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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트체크] 대기업 총수 수사, 경제에 악영향 주나?

입력 2017-01-18 22: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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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대기업 총수가 수사를 받거나 구속되면 나라 경제가 악영향을 받는다.' 이런 말 많이 들어보셨죠. 논리가 이렇습니다. 총수가 없으면 투자가 위축되고 실적이 나빠지고 경제에 안 좋은 영향을 미쳐서 결국 손실이 우리들에게 돌아온다, 그래서 재벌 총수에게 수사 편의를 줘야 한다는 주장으로 이어지죠. 그 주장을 오늘(18일) 팩트체크가 확인해봤습니다.

오대영 기자, 결론은 '꼭 그렇지는 않다' 라는 거죠?

[기자]

이게 논리상으로 보면 그럴듯해 보이기는 합니다. 실제로 기업인들이나 경영학자들 취재하면 "비전과 미션 상실", "의사결정 차질", "인사권 공백" 이런 이유로 기업의 효율성이 떨어진다는 분석도 들을 수 있었습니다.

총수가 수사를 받으면 그렇지 않을 때보다 좋을 수가 없다는 것이죠.

[앵커]

그런 일반론 말고 반론도 꽤 제기되잖아요. 매출이라든가, 주가라든가…그런 지표로는 판단이 안되나요?

[기자]

2005년부터 2015년까지 수사받고 기소되고 확정 판결을 받은 5개 대기업 집단. 재벌이 있습니다. 두산, 한화, 현대자동차, 삼성, 태광그룹인데요. 이 기업집단의 평균, 전체 계열사의 평균치를 보겠습니다.

먼저 수익성. 기소됐을 때 5.76%였는데, 최종선고 때 4.05%였습니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연구하는 넥스트소사이어티재단의 분석한 자료를 인용했다는 점 말씀드립니다.

[앵커]

수사를 받은 뒤에 수익률이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네요?

[기자]

물론 선고 이후에 회복하는 모습을 보이기는 했습니다만 어쨌든 총수 수사가 수익률에 일정부분 부정적 영향을 미친 걸로 해석됩니다.

하지만 기업의 가치가 오히려 향상되는 것을 보여준 수치도 있습니다. 바로 '시가총액'입니다. 총수가 기소된 이후 계속해서 상승했습니다.

'투자' 역시 상승했습니다. '고용'도 지속적으로 증가했습니다.

[앵커]

이렇게 보면 오히려 총수가 수사를 받은 이후에 기업의 경영상황이 좋아진 걸로 보이는데요?

[기자]

그렇게 볼 수 있는데, 이 자료는 '시점'만 변수로 삼았거든요. 이때 어떤 대내외적인 경제 상황이 있었는지, 정부정책이 어땠는지에 대한 변수가 총체적으로 고려되지는 않았습니다.

그래서 '수사 이후에 오히려 좋아졌다' 라고 단정할 수는 없습니다.

대신, 기업이 '총수 수사'라는 하나의 변수만으로 휘청거린다거나, 나라 경제가 악영향을 받는다는 주장은 이 수치들로 반박할 수 있습니다.

[앵커]

그러면, 이번 사건으로 좁혀볼까요. 지금 수사를 받고 있는 기업들의 상황은 어떤가요?

[기자]

삼성전자의 주가입니다. 지난 12일, 194만 원이었습니다. 오늘 184만 7000원으로 마감했습니다.

[앵커]

일주일만에 크게 떨어졌군요?

[기자]

네, 한 10만원정도 떨어졌습니다. 그런데 이번 게이트가 본격화된 지난해 10월말까지 확장해보죠. 삼성전자의 주가 추이, 지속적으로 추세적으로 크게 상승했습니다.

내일도 봐야겠지만 불안심리가 그렇게 크지 않았다는 걸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비슷한 일이 이전에도 있었습니다. 2013년 총수가 구속됐던 SK 주가 추이 보겠습니다.

2013년 2월 4일에 최태원 회장이 구속됐습니다. 당시에 10만 7000원. 그런데 최태원 회장이 구속된 그날 이후로 주가가 오히려 계속 올랐습니다.

도리어 최 회장이 사면된 2015년 8월 13일, 31만 500원 이후에, 사면 이후에 주가가 떨어졌습니다.

[앵커]

이거는 총수가 수사를 받으면 기업이 어려워진다라는 이야기랑은 아주 정반대의 모습인데요.

[기자]

그렇죠. 그래서 총수의 수사, 혹은 구속과 기업의 악영향. 그 둘 사이에는 뚜렷한 상관관계가 발견되지 않는다, 이게 첫 번째 결론입니다.

[앵커]

알겠습니다. 그러면 더 나아가서 나라 경제 전반에 안 좋은 영향을 미친다는 의견은 그럼 어떻습니까?

[기자]

나라 경제로 볼까요. 두 번째 결론이 나옵니다. 기업이 어쨌든 총수 외에 시스템적으로 운영된다는 것처럼 나라 경제에도 마찬가지다라는 분석입니다. 들어보시죠.

[강성진/고려대 경제학 교수 : 장기적으로 봤을 때는 기업 투명성이 확보됐을 경우에 오히려 더 좋은 (국가) 경제적이나 경영적 성과가 나타날 수 있다는 거죠. 총수에 의해서 기업이 망하고, 그 기업에 의해 국가가 망한다면, 그건 망할 국가고 망할 기업이죠.]

16일자 미국 월스트리트저널의 사설입니다. 제목은 '재벌 개혁을 위한 영장'. 이번 사건을 기회로 봤습니다. 콜옵션, 즉 부패는 득될 게 없다는 강력한 신호가 될 수 있다고 삼성 수사 문제를 분석을 했습니다.

또 있습니다. 이번에는 영국의 파이낸셜타임스. '스캔들이 기업 지배구조의 중요한 개선을 갖고 올 것'.

물론 이와 반대되는 해외 사설, 기사들도 존재합니다. 그럼에도 이 언론들을 주목하는 건 이번 일을 정경유착의 사슬을 끊는 발전적 계기로 조명했기 때문입니다.

이번 사건으로 정경유착을 끊을 수 있다면 오히려 한국 경제의 전화위복이 될 수도 있다는 겁니다.

[앵커]

최근 국내 언론에서 경제를 망친다는 보도들이 많이 나오고 있는데 꼭 그렇게 볼 수는 없다는 거군요. 팩트체크 오대영 기자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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