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미국 중앙정보국 CIA의 고문 실태를 담은 의회 보고서가 오늘(10일) 공개됐습니다. 상상을 초월하는 잔혹한 수법에 파문이 커지고 있는데요.
워싱턴에서 이상복 특파원입니다.
[기자]
2001년 9.11 사태 후 미 중앙정보국 CIA는 테러 용의자 119명을 유럽과 아시아의 비밀 기지에 수감했습니다.
이들 시설에서 한 수감자는 익사 직전까지 얼굴에 물을 붓는 고문을 183차례나 받았습니다.
180시간 동안 잠을 안 재우거나, 항문을 통해 직장에 강제로 물을 주입하는 고문 수법도 동원됐습니다.
콘크리트 바닥에 발을 묶은 채 차례로 옷을 벗겨 수감자가 저체온증으로 숨지기도 했습니다.
체모를 모두 깎은 뒤 불이 환하게 켜진 흰색 방에 가두고 아주 큰 소리로 음악을 듣게 해 감각을 마비시키는 수법도 도입했습니다.
CIA는 군 출신 심리학박사 2명에게 약 9백억원의 돈을 주고 이들 고문기법을 개발한 걸로 드러났습니다.
이번 보고서를 공개한 미 상원은 CIA가 이런 고문을 '선진 심문 기법'이란 이름으로 포장해 정부와 의회를 속였다고 비판했습니다.
[다이앤 파인스타인/미 상원 정보위원장 : CIA 주장과 달리 이 고문은 핵심 정보들을 끌어내지 못 했습니다.]
이런 가운데 고문이 자행됐던 시기에 재임했던 부시 행정부 인사들은 이에 반박하는 보고서를 준비 중인 걸로 알려졌습니다.
보고서 공개를 둘러싼 여야 갈등 때문에 미국 정치권은 극한 대립으로 치달을 가능성이 높아졌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