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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착카메라] 버리고 태우고…상처 남기는 '무허가 굿판'

입력 2020-02-13 2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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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오늘(13일) 밀착카메라는 무허가 굿판에 다녀왔습니다. 허가 없이 천막을 치고, 바위에 이름을 새기고, 불을 피워서 산불 나면 어쩌나 싶은 일이 벌어지기도 합니다. 오랜 풍속이라곤 하지만 지킬 건 지켜야겠죠.

연지환 기자입니다.

[기자]

날씨가 풀리자 해안을 찾는 발길이 늘었습니다.

갯바위로 유명한 부산 오랑대입니다.

제 뒤쪽으로 캠핑을 하기 위해 카라반과 텐트들이 놓여 있습니다.

녹지로 만들기 위해 준비 중인 관광부지입니다.

그런데 바닷가 해안 쪽 갯바위 쪽을 보면 이곳저곳엔 정체 모를 천막들이 쳐저있습니다.

무엇을 하는 곳인지 직접 가까이 한 번 가보겠습니다.

초가 켜져 있고, 장판이 깔렸습니다.

주변엔 음식 쓰레기들이 봉지에 담겨 있습니다.

[관광객 : 전부 다 굿하고 버린 거예요. 고사 지내고 사이사이에 다 버리고.]

천막 바로 옆에 있는 해안가 쪽으로 내려와 봤습니다.

이런 틈 사이에는 불을 피웠던 것으로 보이는 흔적 그리고 제사를 지냈던 것으로 보이는 흔적들이 그대로 남아있습니다.

조금 더 안쪽으로 들어가 볼까요.

이 바위 아래에는 말린 생선들이 그대로 버려진 채 나뒹굴고 있습니다.

이곳에서 굿판이 많이 벌어지고 있다고 하는데, 제 뒤편에는 바위에 온갖 이름들이 새겨져 있습니다.

촛농은 여기저기 녹아들었습니다.

바위엔 누군가의 이름이 잔뜩입니다.

그때 한 사람이 눈에 띕니다.

말린 생선을 바다 쪽으로 던집니다.

[굿하러 온 무당이야, 무당.]

무속인입니다.

왜 던지냐고 물어봤더니.

[무속인 : 북어는 왜 던지느냐? 지저분하니까. 난 지금 청소하는 차원에서 던졌고. 불어 터져 밀려와야 새들이 먹을 거 아닌가?]

술을 버리는 사람도 목격됩니다.

[무속인 : 내 고향, 여기 이 동네 사람인데 나도.]

근처 천막에선 꽹과리 소리가 들립니다.

이런 천막들은 허가받지 않고 만들어졌습니다.

과태료 대상입니다.

천막 쳤다는 사람을 찾아가 봤습니다.

[관리인 : 어제오늘 일이 아니고 몇 년 전부터 하는 장소니까. 무속인이 찾아오니까 할 수 없다 아닙니까?]

시선이 곱지만은 않습니다.

[관광객 : 보기에는 안 좋더라고. 막 두들기고 이러니까 보기…]

부산에서 가장 높은 금정산에도 정체 모를 쓰레기가 눈에 띕니다.

등산로 바로 옆에 있는 산자락입니다.

이 아래에는 굿에 쓰였던 걸로 보이는 돼지 머리뼈들이 잔뜩 나뒹굴고 있습니다.

잠깐 위로 올라가 보면요, 주위에는 온통 짐승의 뼈들이 가득합니다.

저쪽에는 신던 짚신이 그대로 버려져 있어서요, 잘못 보면 상당히 섬찟할 수도 있습니다.

[유진철/범시민금정산보존회 생태국장 : 다 무속행위 하고 버린 겁니다. 이거. 버리면 안 되죠. 저거 가지고 가야죠.]

바로 옆에선 무속 행위가 한창입니다.

뭔갈 태운 흔적도 발견됩니다.

[김양희/범시민금정산보존회 이사 : 촛불하고 녹아서 탄 거 아닌가? 맞는 거 같은데.]

산에선 불을 피우는 건 물론이고, 화기를 갖고만 있어도 안 됩니다.

[무속인 : 이 사람들이 일부러 불내고 이러지는 않아요. 불 안 나는 곳에 자기 불 켜고 거기서 기도하고.]

지난해 이 산에선 큰불이 났습니다.

무속인의 촛불이 원인으로 지목됐습니다.

산자락 마을에도 징 소리가 요란합니다.

소각한 쓰레기도 보입니다.

[굿당 관계자 : 돼지 키우는 막사였는데, 여기를 개조를 해서 굿당을…]

바로 앞엔 무속 행위를 하지 말아 달라는 글이 붙었습니다.

[주민 : 너무 시끄러워 못 살겠다. 막 그거 해서 태워서 갖다가 버리는 거지. 과일 껍데기 같은 거 저런 거. 얼마나 더러워.]

물론 주민들도 단속만이 능사는 아니라고 얘기합니다.

이들이 하고 싶은 말은 전통은 이어져야겠지만, 그러려면 주위에 대한 배려가 필요하단 것입니다.

[주민 : 무속인 행위를 하는 거는 옛날부터 올라오잖아요. 문화도 이제 우리가 첨단을 달리고 있잖아. 어느 선에서도 남을 생각해주는 마음도 가져야 되지.]

무속 신앙은 오랜 전통인 만큼 우리 정서에 익숙한 문화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모두가 사용하는 공간을 마음대로 하는 건 단속대상이기도 하죠.

지킬 걸 지키면서 시민들과 함께할 때 전통도 공존의 길을 찾을 수 있을 겁니다.

(인턴기자 : 조민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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