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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브리핑] 'The show (magic) must go on'

입력 2018-08-30 21:45 수정 2018-08-30 2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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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룸의 앵커브리핑을 시작하겠습니다.

생각해보면 그것이야말로 이른바 매직의 원조였습니다.

월드컵 4강.

어느 누구도 상상하지 못했고, 기대하지도 않았습니다.

그래서 한 계단 한 계단 올라갈 때마다 우리의 나날들은 모두 매직과도 같았지요.

그러나 따지고 보면 그 매직이라는 것은 그냥 단순히 말 그대로의 마법은 아니었습니다.

크게는 무엇보다도 파벌을 배척했고 작게는 구장의 잔디 길이까지 철저하게 계산하고 작전을 짜냈던 감독은 이기고 나서도 '나는 여전히 배고프다'는 말로 선수들을 깨어나게 했습니다.

그리고 난생처음 광장의 발랄함을 경험했던 우리 모두의 나날들과 그 에너지는 그 매직이 멈춘 후에도 한국사회의 추동력으로 작동했습니다.

어찌 보면 자유로웠던 광장의 경험이 훗날 모든 광장까지 이어진 셈이니까요.

비록 월드컵만큼은 아니라지만 아시안게임의 축구는 베트남 대표선수들과 감독이 풀어놓은 매직으로 빛났습니다.

그들은 이를테면 2002년의 한국 팀이었습니다.

히딩크가 아버지라면 박항서는 어머니와도 같았다는데 그는 여전히 어머니와 같은 마음으로 오랜 전쟁을 겪어낸 나라의 아들들을 감싸고 보듬으며 잠재돼있던 그들의 힘을 모아냈습니다.

그러니 그만의 매직도 결국은 말 그대로의 단순한 마법은 아니었던 셈입니다.

경기 기간 내내 베트남은 온 나라가 축구 그 자체였다고 합니다.

큰 도시부터 작은 마을까지 그들은 16년 전의 우리처럼 광장의 발랄함을 만끽하고 있었으니까요.

공교롭게도 그 매직을 멈추게 한 것은 박항서의 고국이자 이미 그 매직의 황홀한 힘을 경험했던 우리였으니…

사람들이 우리의 승리를 기뻐하면서도 상대 팀의 매직이 멈춘 것을 아쉬워 해줄 수 있었던 것은 어찌보면 승자의 여유도 아니었고 또한 그가 바로 박항서였기 때문도 아니었고 과거의 그날들에 우리가 공유하고 겪어낸…

그럼으로써 우리 모두를 편 가름 없이 묶어냈던 그 매직에 대한 향수 때문은 아니었을까…

베트남은 어제 비록 패배했지만 모두가 서로를 축하하고 행복해하는 떠들썩함이 밤새 계속됐다고 하지요.

그리고 그들의 매직을 잠시나마 멈추게 한 우리 팀은 또한 공교롭게도 영원한 라이벌 일본과 맞닥뜨리게 되었으니…

박항서의 베트남이나 우리에게나 지금 필요한 것은 바로 이 말이 아닐까…
 

쇼는 아니, 마법은 계속되어야 한다! (The show (magic) must go on)



오늘의 앵커브리핑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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