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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착카메라] 재선충병 확산…'소나무 무덤' 된 남해안 섬

입력 2019-11-21 21:35 수정 2019-11-21 2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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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옹기종기 모인 작은 섬과 푸른 소나무는 남해의 상징적인 풍경입니다. 그런데 최근에 섬들의 소나무가 죽어가고 살아있는 소나무가 한 그루도 없는 곳도 있습니다.

섬을 강타한 '소나무 재선충병'의 현장을 밀착카메라 윤재영 기자가 담았습니다.

[기자]

남해안에 있는 섬 소매물도의 한 소나무 아래입니다.

소나무는 잎이 이렇게 사시사철 푸르른 상록수인데요.

하지만 다른 잎들을 보면 잎이 누렇게 변해가고 있습니다.

나무가 죽어간다는 뜻인데요.

문제는 이 나무뿐 아니라 이 섬 소나무 상당수가 비슷한 상태라는 겁니다.

무인도를 포함해 섬 100여 개가 모인 한려해상국립공원.

국제기구인 세계자연보전연맹도 보전 가치를 인정하고 있습니다.

통영시 소매물도는 국립공원에 속한 대표적인 섬.

[김도현·김경치/대구 만촌동 : 죽은 나무만 쫙 서 있는 걸 봤어. 시커메서 죽은 산같이 보이지.]

[강미숙/주민 : 소나무가 다 죽어가고 있는데 방치하는 느낌이 든다고. 포기들을 하셨나…]

원인은 소나무재선충병.

길이 1㎜인 소나무재선충은 솔수염하늘소 등 곤충을 타고 이동합니다.

나무에 들어간 뒤엔 수분과 양분 통로를 막아 나무를 죽입니다.

치료법이 없어 감염되면 100% 죽는다고 알려졌습니다.

병의 전파 속도가 빨라 전염성도 강합니다.

기둥엔 솔수염하늘소가 드나든 구멍이 선명합니다.

이 나무엔 소나무재선충병 방제사업을 알리는 표가 붙어있고 기둥엔 빨간색 물감으로 표시가 되어 있습니다.

이 나무가 병에 걸려 병을 옮길 수 있으니 이 부분을 잘라내겠다는 뜻인데요.

하지만 섬 곳곳엔 병에 걸린 나무들이 잘리지 않은 채 방치돼 있습니다.

[박길동/산림기술사 : 전에는 이 한두 그루만 죽었을 것 같은데 1년 지나면서 배로 늘어나는 거죠. 푸르지 않으면 소나무 죽은 거라고 봐야죠.]

관계 기관은 이 섬에 있는 소나무의 80% 이상이 피해를 입은 것으로 파악하고 있습니다.

다른 섬도 둘러봤습니다.

배를 타고 사람이 살지 않는 작은 섬 가왕도로 와봤습니다.

보다시피 군데 군데 보이는 푸른빛은 모두 활엽수입니다. 소나무는 모두 죽어서 이렇게 가지만 남아 있습니다.

배를 타고 섬 전체를 돌았지만 살아있는 소나무를 발견하기는 어려웠습니다.

거제시에 속한 섬 화도.

멀리서 보기에 섬은 푸른 빛이지만, 안으로 들어와 보니 사정이 다릅니다.

산속으로 왔더니, 나무를 베어 천으로 덮어둔 모습이 보이고 2015년에 작업했다고 쓰여 있습니다.

병이 옮겨가지 않도록 죽은 나무를 천으로 감싸둔 건데요.

하지만 주변을 보니 죽은 소나무들이 베어진 채 그대로 바닥에 널브러져 있습니다.

오히려 병을 확산시킬 수 있다고 전문가는 말합니다.

[박길동/산림기술사 : 파쇄를 하든지 소각하든지 이런 방법을 써야 되거든요. 이렇게 잘라서 그냥 방치해 두면 (재선충의) 서식처가 되어 버려서 (피해를) 더 확대할 수 있는…]

섬 주민의 우려도 큽니다.

[이상우/주민 : 소나무, 우리나라 일종의 국가 재목 아닙니까. 그게 자빠지고 나면 잡목만 성해가지고, 망가져 버린 거지.]

소나무재선충병 방제 권한은 산림청과 각 지자체가 갖고 있습니다.

지자체는 예산에 한계가 있다는 입장입니다.

[경남 통영시 관계자 : 섬 지역을 빼더라도 육지에 방제를 하려는 예산이 모자란 실정이에요.]

[경남 거제시 관계자 : 섬에 들어가는 배를 타고 왔다 갔다 해야 되고 돈이 또 예산이 더 들고…]

국립공원관리공단도 섬 상태를 관찰할 뿐 방제할 자격이 없다고 말하는 상황.

전문가들은 이 같은 상황이 산사태 등 재해를 유발할 뿐 아니라, 고기의 서식환경을 바꿔 어업에도 영향을 미친다고 지적합니다.

죽어가는 소나무 옆엔 여지없이 이미 죽은 소나무가 있습니다.

현실적인 어려움으로 손 놓은 사이 남해안의 섬은 소나무의 무덤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인턴기자 : 최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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