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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트체크] '영어 발음 조롱'…미 방송 EXID 인종차별 논란

입력 2015-05-06 2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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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이게 무슨 영상인가 싶으실 텐데, 중간에 나온 걸그룹은 EXID고요, 연휴 동안 이 영상을 두고 논란이 많았던 것 같습니다. 관련 소식을 전하던 한 미국 연예매체 TMZ가 EXID 멤버의 영어 발음을 놀린 것을 두고 인종차별이냐 아니냐는 이야기가 나온 건데, 제가 듣기엔 영어발음 문제없이 참 좋던데, 왜 그걸 가지고 이 사람들은 그렇게 얘기했는지 모르겠습니다마는. 오늘(6일) 팩트체크에서는 이 문제 짚어보겠습니다.

김필규 기자, 저 이야기가 어떻게 나온 건지 정황을 좀 더 자세히 살펴볼까요?

[기자]

EXID가 지난 1일 미국 공연을 위해 LA공항에 도착했는데, 미국 TMZ라는 매체가 이 소식을 전하면서 한 출연자가 갑자기 멤버 정화의 다소 어색한 영어 말투를 따라 한 겁니다.

지금 보시는 것처럼 편집장으로 보이는 인물이 부적절하다는 표정을 지었고, 이 여성은 "왜 그러냐, 나는 그녀가 영국인이었으면 영국 발음으로 따라 했을 것"이라고 말한 겁니다.

그러자 같이 출연한 다른 동양계 여성이 이 출연자를 두둔하면서 한마디 더 하는데, 내용 보시죠.

[적어도, 솔직히 '땡큐, 땡큐' 이렇게 따라 하진 않았잖아요.]

[쟤가(동양인 여성이) 따라 하는 건 괜찮아요.]

동양인이니까 저런 얘기 해도 된다, 말투 가지고 좀 놀려도 된다, 이런 얘기까지 덧붙여지니까 당장 국내 팬들 사이에서 논란이 됐고요. 국내 연예인들까지도 SNS를 통해 TMZ를 비난하고 나서면서 일이 커진 겁니다.

EXID 소속사 측에서는 TMZ와 접촉해 공식 대응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상태입니다.

[앵커]

자기들끼리 찧고 빻고 한 것 가지고, 그냥 대범하게 넘길 수 있는 문제이기도 한데, 아무튼 문제가 됐으니까. 이 기획사 쪽에서도 한번 대응해보겠다는 생각인 것 같습니다. 그런데 이런 경우를 인종차별이라고 할 수 있느냐 하는 본질적인 문제가 또 나오죠. 사실 제가 아까 자기들끼리 찧고 빻고 했다고 했지만, 이런 문제는 작으면서도 미묘하게 사람을 건드리는 문제가 있어서요. 어떻게 봐야 합니까?

[기자]

서구권에서 이런 문제를 정서적으로 어떻게 보는지 살펴봤습니다.

지난해 영국의 한 라디오 진행자(Mike Read)가 앨범을 냈는데 중남미인들의 영어 발음을 흉내 낸 노래였습니다. 그 노래를 들은 영국인들 반응 직접 보시죠.

[오, 인종차별적이네요.]
[노래 자체가 모욕적인 것 같은데요.]

문제가 되자 결국 사과하고 앨범판매를 중지했습니다.

이런 정서, 미국도 마찬가지입니다. 정부기관인 평등고용기회 위원회에 따르면 발음이나 말투 때문에 부당한 대우를 받는다면 분명한 인종차별이라고 명시하고 있고요, 캐나다에서도 누군가의 말투를 놀리거나 따라 하는 행위를 언어적인 인종차별 사례로 보고 있습니다. 서구 사회에서도 문제가 있는 상황이었던 거죠.

[앵커]

소송 이야기도 나오던데, 법적 소송까지 갈 수 있는 사안입니까?

[기자]

어떤 법적 소송이 가능하거나 아니면 그 매체의 어떤 공식적인 반응 볼 수 있느냐. 이거 짚어볼 수 있는 게, 2007년에 미국 CBS의 한 라디오 프로에서 이런 일이 있었습니다.

중국인 식당 종업원들은 볶음밥을 '프라이드 라이스'라고 안 하고 '플라이드 라이스' 즉 파리나 이로 만든 요리라고 한다며 발음을 놀렸다가 아시아계 시민단체의 항의를 받고 진행자가 하차한 적도 있습니다.

그런데 이번에 문제가 된 TMZ라는 연예전문매체. 그렇지 않아도 지나치게 파파라치에게 의존한다든지, 연예인 사생활을 침해한다든지, 과거 인종차별적인 기사로 논란이 많던 곳입니다.

그러니 미국에서도 이런 매체, CNN도 아닌데 이런 매체에 정색하고 반응을 하느냐라는 반응도 있고요.

또 소송까지 갈 법적요건이 안 된다는 미국 변호사 이야기가 있었는데, 들어보시죠.

[김봉준 변호사 (미 뉴욕/ 법무법인 김앤배) : 법적으로 인종차별이란 말을 할 때는 일단 어느 정도 그거에 의한 피해가 있어야 되고 그 피해라는 것이 돈, 이런 것들도 있지만 공평하지 않은 어떤 차별화된 대우를 받음으로써 결과가 달라졌다라고 하는… 법적으로 만약에 풀이를 하자면, 그렇게 나올 수가 있거든요. 기분은 엄청 나쁘지만, 소송으로 이끌 수 있는 그런 거는 아닐 거 같은데요.]

[앵커]

이것도 다른 변호사들은 또 다른 의견을 얘기할 수 있는 거니까요. 정신적으로 피해를 받았다면 거기에 대한 배상을 요구할 수 있는 것일 수도 있을 거고. 의견은 여러 가지로 나올 수 있는 것 같기는 합니다. 그런데 TMZ출연자의 말하는 분위기라든가 이런 것은 분명히 기분이 좋지는 않군요. 그래서 이것이 인종차별적인 것이냐 하고 따진다면 그런 쪽이다라고 생각할 가능성도 꽤 커 보이는데 소송까지 갈 일은 아니다. 그건 또 지켜봐야 될 일인 것 같고요. 그런데 이게 사실 미국 사람들만의 문제는 아니다라는 얘기도 있죠. 그러면 우리는 그런 측면 없느냐라고 또 따져보는 분들도 많이 계시잖아요.

[기자]

미국 매체에서도 이번 건에 대해 관심을 갖고 다뤘는데, 댓글 중에는 한국 사람들이 이런 문제 지적할 자격이 있냐는 내용도 꽤 있었습니다.

실제로 2010년 우리나라 여배우가 필리핀 사람들 영어 발음을 소재로 이야기해 논란이 됐던 방송 장면인데요. 한번 보시죠.

[앵커]

웃자고 한 얘기인지 모르겠는데 듣는 입장에서는 기분이 나빴을 수 있겠네요.

[기자]

실제로 당시에 필리핀 내에서도 이 영상 때문에 반한류감정이 커지고 있다 이런 보도가 나올 정도로 비난이 좀 있었는데요.

[앵커]

결국은 서로 다 조심하자 이런 얘기가 되는 거군요.

[기자]

지난해에는 우리 개그프로에서 중국 동포 말투를 통해서 희화화하는 정도가 심각하다 이런 지적을 인권위에서 한 적도 있었습니다.

우리 문화에서 좀 무신경하게 외국인의 서툰 발음을 소재로 삼는 경우가 많은 것 사실인데요, 이번 EXID 건과 관련해서 TMZ 측에 문제 삼을 부분은 확실히 정리하고 가야겠지만, 우리 역시 어떤지 짚어볼 수 있는 계기도 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앵커]

하기는 이게 또 조금 민감한 문제이기는 한데 미국 사람들도 사실 다 알아들으면서 괜히 트집 잡고 그러는 경우도 있잖아요, 볼썽사납게. 우리는 사실 안 그런 측면도 많이 있는데 그냥 대충 얘기해도 알아듣는 경우가 많이 있지 않습니까? 예를 들면 '전설의 고향 갑시다' 그러면 예술의전당으로 가는 식으로 그런 유연함, 그런 것도 서로 좀 가져야 하지 않나 싶습니다. 김필규 기자였습니다. 수고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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