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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수첩] 직원감시 논란 "맞습니다, 오해일 수 있습니다"

입력 2016-01-20 17:44 수정 2016-01-20 1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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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 커피전문점 매장마다 설치된 CCTV는 새삼스러울 것 없습니다. 개인정보보호법에 따라 매장 출입문에는 CCTV 설치 목적이 적힌 안내스티커도 붙어있습니다.

[취재수첩] 직원감시 논란 "맞습니다, 오해일 수 있습니다"

"시설물 보호 및 화재 / 도난 방지"

이는 촬영된 영상을 이 목적 외의 용도로는 쓰지 않겠다는 업체의 약속이기도 합니다. 직원들이 서서 일하는 카운터에 유독 카메라가 오밀조밀 설치된 느낌도 들지만, 뜨거운 물도 사용하고 돈도 오가는 곳이니 그럴만도 합니다. 여기까지는 철저히 커피전문점을 이용하는 고객의 관점입니다.

그런데 전국 230여개 매장을 보유한 브랜드 커피빈에서 일하는 매장 직원들에겐 이 CCTV가 다른 의미로 다가왔다고 합니다. 어렵게 저희 취재진과 연락이 닿은 커피빈 매장 직원 A씨는 이 CCTV가 직원들을 옥죄는 감시 도구나 다름없다고 하소연했습니다. (참고로 커피빈은 대리점주를 모집해 가맹점을 거느린 형태가 아니라 본사가 모든 점포를" 직영으로 운영하고, 일부 파트타임 직원을 제외하고는 모두 정직원으로 채용하고 있습니다.)

A씨가 매장 배치 직후 선배 직원들에게 가장 먼저 들은 말이 바로 "여기는 CCTV 사각지대 없다" 였다고 합니다. 업무 때문에 자리를 잠깐 비우자마자 본사에서 "왜 자리를 비웠느냐"는 전화가 걸려온 적도 있다고 했습니다.

취재진이 입수한 커피빈코리아 본사의 e메일도 A씨의 증언과 닮아있습니다. 지난 8일 본사가 전국 커피빈 매장에 보낸 이 e메일은 '운영본부에서 CCTV를 확인 해보니, 적절치 못한 행동들이 확인되어 개선코자'라는 문장으로 시작합니다.

매장 직원들의 행동 수칙도 10개를 적어놓았는데, '한가하다는 이유로 바에서 독서금지'라는 수칙 아래는 "말도 안된다고 생각하실 수 있으나, CCTV에서 보니 몇몇 매장에서 에스프레소 머신 뒤에서 책을 읽고 있는 모습이 포착되었습니다" 라는 설명이 달려있습니다.

또 다른 커피빈 매장 직원 B씨는 "앞으로도 일을 해야할 곳이니 신분이 드러나지 않게 해달라"고 신신당부하면서도 "CCTV 때문에 손님이 없을 때도 기대어 서있지 못하고, 심지어 근로시간 9시간 중 보장된 식사시간 1시간 동안 손님들 눈에는 띄지도 않는 직원 사무실에서 조차 제대로 쉬지 못하는 근무 환경이 개선되길 바라는 마음에서 취재에 응한다"고 말했습니다.

이같은 논란에 대해 커피빈코리아 본사 관계자의 해명은 다소 복잡했습니다. 우선 CCTV를 통한 본사의 매장 직원 근무 감시는 사실이 아니라고 밝혔습니다. e메일 내용을 두고 벌어진 논란에 대한 해명은 다소 장황하지만 그대로 옮겨 소개해드리겠습니다.

[취재수첩] 직원감시 논란 "맞습니다, 오해일 수 있습니다"


"최근 매장에서 직원들이 하지 말아야할 행동을 하는 경우가 자주 발생해 공지를 해야할 필요가 생겼는데, 본사가 '하지 말라'고 공지하더라도 일부 매장 직원들이 '저희는 그런 적 없어요'라고 하는 경우가 있어, (매장 관리 직원 사이에서) '사건·사고를 확인하다보니 이런 경우도 있더라'는 의견이 나와 e메일에 'CCTV를 확인해 보니' 라는 문구를 쓴 것 같다. 어감이 좀 강하게 가다보니 몇몇 직원이 오해를 하고 있는 게 아닌가 생각이 든다." -커피빈코리아 본사 관계자

복잡한 이 말을 해석하자면 '감시목적으로 일부러 CCTV를 돌려보거나 한 것은 아니지만 매장 관리 직원이 다른 필요에 의해 영상 일부를 보던 중 불량한 근무 모습이 포착된 기억이 있어 e메일을 보낼 때 참조해 넣었다. 감시했다는 것은 오해다'는 정도로 볼 수 있겠습니다.

맞습니다.

저희가 인터뷰를 한 매장 직원들은 본사가 보낸 e메일의 문장만 보고 오해한 '몇몇 직원' 일 수 있습니다. 본사가 정말 CCTV를 통한 직원 감시 없이 e메일에 'CCTV를 확인해보니'라는 표현을 쓴 것도 연초에 직원들을 다잡기 위한 과장된 표현이라고 생각해볼 수도 있습니다.

지난 20일 JTBC 뉴스룸을 통해 기사가 나가고 포털사이트 댓글이나 JTBC 제보 메일을 통해 다양한 의견이 들어왔습니다. 2013년에 퇴사한 전직 직원이라는 네티즌(skat****)은 "하루에 8시간 서있는데 기대서있어도 전화오면서 쉬는시간까지 감시하더라"는 댓글을 달았고, "동기 직원이 사무실에서 도시락 먹었다가 본사에서 전화를 받았다"(core****), "터질게 터지네요. 퇴사했지만 이런거 보면 신남"(ruji****) 등의 의견도 있었습니다.

커피빈 본사의 해명대로라면 이들도 모두 '오해를 하고 있는 몇몇'일 겁니다.

본사가 '오해'라고 넘어가기 어려워보이는 부분도 있습니다. 개인정보보호법에는 CCTV로 개인정보를 수집할 경우 정보주체의 동의가 필요하다고 규정돼 있지만 저희가 만난 직원들은 본사가 고용 계약을 맺을 당시는 물론 그 이후에도 CCTV와 관련한 그 어떠한 설명도 해주지 않았다고 말했습니다. 그리고 저희가 취재 과정에서 자문을 구한 변호사와 국가인권위원회 관계자는 해당 e메일과 커피빈 본사의 해명에 대해 "설령 감시의 의도로 설치한 CCTV가 아니더라도 매장 내 CCTV를 근거로 근로 감독 e메일을 보내는 등의 행동은 CCTV를 명시 목적 이외의 용도로 쓴 것으로 명백한 법률 위반"이라고 답했습니다.

욕설을 하거나 물리적인 폭력을 가하는 것만 인권 침해가 아닙니다. 스마트 기기를 통한 노동 감시, 또는 그런 감시를 언제는 당할 수 있다는 공포를 지속적으로 주입하는 것, 그리고 사전 동의 없이 감시하는 일 자체가 법에 어긋난 일이라는 사실을 제대로 알려주지 않는 것 모두 누군가의 권리를 빼앗는 일입니다.

[취재수첩] 직원감시 논란 "맞습니다, 오해일 수 있습니다"

요즘 같이 추운 날 사무실 밖에서 일이 있을 때 찾는 곳이 커피전문점입니다. 직원들의 친절한 응대 뒤에 손님들은 알아 챌 수 없는 감시의 눈초리가 있는 것은 아닌지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됩니다.

이가혁 사회2부 기자 gawang@jt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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