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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②] 권수현 "성공한 김지운 덕후…송강호 눈빛에 울기도"

입력 2016-09-29 09:29 수정 2016-09-29 1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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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0만 관객에게 눈도장을 찍었다. 영화 '밀정'(김지운 감독)을 관람한 관객들이라면 엔딩에 등장한 훈남 배우에 눈을 반짝이며 그의 정체에 대한 궁금증을 한 번쯤은 내비쳤을 터. 권수현. 1986년 생. 올해 31살로 데뷔 연령대가 다소 빨라진 요즘으로 따지면 늦깎이 나이 연기자의 길로 발을 들였다. 하지만 신선한 마스크와 열정 만큼은 여느 10대, 20대 배우들 못지 않게 매력적이다.

학창시절 미술에 푹 빠져 살다 전공까지 미술로 결정지으며 미술학도의 길을 걸으려 했던 권수현이다. 대학생이 되자마자 난데없이 음악에 꽂혀 밴드까지 결성, 그 계기로 음악 영화에 출연했다 연기에 맛을 들였다는 파란만장한 스토리가 권수현이라는 이름 앞에 '배우'라는 수식어를 붙게 만들었다.

여전히 현장이 낯설고 TV에서만 보던 배우들을 눈 앞에서 볼 땐 마냥 신기하다고 말하지만, 그 사이 거장 김지운 감독의 눈에 들었고 충무로가 주목하는 최고의 기대작에서 무려 피날레를 장식했다. 데뷔 전부터 김지운 감독의 일명 '빠돌이'로 인터뷰 내내 "황홀했다"는 말만 최소 10번은 반복한 권수현. '밀정'의 단체 포스터는 큰 액자로 그의 집 한 켠에 자리해 있다.

※인터뷰 ①에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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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려 엔딩을 장식했다. 심지어 송강호와 1대 1로 호흡을 맞췄는데.

"다시 생각해도 소름 돋는다. '엔딩을 장식한다'는 어떤 자부심 보다는 감사함과 기대감이 더 컸다. 그리고 영화를 보니까 그림이 너무 예쁘게 나와서 진심으로 감동했다. 분위기가 정말 멋지지 않냐. '저 안에 내가 있어!'라는 생각에 행복했다."

-연기가 어렵지는 않았나.

"중국에 한 번 다녀왔다가 다시 나갔을 때 찍은 신이다. 그 사이 한 달이라는 텀이 있었는데 사람도 술도 끊고 어떻게 연기할지에 대해서만 고민했다. 나름 연구도 하고 준비도 많이 했지만 현장에서는 잊어버리고 나를 비우려고 노력했던 것 같다.

무엇보다 감독님께서 '감정을 갖고 있되 울지는 않았으면 좋겠다'고 하셨다. '단장님께 전하실 말씀 없으십니까?'라고 하면서 송강호 선배님 얼굴을 딱 쳐다 봤는데 찰나의 순간 얼굴과 눈빛이 이미 많은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울컥했고 눈물이 뚝 떨어졌다.

풀샷이어서 울어도 상관은 없었지만 그래도 울면 안 된다는 생각에 고개를 한참 숙이고 있다가 들기도 했다. 그 날 오후 송강호 선배님께서 그 신에 대해 이야기를 하면서 '좋았다'고 하시는데 까마득한 후배도 동료라 생각하고 하나 하나 기억하면서 말씀해 주셔 감사했다."

-모든 후배들이 꼭 한 번 만나보고 싶다 말하는 송강호다. 직접 보니 어떻던가.

"화면에서 보이는 것과 똑같았다. 앵글 안과 밖의 차이가 거의 없었다. 나에게는 너무 어렵고 존경하는 선배님이다 보니 처음 마주했을 때는 그대로 얼어붙어 무슨 말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더라.

엔딩신 촬영이 끝나면서 중국 촬영도 함께 끝나 다 같이 하는 식사자리가 있었다. 그리고 숙소로 돌아와 강호 선배님과 맥주를 한 잔 마셨다. 30분은 단 둘이 있었고, 그 후에 (김)동영이를 비롯한 여러 배우들이 들어와 같이 마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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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기할 때모다 그 30분이 더 떨렸을 것 같은데?

"머릿속이 새 하얘지더라. 그런 느낌은 처음이었다. 촬영 후 살짝 긴장이 풀렸는데 다시 긴장이 되는 순간이었다. 그래도 기회를 놓치면 안 되는 생각에 얼른 방에 가서 대본을 챙겼고 선배님에게 사인을 부탁했다. 사인에 '중국 상해에서'라고 써 주셨는데 함께 이야기 할 수 있는 추억이 생긴 것 같아 너무 좋았다.

훗날 나도 선배님처럼 후배들에게 베풀 줄 아는 선배, 존경받을 수 있는 선배가 돼야겠다는 생각은 순간 순간 한다. 촬영 후에도 많은 자리를 통해 사적으로도 보게 됐지만 현장에서 보는 것이 아니어도 선배님은 항상 한결같다. 인생 선배로서 가르쳐 주시는 부분도 많다. 존경하지 않을 수 없다."

-'밀정' 출연 후 주변 반응도 달라지지 않았나.

"완성된 영화를 보기 전까지는 '나 '밀정' 나오니까 '밀정' 봐'라고 당당하게 말하지 못했다. 좋은 영화로 나올 것이라는건 믿어 의심치 않았지만 내가 어디서 어떻게 나올지 모르니까 괜히 함부로 설레발 치기가 조심스러웠다. 아주 친한 친구, 형들에게만 촬영할 때 '내 눈 앞에 김지운 감독님이랑 송강호 선배님이 계셔. 매일 보고 있다고!'라는 식으로 자랑만 했다."

-개봉 후에는?

"반응이 궁금해서 사실 좀 찾아봤다. 알아보고 SNS에 댓글을 달아주시는 분들도 있는데 한 분 한 분께 너무 감사하다. VIP시사회 때 초대했던 지인 분들은 '수현이가 초대해서 오긴 왔는데 왜 이렇게 안 나와?'라는 마음에 초조했다고 하시더라. 근데 엔딩이 다 했다고.(웃음) 친구들은 놀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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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들도 좋아했을 것 같다.

"제작사에서 '밀정' 의열단 단체사진이 담긴 포스터를 엄청 큰 사이즈로 세 장 주셨다. 그 사진이 포스터로 공개될 줄도 몰랐다. '밀정' 포스터를 찍으러 가야 한다길래 '내가 왜 무슨 포스터를 찍지?' 싶었다. 찍어주신 것도 감사하고 공개된 날 너무 신기해서 계속 휴대폰만 보고 있었다.

엄마는 전주에 계셔서 이번 추석 때 포스터를 들고 내려갔다. '야, 네가 무슨 여기에. 너 많이 컸다?'라고 하시더라.(웃음) 우쭐하면서 가보로 물리라고 했다."

-'밀정'을 통해 가장 많이 얻은 것은 무엇인가.

"좋은 선배들을 만났고 좋은 동료들을 얻었다는 것. 무엇보다 이제 막 기지개를 펼치려고 하는 또래 친구들을 알게 돼 좋았다. 형들을 비롯해 동생들에게도 배운 것이 많다. 우리끼리 맥주 한 잔 마시면서 '오늘 그 장면 선배님 진짜 멋지지 않았냐?'라고 말하면서 서로 스터디 아닌 스터디도 했다."

-황홀함은 언제까지 지속될까?

"연기 생활을 하면서 '밀정'에 빠져 있었던 시간은 죽을 때까지 잊지 못할 것 같다. 지금도 감독님, 선배님들과 같이 앉아있으면 '내가 여기 있는게 맞나? 어디 있는거지?'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낯설고 신기하다. 흠모하던 감독님께서 당신의 작품에 출연하는 한 배우로 대해 주셨을 때 세상을 다 가진 것처럼 기뻤다. 어떤 현장에서든 잊지 않고 노력할 생각이다."

인터뷰 ③으로 이어집니다.

조연경 기자 cho.yeongyeong@joins.com
사진= 양광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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