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비스 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아티클 바로가기 프로그램 목록 바로가기

백악관 "부정투표 사실"…'대안 팩트' 논란 더 거세지나

입력 2017-01-25 15:35
크게 작게 프린트 메일
URL 줄이기 페이스북 X

백악관 "부정투표 사실"…'대안 팩트' 논란 더 거세지나


미국 백악관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부정투표 주장에 근거가 있다면서도 근거를 밝히지 않아 '대안 팩트' 논란이 더욱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24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뉴욕타임스(NYT), CNN 등에 따르면 백악관은 트럼프 대통령의 부정투표 주장이 "연구결과와 근거(Studies and Evidence)"를 바탕으로 한 사실이라고 주장했다.

션 스파이서 백악관 대변인은 이날 기자회견을 통해 "트럼프 대통령은 (부정투표 사실을) 믿고 있다"라며 "그는 과거에도 부정투표에 대한 우려를 제시한 바 있으며 '연구결과와 근거'를 바탕으로 이를 계속 믿고 있다"고 말했다. 스파이서 대변인은 이어 "대선에서 투표한 사람들 가운데 14%가 시민권자가 아니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구체적인 근거나 출처를 제시하지 않았다.

'연구결과와 근거'가 무엇이냐는 취재진에 질의가 이어지자 스파이서 대변인은 "트럼프 대통령은 사람들이 그에게 제시한 연구결과와 정보를 신뢰하고 있다"고만 대답했다. 또 부정투표 의혹을 증명하기 위해 조사를 추진할 것이냐는 질문에도 "어쩌면"이라고 얼버무렸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3일 의회 지도자들을 백악관으로 초청한 자리에서 지난 대선에 300~500만 표의 부정투표가 없었다면 선거인단뿐만 아니라 득표율에도 압승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11월8일 치러진 미국 대선에서 306명의 대의원을 확보해 232명을 얻은 민주당 힐러리 클린턴 후보에 앞섰지만 득표율에서는 46.1%(6297만9879표)에 머물러 48.2%(6584만4954표)를 획득한 클린턴에 뒤처진 바 있다.

하지만 학계와 조사기관들에 따르면 미국 대선에서 수백만건에 달하는 부정투표가 있었다는 근거나 정황은 포착되지 않고 있다.

미국의 민간 연구기관인 브레넌센터가 발표한 '부정투표에 대한 진실' 보고서에 따르면 부정투표율은 0.00004%에서 0.0009% 수준이다. 보고서는 "부정투표의 희박한 확률을 감안했을 때 유권자가 번개에 맞을 가능성이 더 높다"고 밝혔다.

워싱턴포스트(WP)가 3주 전 진행한 조사결과에도 1억3500만 명이 넘는 투표자들 가운데 부정투표 의혹을 받고있는 인물은 고작 4명뿐이었다. 이 중 2명은 투표권을 두 번 행사하다가 적발됐다. 또 한 명은 요절한 남편을 대신해 투표권을 행사한 여성이었으며, 한 명은 지정된 자리가 아닌 곳에서 부재투표를 한 여성이었다.

심지어 펜실베이니아 대통령 선거에 대한 녹색당 질 스타인 후보의 재검표 요구가 나왔을 때 트럼프 측 변호인은 "모든 근거를 봤을 때 2016년 대선이 부정투표나 실수로 더럽혀졌다고 볼 수 없다"고 주장한 바 있다.

CNN과 WP는 스파이서 대변인의 '14% 비(非) 시민권자 투표율' 주장은 2014년 올드도미니언 대학교가 발표한 연구결과를 인용했을 것으로 추정했다.

해당 연구결과에 따르면 2008년에서 2010년까지 14%가 넘는 비시민권자가 투표인단이 등록됐다. 연구보고서를 작성한 제시 리치먼과 데이비드 어니스트 교수는 또 WP에 오피니언 페이지에 기고한 글을 통해 "2008년에는 6.4%, 2010년에는 2.2%의 비시민권자가 투표권을 행사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들은 같은 해 의회선거협동학회(CCES)에 기고한 글을 통해 설문조사를 바탕으로 한 연구대상이 너무 작았기 때문에 결과가 틀렸을 수도 있다"고 밝혓다.

또한 자신의 과거 연구결과를 인용하려는 것을 인식한 리치먼 교수는 지난해 10월 올드도미니언 대학 교수페이지에 "극히 드물고 잠재적인 예외를 제외하고 일미국에서 치러지는 거의 모든 선거 결과에 비시민권자가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못을 박았다.

즉 올드도미니언 대학의 2014년 연구결과는 트럼프 대통령과 백악관이 주장하는 부정투표의 근거로는 적합하지 않다는 뜻이다.

아울러 트럼프 캠프가 지난해 10월 인용한 퓨리서치의 2011년 연구결과도 부정투표로 이어지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퓨리서치는 당시 최대 2400만명의 미국 투표인단이 유효하지 않으므로 대대적인 갱신작업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하지만 이를 작성한 데이비드 베커는 지난해 트럼프가 자신의 연구결과를 잘못 인용했다며 "유효하지 않은 선거인단 목록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이들이 투표권을 행사했다는 근거는 없다"고 지적했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 측이 정통 언론·학계의 결론과 상반되는 주장을 제시할 뿐만 아니라 '연구결과와 근거'를 명확히 밝히지 않으면서 취임 첫 주말부터 불거진 '대안 팩트' 논란이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켈리앤 콘웨이 백악관 고문은 22일 NBC 뉴스의 '밋 더 프레스' 프로그램에 출연해, 취임식 참석 인원을 '역대 최고'로 주장한 스파이서 대변인의 발언을 언론들이 '거짓말'로 비판한데 대해 반박하면서 '대안 팩트'를 언급한 바 있다. 즉, 스파이서 대변인의 발언은 언론들의 왜곡된 보도와는 다른 '대안적 사실'에 근거한 진실이란 이야기이다.

(뉴시스)

관련기사

트럼프 "부정투표 300만~500만표 아니면 득표율도 앞섰다" 허위주장 "미 대선 결과 재검토하라"…미시간 등 3개주서 해킹·조작 가능성 제기돼 미국, 트럼프 당선 후폭풍…'대선 뒤집기' 청원 운동까지 미국 대선 투표율, 겨우 56.9%…2000년 이후 최저치 빗나간 여론조사…'수줍은' 공화당원들의 숨은 몰표
광고

JTBC 핫클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