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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사플러스 14회] 꽁꽁 숨은 유병언의 '어제와 오늘'

입력 2014-05-18 23:50 수정 2014-05-30 1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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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시청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탐사 플러스의 전진배입니다. 세월호 사고 후 한 달이 지났습니다. 청해진해운과 비정한 승무원, 그리고 해경. 이들 모두가 이번 해난 사고를 대참극으로 키운 장본인이라는 비난을 받고 있습니다. 여기에 세상의 관심에서 멀어졌던 한 인물이 집중수사의 대상으로 떠올랐습니다. 청해진해운의 실제 소유주로 알려진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입니다.100개가 넘는 계열사를 실질적으로 거느리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도장 한 번 찍은 적이 없다는 유 전 회장. 철저히 베일 속에 가려졌던 '그림자 경영'의 실체를 취재했습니다.

[기자]

지난해 4월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한 포럼에 입장하기 위해 사람들이 줄을 섭니다.

'피와 현대인의 건강'이라는 주제를 내건 건강포럼입니다.

꽉 메운 강연장에서 사회자는 연사를 소개합니다.

[260만 장을 넘겼다는 사실에 놀라움을 금치 못합니다. 뉴욕 그랜드센트럴터미널에서 첫 개인전을 가진 이래….]

이 건강 포럼의 주인공은 의사가 아닌 '아해'라는 예명의 사진 작가.

[소개합니다. 박수로 맞아주시기 바랍니다.]

백발에 말쑥한 베이지색 양복을 맞춰 입은 그가 나타났습니다.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입니다.

[항상 이런 데 서면 무슨 말을 할까가 걱정입니다. 왜냐하면 준비해 온 게 없으니까. 평소 가지고 있는 생각이라든지, 평소 할 수 있는 행동, 그것이 준비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유 전 회장은 원고 없이 강연을 이어갑니다.

본인의 개인사, 현재 세태, 그리고 사진들…

이야기의 주제는 여기저기를 넘나듭니다.

[이런 사진을 찍기 위해서 나는 전쟁터의 군인하고 똑같다. 내가 먼 산 팔 때 어디서 나를 쏠지 모르니까.]

중간중간 깜짝 퍼포먼스도 등장합니다.

[근육을 유연하게 만들자. 되는가 안 되는가. (내가) 떨어지면 여러분들 주워 가십시오. 폼 재도 되겠습니까. 날 한번 던져보라고. 절 던지는 시늉해봐요.]

태권도에 유도를 접목시킨 군무 시범을 선보이더니, 젊은 여성이 격파로 마네킹을 공격하는 모습도 나옵니다.

여느 건강포럼과는 달라보입니다.

[같이 살고 싶은 사람 손 들어봐요. 나는 이래가지고 회원 조직을 전 세계에 펼칠려고 해요. 종교인 만들려는 게 아니고.]

이날 강연에 모인 사람들 상당수는 유병언 전 회장을 신뢰하는 듯 보입니다.

포럼의 주최도 유 전 회장 측근이 운영하는 계열삽니다.

건강포럼이라기 보다는 유 전 회장을 위한 행사같습니다.

은둔의 경영자, 얼굴 없는 백만장자 사진 작가.

1997년 그룹 부도로 세상에서 잊혔던 유병언 전 회장이 다시 매스컴에 등장했습니다.

세월호 참사의 한 원인으로 지목된 청해진해운의 막장 경영,

그 배후에는 유 전 회장 일가가 자리잡고 있다는 게 검찰의 판단입니다.

[김회종 : 우선 금감원에서는 횡령ㆍ배임, 계열사 불법 대출, 국세청에서는 탈세, 은닉재산 추징….]

사고 초기 "청해진 해운과 관련이 없다"는 유 전 회장 측 주장과 달리 하나둘 반대되는 증거가 나오고 있습니다.

유 전 회장 등은 계열사에 사진을 고가에 팔거나 이름을 지어주고 상표권료 명목으로 돈을 받아온 사실이 드러났습니다.

또 경영 자문료 명목으로 수백만 원에서 많게는 수천만 원씩을 받았다고 검찰은 밝혔습니다.

유 전 회장 일가가 이런 식으로 거둬간 돈은 수십억 원에 달할 걸로 검찰은 보고 있습니다.

유 전 회장 일가의 재산은 약 2400억 원이라는 주장도 나옵니다.

국내 30여 개 그룹 계열사 자산 가치를 합치면 5600억 원에 달합니다.

1997년 부도로 회사를 넘겼지만 그 뒤 측근들을 통해 하나둘 매각 자산을 되사들였습니다.

당시 1100억 원이 넘는 빚을 국가에 떠 넘긴 채 10여 년 만에 다시 수십 개 계열사를 거느린 기업으로 재기했다는 비판이 나옵니다.

[정선섭 : (재산이) 타인에게, 제3자에게 넘어간 경우에는 이를 사유재산보호 차원에서 추징할 수 있는 근거는 없습니다. 따라서 이것을 많이 악용하지 않았나….]

여기에 유병언 전 회장이 기독교복음침례회, 즉 구원파를 이끈다는 의혹이 제기됩니다.

유 전 회장은 처음 사업을 시작할 때부터 급전이 필요할 때마다 결국은 구원파 신도들을 동원했다는 주장입니다.

[(교인들 대상으로) 강연회를 한다는 것이죠. 근데 얘네들이 티켓을 판다는 것이죠. 내가 줄 서서 직접 봤어요. 인터콘티넨탈이라든가 힐튼이라든가…. 거기 모이는 게 500~600명 모인다고 합니다.]

기독교 종단 내에서도 논란이 됐습니다.

[헌금이라고 하는 건 목회자가 성도를 위해서 쓰고 교회를 위해서 쓰고, 그런 것이 아니라 모든 게 아해(유병언)를 위해서 쓴다는 말이죠.]

구원파에 피해를 받았다는 주장도 이어집니다.

고등학생 딸을 둔 김미숙씨는 지난 3년이 지옥 같다고 말합니다.

구원파 신도가 된 딸은 얼마 지나지 않아 미숙씨를 멀리하기 시작했습니다.

[식구들도 가족도 필요없다니까요. 일차적인 건 자기네 교회 형제 자매가 우선이고…. 무슨 회사를 차려도 자기네들 끼리끼리하는 거죠.]

헌금이 유 전 회장에게로 갔다는 얘기도 여기저기서 나옵니다.

[카톨릭의 경우에는 중앙집권체제예요. 얘네들(구워파)이 추구하는 게 그런 거예요. 헌금이 나오면 모든 부분을 교주들이 관리를 하는 거죠.]

[1억, 2억 모으는 건 걔네들은 우습다고 얘길해요. 뭔가 터졌어요. 교주가 돈이 필요해요. 그래서 오늘 우리가 이런 사업을 해야 해서 돈이 필요하다고 하면 (신도가) 확 몰려요.]

신도가 아니면 사실상 계열사에 취업도 어렵다는 겁니다.

[(계열사들이 있잖아요. 청해진해운 같은 이런 계열사들은 그 교회에 다니는 사람들로?) 90%예요. 그 교단을 믿지 못하면 취직이 안 되는 거예요.]

이 때문에 한때 세월호 승무원 대부분 구원파라는 주장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구원파는 세월호와 교단은 전혀 관계없다고 수차례 밝혔습니다.

[이용화 안성교회 대표 : 선장과 선사 직원 대다수가 본 교단의 교인은 아닙니다.]

또 세간의 많은 오해가 안타깝다고도 합니다.

[목사고 설교를 하고 헌금을 착취를 해서 어디에 유용했고 막 그런 구조로 그림을 그린다는 말이예요. 근데 내부를 들여다 보면 전혀 그것과는 관계없거든요.]

[(구원파에서) 구원을 받으면 죄를 지어도 된다고 가르친다고 하는데 세상에 있는 어떤 종교가 그렇게 가르치거나 더구나 기독교에서 그런 곳은 한군데도 없습니다.]

수도권의 한 교회.

구원파 초창기 시절, 유병언 전 회장과 함께 교회를 꾸렸지만 이후 따로 떨어져 나온 곳입니다.

과거 유 전 회장과 함께했다는 이유만으로 요즘 적지 않은 오해를 받는다고 토로합니다.

[오세일 서울중앙교회 목사 : 유병언에 대해서만 얘기하고 딱 끝내야 하거든요. 그걸로 끝내야 하는데 그걸 이어서 이제 우리 교회니 뭐니 이름을 들어서….]

한 관계자는 유 전 회장이 처음부터 신앙보다는 사업에 관심이 많았다고 말합니다.

[(유 전 회장이) 자기는 교회에서 설교하는 것보다는 사업을 해서 교회를 도와야 겠다. 교회와 상관없이 사업한다고….]

유 전 회장의 이런 시도가 나쁘지 않게 보였던 때도 있었습니다.

[사업체가 있으면 신도들도 취직시키고 일자리도 만들고 서로 믿고 사업을 하면 좋겠다는….]

하지만 이런 기대는 오래가지 않아 무너졌다고 합니다.

[사업을 확장하는데 계속 돈이 달리는 거야. 개발한다고 하고…. (교인들이) 빌려주기도 하고 대기도 하고 그랬다고.]

[어떻게 교회에서 모든 돈을 갖다가 사업 쪽으로…. 아니다, (사업과 교회는) 분리해야 한다 주장했죠. 우리가.]

수익이 교회에 돌아오기는커녕 교회 살림은 갈수록 빈곤해졌다고 합니다.

[돈을 그냥 막 써요. 어디서 나오는지 신경 안 써요. 그냥 막써요. 저 사람은 돈을 지배하는 사람이다…. 근데 그 돈은 누가 대는 거냐고요.]

하지만 유 전 회장은 전면에 드러나지 않았다고 합니다.

[그 사람 특징이 개인으로 보면 아주 깨끗해요. 전혀 뭐…. 내가 언제 그렇게 하라고 했냐, 그렇게 하니까. 알아서 밑에서 스스로….]

하지만 이런 주장들 역시 터무니 없는 얘기라는 반박이 나옵니다.

[이재옥 : 우리라는 개념으로 보면..이거 내꺼니가 내가 다 쓰겠다 하는 것도 없고 다 구원파라는 사람들이 같이 사용하고 같이 어떤 목적을 갖고 하는 부분이지...]

그 흔한 사인 한 번 한 적 없다는 그림자 경영.

오대양 사건 연루의혹 때문에 검찰 조사를 받고 무혐의 처분을 받았지만 횡령 혐의 등에 대해 유죄판결을 받아 4년간 옥살이를 했습니다.

그 후 유 전 회장은 더 자신을 드러내지 않았습니다.

유 전 회장에 대해 횡령이나 탈세 등의 혐의를 찾기가 쉽지 않아 보이는 이윱니다.

세월호 사고 직후 구성된 검경함동수사본부는 일단 유 전 회장 일가가 사실상 경영권을 갖고 있는 것으로 보이는 계열사를 70곳 찾아냈습니다.

드러나지 않은 계열사까지 130여 개에 이를 수 있을 걸로 보고 있습니다.

유 전 회장 일가는 이들 관계사들에게 사진을 터무니없이 비싸게 팔거나 엉터리 컨설팅을 해주고 400억 원을 받아낸 의혹이 제기됐습니다.

하지만 이들 계열사들은 대리인을 전면에 내세운 데다 복잡한 지배구조로 얽혀 있습니다.

지주사격인 아이원아이홀딩스가 천해지 조선소를, 천해지가 다시 청해진해운을 지배하는 식입니다.

이들 회사의 대표는 모두 유 전회장의 측근들로 구성됐습니다.

계열사의 운영실태는 어떨까.

탤런트 전양자씨가 대표로 있는 국제영상을 직접 찾아가봤습니다.

입구에서부터 분위기가 심상치 않습니다.

[(국제영상 가려고 하는데) 나오세요. 없어요. 안 돼요. 문 닫았어요. (문 닫았다고요? 원래 몇 층에 있는데요?) 아이, 몰라요. 나가세요. 더 잘 아시면서 뭘….]

[(전양자씨 여기 자주 오셨어요?) 말 안할 거니까 나가세요.]

문을 닫았다는 설명과는 달리 2,3층 사무실엔 불이 켜져 있습니다.

서울 강남에 위치한 노른자쇼핑도 역시 전양자씨가 대표로 있는 곳입니다.

문진미디어와 세모스쿠알렌 역시 현재 미국에 있는 최측근들이 각각 대표를 맡고 있습니다.

검찰은 유 전 회장이 여러 단계를 거쳐 이런 계열사를 매입했고 측근을 통해 관리해 온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방문판매점 다판다는 세모그룹 계열사와 구원파 교단을 기반으로 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지점이 57개, 대리점은 130여 곳이 넘습니다.

이곳의 최대 주주는 유 전 회장의 장남 대균씨입니다.

[관련이 있는 사건만 취재하면 되지 그 이외의 것이 지금 (세월호) 사건과 연관 있습니까? 없잖아요?]

서울 강남의 고급 레스토랑 '몬테크리스토' 역시 장남 대균씨가 공동 대표로 있습니다.

진귀한 골동품과 미술 작품으로 내부 장식을 해 '작은 박물관'으로 불리는 곳입니다.

직원들은 대균씨를 모른다고 말합니다.

[(유 대표님을 좀 뵐려고 하는데….) 그런 분 여기 안 계세요. 유 대표란 분은 없어요.]

서울 염곡동에 위치한 대균씨의 자택에도 인기척이 없습니다.

이웃 주민들은 한동안 그를 보지 못했다고 말합니다.

[그 아들이 조각가 있죠. 그 조각가가 여기서 그때 애들도 가르치고 그랬는데 요새는 통 안 보이더라고요.]

[여러 가지로 우리는 이 이웃들이 다 피해자라고요. (왜요?) 안 좋은…. 사람들이 안 좋으니까 하여튼 이웃에선 그 집에 대해서 다 싫어하고 있어요.]

자택은 대균씨가 없는 대신 여러 명의 직원들이 관리해 온 것으로 보입니다.

[거기 며칠 전까지도 다 사람들이 와서 드나들고 일하고 그랬어요. 아침에 왔다가 저녁에 가고 출퇴근 하고….]

유 전 회장은 전국에 걸쳐 측근이나 지인 명의로 땅을 사왔다는 의혹도 받습니다.

경기도 안성을 비롯해 경북 청송과 의성, 전남 보성, 그리고는 제주 서귀포까지 유 전 회장 관련 가능성이 제기된 땅의 면적은 모두 2121만 제곱미터에 달합니다.

특히 경기도 안성은 '유병언 랜드'로 불릴 만큼 관련 시설이 집중돼 있습니다.

구원파 교회의 본산인 금수원이 자리잡고 있으며, 이곳을 중심으로 장남 대균씨 소유의 놀이시설과 측근들의 사업장도 여러 곳입니다.

특히 이곳에 위치한 선박수리업체가 눈에 뜨입니다.

청해진해운의 전담 수리업체인데, 가건물만 덩그러니 있을 뿐 작업을 한 흔적은 보이지 않습니다.

[선박이, 여기 어디 무슨 선박이 있겠어. 직원 한 사람이 있고 간혹가다 (몇 명) 왔다 갔다….]

항구에 있어야 할 것 같은 회사가 이곳에 있어 주민들도 의아해 했다고 합니다.

[실질적으로 수리하는 업체는 아니에요. (보통 다 이렇게 하나요?) 아뇨. 청해진해운만의 독특한 문화였어요.]

청해진해운 김한식 대표가 겸직을 했다는 사실도 의심스러운 대목입니다.

실제로 청해진해운은 매년 수십억 원씩을 이 회사에 수리 비용으로 지급했고 이 때마다 비용은 크게 부풀려졌습니다.

[전등 하나 갈아놓고 40만~50만 원씩 청구하면 안 되잖아요. 금액을 많이 신청해서 창피하니까 금액을 안 적더라고.]

녹차밭이 밀집해 있는 전남 보성에도 유 전 회장 일가의 것으로 의심되는 땅 15만 제곱미터가 있습니다.

[(원래 다원끼리는 철조망 안 치잖아요) 안 치죠. 거의 친 데 없어요. 여기만 쳤어요.]

외부와 단절된 운영을 해 온 걸로 알려졌습니다.

[전혀 대화가 없어요. (다른 데는 대화하시죠?) 그렇죠. 직원도 왔다 갔다 하고 하는데 여기서는 아직 한 번도 대화가 없었어요.]

마침 작업 중인 직원에게 이 땅을 사실상 소유한 것으로 알려진 차남 혁기 씨에 대해 물었습니다.

[(여기 대표님이신 유혁기씨와 유대균씨 자주 내려오시나요?) 아이, 대표가 아니라니까요.]

하지만 등기부에는 유 전 회장의 두 아들 이름이 등재돼 있습니다.

농사와는 무관해 보이는 이들이 영농조합의 대표로 있다는 점도 논란거립니다.

영농조합은 법인세, 소득세 등 각종 세금 혜택을 받는데다 외부 감사도 없습니다.

중간에 조합원이 바뀌어도 확인 절차는 전혀 없습니다.

[처음에는 설립해서 뭔가를 보조를 해줬는데 지금 보니까 조합원이 아무도 없다는 거예요. 어떻게 된 거냐. 등기소에서 확인한 거 아니냐'…. 저희는 확인 안 합니다.]

[등기소에서 그걸 걸러줘야 하는데 걸러주지 않고 신청 요건에 맞는 걸 접수를 받아버리니까….]

영농조합의 혜택은 누리면서 허술한 법의 구멍을 최대한 이용한 것이라는 추측이 가능합니다.

이에 대해 구원파측은 땅의 실제 소유주들이 이름을 내세우기를 꺼려 유 전 회장 두 아들의 명의를 쓴 것일 뿐이라고 밝혔습니다.

[다른 사람은 없고 그나마 좀 안심할 수 있는 사람은 당신이니까 두사람 이름으로 했으면 좋겠다. 그렇게 해서 올린 거거든요. 지금 구원파 사람들이 두 아들 망가뜨리게,그렇게 돼 버린거죠.]

침몰한 세월호의 최종 목적지였던 제주국제여객터미널.

세월호와 오하마나호의 취항지였던만큼 부두 곳곳에 청해진해운의 흔적을 쉽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과거 청해진해운에서 근무했던 한 선원은 유 전 회장이 청해진해운 경영에 깊숙히 개입했다고 주장했습니다.

[선원들한테 와서 회식하라고 돈 주고 그랬어요. 키 작고. 그때 안 봤으면 제가 어떻게 유병언 회장 얼굴을 알겠어요.]

디자인회사를 경영한 유 전 회장의 큰 딸인 섬나씨도 이 곳에 왔다고 주장합니다.

[전 청해진해운 선원 : 우리 또래밖에 안됐더라고요. 처음 온거예요. 그때가. 조선소에 있으니까 왔더라고.]

실제 섬나씨가 경영한 모래알디자인은 한강수상택시 등 청해진해운 계열사들의 각종 디자인을 책임졌습니다.

청해진해운 소속 일부 선원들은 구원파가 운영하는 농장과 숙소에서 매년 연수를 받았다고 털어놓습니다.

일부는 교회의 강매에 못이겨 물품을 구입했다고 주장합니다.

[세상에 배타는 사람한테 필요없다고 해도 강매를 하고. 어떻게하나 사라면 사야지]

제주에서 최대 규모로 꼽히는 유기농 영농조합, 작물은 녹차와 배추 등 30종에 이릅니다.

농장 면적은 1천만 제곱미터, 공시지가는 무려 2천억 원대입니다.

조합원들은 농장이 구원파와는 전혀 관련이 없다고 얘기합니다.

[(기독교복음침례교회와 관련이 있나요?) 관계 없고. 우리는 2000여 명의 조합원들이 십시일반 도와서 만든거예요.]

하지만 등기부를 보면 명의자는 모두 구원파 신도로 나옵니다.

검찰은 이제 유 전 회장이 청해진해운을 포함한 모든 계열사의 실제 주인임을 밝히는 작업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아이원아이홀딩스-천해지-청해진해운의 연결 고리에 유 전 회장 일가가 있다는 겁니다.

이미 소환된 회사 실무자들과 전 구원파 신도들이 이를 뒷받침하는 진술을 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특히 유 전 회장이 그룹내 고위급 모임인 '높낮이회'를 통해 경영에 깊숙이 개입했다는 진술도 확보안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검찰은 이런 구조 속에서 유 전 회장 일가에 각종 명목으로 비자금이 흘러들어 갔을 걸로 판단하고 있습니다.

선박의 무리한 개조와 불법 과적, 비정규직 선장의 근무 태만 등 세월호 사고의 배경이 된 요인들이 이런 환경에서 비롯됐다는 의견도 나옵니다.

[얼마나 월급을 조금 주느냐하면…. 생각해보십시오. 그런 배를 운항하는 선장을 200여만 원 준다? 그러니까 사고가 안 날 수가 없는 구조를 가지고 있었고….]

[앵커]

유 전 회장은 세월호 사고 이후 한번도 언론에 모습을 나타내지 않았습니다. 그의 자녀와 최측근들은 해외로 나갔습니다. 검찰 수사가 쉽지 않은 이유일 텐데요. 취재팀은 그의 실체에 좀더 접근하기 위해 과거로 돌아가 봤습니다.

[기자]

일본에서 태어난 유 전 회장은 6살 때 대구로 건너와 초ㆍ중ㆍ고등학교를 모두 이곳에서 다녔습니다.

그의 어린 시절이나 학창 시절을 기억하고 있는 지인들을 만나기 위해 대구 대명동을 찾았습니다.

구원 타운으로 불리는 이곳은 구원파 교회와, 다판다, 노른자쇼핑 등 계열사들이 밀집해 있습니다.

하지만 유 전 회장을 기억하는 주민들을 만나기는 쉽지 않습니다.

[34년 살았지만 금시초문, 고등학교 여기서 나왔다는 소리는 들었는데 전혀 몰라요.]

스스로를 숨겨온 그의 경영 스타일은 이곳 고향에서도 예외가 아니었습니다.

구원파 신도와 계열사 직원들도 지역 주민들과는 거의 왕래를 하지 않은 것으로 보입니다.

[여기서 최고 잘 살았지.]
[중앙교회 다니는 사람들은 전부 시내에서, 자기들 끼리끼리. 조직이 그런 조직이라니까. 동네 사람들은 거기(교회) 안 다녔어.]

평소 연설을 즐겼던 유병언 전 회장.

취재진은 그간 확보한 그의 교회 연설 파일을 토대로 그의 생각을 들여다보기로 했습니다.

1990년 전후의 설교 녹음 파일에서 그는 못 알아들을 만큼 빠른 말투로 열정적 설교를 합니다.

[유병언 (5월8일): 다윗은 당당하게 저 골리앗을 내가 처치해야 합니다. 허락을 받았습니다. 나를 보내주시오. 기어코 이스라엘을 모독하는 저 원수를 처치하겠습니다. (했죠.)]

청중들을 꾸짖는 것처럼 느껴질 정돕니다.

[유병언 (5월8일) : 시시하게 예수쟁이들 몇이 줄 서가지고 38선 넘어가가지고, 김일성한테 노래 부른다 하고 십자군인지 올라가는 바보 노릇 하는, 그것과 (다윗의 행동은) 다릅니다.]

다른 종교에 대한 배척도 심합니다.

[유병언 (5월8일) : 훗날 사람들은 자기에게 영혼에 만족을 줄 수 없고 무엇을 채워줄 수 없는 그런 가운데서도 한 사람의 이름을 걸쳐 놓고 위로를 받으려고 애를 쓰는 그런 종교도 나타나고 있습니다.]

약 10여 년 후인 1999년 설교영상에선 한층 여유가 느껴집니다.

[유병언/1999년 설교 : 우리 시대에 올지 모르는 먼 훗날 그리스도께서 오실 순서가 정해져 있기 때문에, 다시 재림하실 순서가 있기 때문에 그때까지…]

이후 2009년 설교에선 신도들의 참여도 유도합니다.

[유병언 /2009년 설교 : 앞으로는 그렇게 해봅시다. 나머지 이야기는 우리 살아가면서 같이 합시다.]

하지만 다른 교회를 비판하는 기조는 여전합니다.

[유병언 /2009년 설교 : 일반 교회는 안 됩니다. 죽었다 깨도 안 돼요. 왜 안 되느냐. 우선 목사님들 계산하고 있는데 뭘.]

말투와 태도는 바뀌었지만 구원파만이 참된 종교라는 유 전 회장 인식은 바뀌지 않았던 걸로 보입니다.

지난해 초 서울의 한 호텔에서 열린 유 전 회장의 사진집 출판기념회입니다.

신도들을 대상으로 했던 이전 강연과 달리 외부 인사가 많이 보입니다.

[정말 수준 높고 귀한 분들이 다 와 있는데 제가 혹시 말의 실수가 있을까 하는 걱정도 듭니다.][

[성 김 대사님 오셨네요. 잠깐 서주시죠. 맞으시죠. 아니 TV에서 본 주한 미 대사 분이 여기 한국인의 얼굴을 가지고 나타나셨어요. 이스라엘 대사 분도 오셨죠. 처음입니다. 일어서시죠. Glad to meet you(만나서 기쁩니다). 그래도 한번 대표로 찍어놓고 싶은데, 어떻습니까. 한번 찍어놔도 되겠습니까. 잘 나오면 보여드릴게요.]

행사에서 유 전 회장은 자신감이 넘칩니다.

[제가 욕심이 많거든요. 늙어도 늙은 거 같이 살고 싶지 않은, 내 속에 늙은 걸 거부하는 정신세계가 있는 것을 따라서 살고 싶은, 그걸 가지고 살아가고 있습니다.]

이날 행사에는 장남 대균씨와 차남 혁기씨, 그리고 조카사위인 박진영씨가 총출동했습니다.

이날 유 전 회장은 유독 죽음에 대한 자신의 소회에 대해 많은 시간을 할애합니다.

[죽음 앞에서 곰곰히 생각해 봅니다. 죽음을 극복하고 싶은, 죽음을 당당히 맞을 준비를 하고 살아야 하겠다….왜 그러냐. 나이도 늙어서 벌써 73살인데. 참 이상합니다. 73살 되면 옛날 같으면 고려장, 무덤에 들어갈 사람이고, 또 오래 앞날을 못 내다볼 사람인데 저는 지금 그걸 거부합니다.]

유병언 회장은 강연에서 꼭 한 번은 자신을 불편하게 했던 경험을 언급합니다.

[누가 저를 죽여달라고 어느 법관에게 편지 한 내용이 있었습니다. 아깝게도 그 편지 한 사람이 저보다 먼저 세상을 마쳤습니다만, 그것도 딴 사람한테 당해서 끝났습니다.]

유 전 회장의 구원파를 이단으로 규정했던 한 종교인에 대한 설명입니다.

[어떤 사람들이 나를 안 괴롭혔으면 사진 그만 찍었을까. 누군가의 덕택에 4년을 공짜로 뺏기고 나니까 그 4년을 꼭 메꿔야 되는데….]

오대양 사건 연루의혹을 받은 뒤 결국 횡령죄로 4년간 옥살이를 한 것이 한에 맺혔음을 알 수 있는 대목입니다.

2009년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있었던 설교 당시 37살이었던 유 전 회장의 차남 혁기씨는 이미 30대 중반부터 비중있는 설교를 해 온 것으로 보입니다.

[여러분 성경에 나오는 말씀 100% 전부 다 믿습니까? 나는 하나님께서 내게 해주신 말씀 한 마디도 빠짐없이 전부 다 믿고 그렇게 산다, 손 한번 들어보십시오. 그럼 안 믿는 분 손들어 보세요.]

여기서 혁기씨는 엉터리 예술가들을 꼬집습니다.

[세상에 예술한다는 사람들이 많은데…. 붓에다 물감을 축축하게 묻혀가지고 팍 던집니다. 그러면 촥 퍼져요. 그렇게 황칠을 해놓고 그게 작품이래요. 그걸 작품전에 내놓고 엄청난 액수에 팔아먹어요.]

하지만 사진 전문가들 가운데는 유 전 회장의 작품 수준에 문제를 제기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이건 취미로 한 거예요. 취미로 한 수준이데…. 이런 것만 봐도 하늘 처리를 참 잘못한 거예요.]

프로 사진 작가라면 당연히 있어야 할 스토리가 없고 즉흥적으로 눈앞의 풍경을 찍은 것에 지나지 않는다는 설명입니다.

유 전 회장측은 기회가 있을 때마다 아해, 즉 유 전 회장의 사진 작품이 프랑스 루브르박물관에서 전시됐다고 홍보했습니다.

하지만 실제로는 100만 유로라는 거금을 내고 박물관 밖의 한 정원에서 전시한 것이라는 주장이 나왔습니다.

해외에서도 아해에 대해 인색한 평가가 나오곤 합니다.

[(유병언의 사진을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평범하고 보잘것없는 수준입니다. 아마추어 작가의 보기 좋은 사진 수준입니다. 권위있는 장소에서 전시할만건 아닙니다." (베르나르/전문기자)]

프랑스 문화계에서도 기부금 전시는 충격적인 일로 받아들여집니다.

[(유병언처럼 기부금을 내면 루브르 같은 곳에서 전시회를 열수 있습니까.) 아니오 그런 일은 절대 있을 수 없습니다. 이건 프랑스 문화계에서도 스캔들 수준입니다.]

유 전 회장의 행방이 묘연한 가운데 구원파 신도들은 연일 종교탄압을 규탄하는 집회를 하고 있습니다.

낮에도 "검찰은 각성하라, 각성하라, 각성하라."

밤에도 "검찰은 각성하라, 각성하라, 각성하라."


구원파는 그간 수차례 입장 발표를 통해 유 전 회장은 평범한 한 사람의 신도일뿐이라고 강조해 왔습니다.

[유병언 전 회장이 구속되는 것과 저희가 뒤에 나왔는 것은 별개의 문제입니다.]

세월호 참사의 책임은 정부와 해경이 져야 하는데 이를 신도들에게 떠넘기고 있다는 주장도 나옵니다.

[국가적 재난이 된 사망사고에 대해서는 당연히 청해진보다 해경의 책임이 큽니다. 그런데 청해진보다 책임이 큰 해경에 대한 조사는 이뤄지지 않고 있는데…. 마치 사전에 기획하고 준비시킨 수사처럼 유 씨 일가의 모든 것이 하루 아침에 공개됐습니다.]

그러나 이런 교단의 모습에 분노를 참지 못하는 시민도 있습니다.

[나는 밤마다 웁니다. 밤마다 울어요. 당신들은 자식이 없습니까. 나는 밤마다 웁니다. TV를 보고 웁니다. 당신들은 자식이 없습니까. 조사는 해야할 것 아닙니까.]

과거 세모 계열사의 직원이었다는 한 남성도 유 전 회장에게 수사에 응해 줄 것을 요구했습니다.

[유병언 회장님, 평소에 그렇게 위풍당당하고 당당하신 분이라면 왜 빛 가운데로 나오지 않고 검은 데 숨어서 있습니까.]

검찰은 탈세와 횡령 등 유 전 회장의 혐의를 입증할 만한 증거들을 다수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하지만 당초 목표대로 유 전 회장에게 세월호 침몰에 대해서도 책임을 물을 수 있을지는 여전히 미지수로 남아 있습니다.

[앵커]

유병언 전 회장을 둘러싼 수 많은 의문들이 검찰 수사로 풀릴지 지켜봐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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