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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트체크] 잇단 사고…항공기, 여전히 가장 안전한가?

입력 2015-03-30 2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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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이렇게 보니 최근 항공기 사고가 정말 많았던 것 같습니다. 그냥 그렇게 느끼는 걸까요, 아니면 실제 최근 사고가 많아진 걸까요? 그동안 항공사에선 그래도 비행기가 가장 안전한 운송수단이라고 설명해왔는데, 여전히 유효한 이야기인지 여러 궁금증이 들 수밖에 없죠. 오늘(30일) 팩트체크에서 김필규 기자와 함께 풀어보겠습니다.

김필규 기자. 기억을 되돌리는 차원에서 최근 항공기 사고가 무엇무엇이 있었는지 짚어볼까요?

[기자]

그 시작이 지난해 3월 말레이시아항공입니다. 쿠알라룸푸르를 떠나 베이징으로 가던 중 사라졌죠. 현재도 수색이 진행중이지만 239명, 사실상 사망한 걸로 보입니다.

지난해 7월에는 역시 말레이시아항공이 분쟁 중인 우크라이나 상공을 지나다 지대공 미사일에 격추돼 298명 전원이 사망했고, 또 같은 달에 대만 푸싱항공이 공항 인근에서 추락해 승객 상당수가 목숨을 잃었습니다.

알제리항공도 말리 북부에서 떨어져 116명 전원이 사망했고, 또 연말에는 에어아시아가 인도네시아 자바해에 추락해 역시 전원 사망했습니다.

그리고 이번이었죠, 독일 저먼윙스가 프랑스 남부 알프스에 추락하면서 150명 전원이 사망했습니다. 이렇게 최근 1년 동안 큰 추락만 6건, 비행기 사고로 천여 명이 목숨을 잃었습니다.

[앵커]

정말 많았군요. 원래 매년 이 정도 일어납니까, 아니면 유독 지난 1년 동안 많이 일어난 겁니까?

[기자]

항공기추락기록사무국(ACRO)의 자료가 있는데, 보시는 것처럼 그동안 항공기 사고로 죽거나 다친 사람들의 숫자가 연간 800명, 400명 수준이었는데 2014년만 이렇게 1300명이 넘었습니다. 확실히 지난해가 유별났다고 볼 수 있는 거죠.

그런데 40년 이상 장기적으로 보면 어떠냐, 영국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늘어난 승객수에 비해 항공기 사고는 상당히 줄어든 편이라는 분석을 내놨습니다.

[앵커]

지금 화면상에 파란색이 승객 수, 2012년엔 30억이네요. 노란색이 사고 숫자입니까?

[기자]

네, 그렇습니다. 연도마다 편차는 좀 있지만, 전반적으로 줄어드는 추세인 것 확인할 수 있습니다.

1970년 전세계 항공기 탑승객이 4억명 정도였는데 당시 한해 비행기 사고로 죽거나 다친 사람이 1500명이나 됐습니다.

그런데 2012년이 돼선 28억 명이 비행기를 타는데 사상자는 500명 이하였다는 거죠. 그렇기 때문에 "항공기는 다른 교통수단보다 안전하며, 자동차보다 180배 안전하다"는 게 이코노미스트의 이야기입니다.

[앵커]

그렇다면 최근에만 반짝 사고율이 높아진 것일 뿐, 항공기는 여전히 가장 안전한 교통수단이다, 이렇게 얘기해도 되는 건가요?

[기자]

그런데 또 꼭 그렇지만은 않습니다. 이코노미스트가 이야기한 것은 이동거리 기준입니다.

영국의 '모던레일웨이'라는 교통 잡지에서 여러 기준별로 안전도를 조사해봤는데, 항공기가 10억㎞를 갈 때 사고로 인한 사망자는 0.05명, 버스가 0.4명, 철도가 0.6명으로 여행거리별로 볼 때는 비행기가 가장 안전한 것 맞았습니다.

하지만 기준을 여행시간으로 바꾸면, 버스가 가장 안전하고, 그다음이 기차, 비행기는 3위입니다.

이걸 또 여행객 숫자 대비 사망자수로 보면 버스, 기차, 자동차 순이고, 항공기는 순위가 더 떨어집니다.

[앵커]

어찌 보면 당연하죠. 비행기는 사고가 한번 나면 승객 대부분, 혹은 전원이 사망하기 때문에. 그러니 여행객들로 보면 이렇게 덜 안전하다고 나오는 것 아닐까요?

[기자]

그럴 수 있고요. 조사시점이 2000년이라 지금 좀 달라졌을 수는 있지만, 이렇게 기준을 다르게 적용하면 비행기의 안전도 순위가 변할 수 있다는 점은 분명한 거죠.

[앵커]

그러면 거리별, 시간별, 탑승객별… 각 운송수단별로 정하는 기준이 달라지겠네요, 자기들에게 유리하게끔. 그러면 어떤 게 맞는 겁니까?

[기자]

어떤 기준이 현실을 가장 잘 반영하는지, 교통공학 면에서나 통계학 면에서 답이 다를 수 있을 것 같았는데요. 마침 통계와 항공 쪽을 함께 전공한 교수가 있어서 이에 대해 물어봤습니다. 대답 들어보시죠.

[박성식 교수/한국교통대 항공운항학과 : 아무래도 유리한 쪽으로 쓰겠죠, 항공사 입장에서는. 항상 육상교통 대비해서 더 안전하다, 그런 식으로 얘기할 때 각각 유리한 비율을 들이대니까…]

그러니까 사실 딱 정해진 기준은 없다는 건데, 일단 각 운송수단 별로 공식 집계가 가능한 게 주행거리기 때문에 이를 주로 쓴다는 설명도 있었습니다.

[앵커]

이건 또 조금 다른 얘기긴 합니다만, 역시 많은 분들이 관심을 갖고 있는 건데요. 이번 저먼윙스는 루프트한자 소속의 저가항공사잖아요. 우리나라도 저가항공사가 계속 늘어나는 추세고. 저가항공사라서 더 사고가 잦다, 위험하다는 인식이 요즘 많이 생겼습니다. 솔직히. 그건 어떻게 봐야 합니까?

[기자]

전세계적으로 저가항공사 상황이 다를 수 있을 것 같아 박 교수에게 이 부분도 물어봤는데, 먼저 들어보시죠.

[박성식 교수/한국교통대 항공운항학과 : 세계적으로는 마찬가지죠. (사고율이) 높을 수밖에 없죠. 저가 항공사는 다 새 비행기가 아니라 보통 10년 이상 된… 그렇게 기령에서도 문제가 있고 그 다음에 부기장 숙련도라든지, 저가항공사는 또 자체 정비능력을 갖춘 항공사가 별로 없거든요.]

국내 저가항공사의 경우 외국에 비해선 나은 편이라는 평가도 있었습니다. 최근에 '사고 건수로 보면 이렇게 대형항공사에 비해 많지 않다, 위험하지 않다'는 보도도 나온 적이 있습니다.

이것도 통계적으로 뜯어볼 필요가 있는데, 아무래도 대형항공사는 운항횟수가 저가항공사보다 훨씬 많겠죠?

그래서 운항 횟수를 기준으로 따지면 대형 항공사가 1만 운항 횟수당 0.17회 사고가 나고, 저가 항공사는 0.63회. 그러니까 사고 발생률이 4배 가까이 높다는 통계도 있습니다. 여전히 신경 쓸 부분이 있는 셈인 거죠.

[앵커]

오늘 팩트체크는 계속 반전에 반전인데, 승객 입장에서 보면 오늘 팩트체크를 보고 좀 불안해질 것 같습니다. 비행기 타기가.

[기자]

그 부분에 대해서도 전문가들에게 물어봤는데요, 공통적으로 한 이야기가 결국 여행시간과 거리를 모두 감안했을 때 그래도 현재 비행기만큼 안전한 수단이 없다는 겁니다.

앞서 보셨듯 최근 비행기 사고가 유독 많았던 점 사실이고, 그래서 많은 이용객들이 불안해하는 것도 당연한 일입니다.

이참에 항공사들은 가장 안전한 운송수단이라는 통계만 강조하지 말고, 늘어나는 승객들 더 안심시켜줄 수 있는 무언가 필요할 것 같습니다.

[앵커]

사실 선택의 여지가 없는 경우가 많잖아요. 외국에 나가는데 비행기 안 타고 차 타고 갈 수 있는 경우도 별로 없고. 선택의 여지가 없는 만큼 더 불안하기도 하지만, 항공사 입장에선 그만큼 더 노력해야 한다. 그렇게 정리하도록 하겠습니다. 수고했습니다. 김필규 기자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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