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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호사 따라가지 않고 2층서 기다린 덕에 목숨 건졌다"

입력 2018-01-26 1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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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층으로 간호사를 따라내려가지 않고 2층에서 구조를 기다린 덕에 목숨을 건졌다.

'한 발만 더 빨리 움직였어도 오히려 불귀의 객이 됐을 것'이란 생각에 A(69·여)씨는 지금도 가슴이 뛴다.

37명의 사망자를 낸 세종병원 화재 당시 A씨는 이 병원 2층 203호에 다른 환자 5명과 함께 입원 중이었다.

독감 증세로 입원 중이던 A씨는 이날 아침을 먹고 약을 먹으려던 찰나 복도에서 '빨리 나오세요'라는 고함을 들었다.

'사람이라도 죽었나'하는 생각에 병실 밖으로 나가보니 간호사가 복도를 뛰어다니며 고함을 지르고 있었다.

고함 소리를 듣고 나온 환자 수십 명으로 복도는 가득 차 있었다.

간호사는 환자들을 인솔해 1층으로 내려가는 중이었다.

순간 어리둥절하게 있던 A씨는 순간 1층에서 매캐한 냄새와 함께 검은 연기와 붉은 불꽃이 2층으로 올라오는 것을 봤다.

연기 냄새에 머리가 어지러워진 A씨는 큰일이라는 생각에 잠시 고민하다 문을 닫고 병실 안에서 대기하기로 했다.

연기와 불꽃에 1층으로 내려가는 것보다 2층에서 구조를 기다리는 게 더 현명하겠다는 생각에서였다.

함께 입원한 사람 중 발 빠르게 간호사를 따라 1층으로 내려간 한 명을 제외한 나머지도 A씨와 함께 병실에서 구조대원을 기다리기로 했다.

문을 닫은 뒤 TV에서 본 것처럼 물수건으로 입과 코를 막고 있던 A씨는 얼마 지나지 않아 사이렌 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소방대원들이었다.

순간 누군가 창문을 열고 소방대원들을 향해 '살려달라'고 고래고래 고함을 질렀다.

이 모습을 본 소방대원들은 사다리를 2층 창문까지 올려 병실 안 사람들을 구조하려 했다.

A씨는 급한 마음에 머리부터 창문으로 빠져나와 사다리를 타고 내려가려다 도저히 그 자세로 내려가는 게 힘들 것 같자 소방대원들에게 '그냥 떨어지겠다'고 말했다.

A씨는 사다리에 어정쩡한 자세로 매달린 상태에서 그대로 1층으로 몸을 날렸다.

밑에서 대기 중이던 소방대원 2명은 A씨를 무사히 받은 뒤 그대로 고꾸라졌다.

곧장 인근 병원으로 옮겨진 A씨는 다행히 무릎 근처에 타박상을 당한 것 외에 크게 다친 곳은 없었다.

A씨는 "재빠르게 간호사를 따라 1층으로 내려간 병실 동료는 뉴스를 보니 사망한 것으로 나오더라"며 "그때 대응을 늦게 한 게 오히려 내 목숨을 살린 모양새가 됐다"고 말했다.

이어 "당시 정신이 하나도 없었는데 돌이켜보니 이런 일로 누군가는 죽고 누군가는 사는 게 인생사인가 싶다"며 "이런 큰 사고가 나에게 닥칠 거라곤 생각도 못 했다"고 가슴을 쓸어내렸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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