사용하고 있는 경우도 있습니다.

서울 시내버스 정류장 교육개발원입구역입니다.

교육개발원은 4년 전 충북 진천으로 이전했습니다.

[인근 상인 : 여기 동네 사람들 다 이상하다고 생각을 해. 택시 타고 여기 올 때는 사람들이 다 일동제약 사거리를 가자고 해야 여기로 오거든. 교육개발원 사거리 하면 기사가 전부 긴가민가 하고 다닌다고. 엉뚱한 데로 가요.]

[김휘/서울 양재동 : 저도 여기 3년 살면서 늘 궁금했는데요. 명칭이 정확하면 시민들이 버스 탈 때 조금 더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역명을 지을 땐 지역의 이름을 쓰거나, 근접한 문화재 혹은 국가 주요 기관의 이름을 쓰는 게 원칙입니다.

이름만 보고 위치를 알 수 있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역 이름은 약속 장소로 통용되기도 하고, 위치를 가늠하는 지도가 되기도 합니다.

지역과 관계 없는 명칭은 시민들에게 혼란과 불편을 안길뿐입니다.

(VJ : 서진형 / 인턴기자 : 정유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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