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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트체크] 비공개로 '의원끼리' 예산 심사…국회의 권리?

입력 2014-11-17 2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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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예산 심사의 계절이 왔습니다. 바로 여러분께서 내신 피 같은 세금을 어떻게 쓰느냐 하는 문제지요, 항상 이맘때면 거론되는 게 쪽지예산, 밀실예산 문제이기도 한데요. 여야 간의 원활한 협상을 위해선 어느 정도 비공개로 진행될 수밖에 없다는 게 정치권의 이야기인데, 정말 그래야 하는 걸까요? 오늘(17일) 팩트첵커 김필규 기자와 함께 이 문제 짚어보도록 하겠습니다. 오랜만입니다. 김 기자! 지난주까지는 김진일 기자가 수고해줬습니다.

조금 전 화면 보니 "이제 나가달라"는 말이 마지막에 나오던데, 그러면 실제로 기자들이 우르르 다 나갑니까?

[기자]

예, 관행적으로 그렇게 해왔는데요, 저 회의(예결위 조정소위)의 경우 다 나가는 것은 아니고 카메라 없이 보통 풀 기자라고 하는 펜 기자 한 명만 남고 다 나갑니다.

[앵커]

펜 기자라고 하면 보통 보도하는 기자

[기자]

맞습니다.

[앵커]

모르시는 분들도 계실 것 같아서요.

[기자]

네, 정말 펜을 들고 들어가는 건 아니고요, 노트북을 들고 들어가겠죠.

[앵커]

그런가요? 풀 기자라고 하면, 업계에서 일명 '풀해준다'는 거잖아요? 혼자 듣고 와서 다른 기자들에게 이런 일이 있었다고 얘기하면 다른 기자들이 받아쓴다는 얘기잖아요?

[기자]

맞습니다.

[앵커]

그렇게 되면 문제가 없나요?

[기자]

일단 그렇게 풀 기자 한 명만 들여보내는 이유에 대해, 국회 측에선 '회의 장소가 협소하고, 원활한 회의 진행을 위해서 그렇게 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합니다.

말씀하신 것처럼 풀 기자로 들어갈 수 있는 기자는 일부 매체로 한정돼 있습니다. 게다가 한 명이 듣고 와서 전달해주는 것이기 때문에 회의 분위기가 어땠는지 생생하게 듣기에는 한계가 있는 거죠.

이뿐 아니라 예산안 처리 과정 전반을 보면 정말 투명하지 않다는 지적이 나올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처리 절차를 보면, 상임위 별로 예산안 심사를 할 때도 관행적으로 비공개고요. 특히 여야 간사와 기재부 간부가 최종 협상을 할 때는 국회 밖에서 진행되기 때문에 무슨 이야기가 오갔는지 알 길이 전혀 없습니다.

[앵커]

이런 걸 국회에서 안 하고 호텔에서 하는 경우가 많다면서요? 그래서 '호텔예산'이라는 얘기도 많이 나오는데, 과연 정상적인 것인가? 아까도 말씀드렸습니다마는, 우리 모두가 낸 피같은 돈으로 만들어진 세금인데 이렇게 비공개로 하는 것이 정당한 것인가 짚어봐야 하는 것 아닙니까?

[기자]

법상으로는 공개가 원칙입니다. 국회법 57조를 보면, 국회 상임위원회에서 열리는 소위원회 회의, 그러니까 예산 심의를 하는 소위원회도 포함되는 거죠. 모두 공개해야 하는데, 의원들끼리 의결해서 공개하지 말자 하면 비공개가 되는 겁니다. 지난주 열린 상임위 예결소위의 경우 굳이 막지 않은 경우도 있었지만, 기자들이 못 들어 간 상임위도 있었습니다.

[앵커]

비공개로 할 수도 있다고 하니 웬만하면 비공개로 하는 측면도 있죠?

[기자]

그렇습니다. 그래서 이런 부분에 대해 문제의식을 가지고, 지난 국회 때 다 공개하자는 법안 발의를 한 의원도 있었는데요, 직접 이야기 들어보겠습니다.

[김진애 전 의원/당시 민주통합당 : 통과가 문제가 아니라 심의안 자체가 올라오지도 못했어요. 각 법안 소위에 올라가잖아요? 그것조차도 못 올라갔어요. 그 정도로 관심이 없었습니다. 일단 (심의과정을) 공개만 하면, 나머지 것들이 굉장히 자연스럽게… 과정도 투명해질 것이고, 공개한다는 것 자체가 굉장히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고 생각을 합니다.]

[앵커]

공개하면 모든 게 바뀔 수 있다, 그런 얘기로 이해됩니다. 그런데 의원들이 이런 거에 대해선 관심이 없으니까 편의주의적으로 비공개로 가는 것 같고, 바꾸려는 의지도 별로 안 보이는 것 같고요. 그러면 공개하지 않는 이유를 뭐라고 얘기합니까?

[기자]

정치인들에게 물어봤더니 가장 많이 들은 이야기는 정치가 원래 타협의 산물이다, 예산안 심사도 결국 정치활동인데 타협의 여지를 좀 줘야 하는 것 아니냐 하는 거였습니다.

하지만 이에 대한 반박 의견도 많았습니다. 들어 보시죠.

[최창렬/용인대 교수 : 여야가 조율하는 과정 속에서 어느 정도는, 다 국가 살림에 관련된 거니까 거래할 수 있어요. 타협할 수 있고 딜(deal)할 수 있는데… 국가 전체의 투자나 국가 전체 예산과 관련된 건 (정치적) 거래가 맞아요. 근데 지금 나오는 건 그런 차원의 명제에 맞지 않아요. 무슨 지역에 도로 놓고, 다리 놓고 그러는데, 그게 무슨 (정치적 거래입니까)]

[앵커]

비공개로 한다는 것은 그만큼 밝히고 싶지 않은 부분이 많다, 이렇게 볼 수밖에 없는 거겠죠? 상식적으로 보자면?

[기자]

네, 충분히 그렇게 생각할 수 있는 상황입니다.

상임위 예결소위에서 하는 것은 기본적으로 정부가 예산안을 잘 짜왔나 심사하는 겁니다. 그런데 이번 같은 경우, 상임위 15곳을 거치고 왔더니 오히려 15조원 넘게 늘었습니다.

여야 의원들이 저마다 지역구 예산을 반영한 건데요, 이중 절반 가까운 7조원이 국토교통위에서 증액시킨 겁니다.

이런 내용들이 나중에 회의록으로 남는다고 해도 카메라에 담기는 것과는 느낌이 다르니 비공개를 고집한다고 봐야겠죠.

[앵커]

당초 10조 원 정도가 늘어날 것이라고 했다가, 이미 15조까지 늘어나 있는 상황인데요. 절반이 국토위입니다. 그만큼 국토위가 노른자 상임위라는 게 여기서도 여실히 증명되는 상황인 것 같습니다.

그만큼 의원들의 재선에 크게 작용할 수 있다고 봐야겠죠? 인프라 까는 등 돈이 많이 들어가는 사업이니까요.

[기자]

그렇습니다. 재미있는 연구결과 하나 있는데요, KDI에서 내놓은 것인데, 도로나 철도 사업을 크게 펼친 지역구에서 국회의원들이 얼마나 재선에 성공했나 살펴봤더니 18대 국회 기준으로 6000만원 규모 사업이 있었던 곳에선 재선 확률이 55%, 액수에 따라 점점 오르더니 81억원일 때는 71%에 달했습니다.

큰 사업이 벌어져야 '우리 의원들 일 좀 했구나' 하고 평가받는다고 생각할 수 있게 되는 거죠.

[앵커]

이렇게 증액을 해놓으면 나중에 감액해서 조정이 돼야 하는데, 그걸 이미 예상하고 일단 적어내는 경우가 많이 있는 모양이네요?

[기자]

그렇습니다. 그렇게 적어낸 것 중 한 건이라도 건지면 그 사람의 업적이 되는 거니까요.

지금 보시는 것처럼 본격적인 예산시즌에 접어들면서 여야 지도부가 저마다 재정 건전성 강조하면서 나라살림 걱정하는 모습인데요.

건전한 재정이란 것, 결국 투명한 예산 수립이 그 출발점이라는 기본적인 사실, 잘 전달됐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앵커]

저희가 지난번에도 잠깐 예고해드린 바 있는데, 저희 JTBC 뉴스룸에서 전문가, 시민단체들과 팀을 좀 만들어서 정말 불요불급한 예산이 있는 건 아닌지 자세히 들여다보고 있습니다. 그 내용은 나중에 보도를 통해 전해드리도록 하겠습니다. 김필규 기자였습니다. 수고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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