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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인 천재소녀, 하버드·스탠포드 러브콜…저커버그도 "만나자"

입력 2015-06-03 10:48

"학교 번갈아 다녀달라" 파격 조건…워싱턴 TJ과학고 졸업반 김정윤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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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번갈아 다녀달라" 파격 조건…워싱턴 TJ과학고 졸업반 김정윤양

한인 천재소녀, 하버드·스탠포드 러브콜…저커버그도 "만나자"


하버드와 스탠포드가 입학해달라고 구애하고 페이스북 창업자 마크 저커버그가 도와달라고 요청한다면?

유학생 출신의 한인 천재 소녀를 놓고 미국 최고의 대학들이 유례없는 스카우트전을 펼쳐 큰 화제가 되고 있다. 마크 저커버그 CEO는 이메일과 전화를 걸어 이 소녀의 수학적 능력이 세계를 하나로 묶는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만나줄 것을 요청했다.

믿기 힘든 실화의 주인공은 올해 버지니아의 토마스 제퍼슨 과학고를 졸업하는 김정윤(18 미국명 새라 김) 양이다. 지난해 말 하버드에 조기 합격한 김 양은 이후 스탠포드와 MIT, 칼텍, 코넬 등 최고의 명문대에 잇따라 합격했다.

이들 학교는 합격 통지서만 보낸게 아니었다. 김 양이 자기 학교에 등록하도록 내로라하는 교수들을 동원해 치열한 줄다리기를 한 것이다. 최후의 승자는 스탠포드와 하버드였다. 두 학교는 김 양에게 공평하게 다녀보고 졸업대학을 결정해달라는 제안을 하게 됐다.

이에 따라 김 양은 올 가을부터 스탠포드에서 1~2년, 하버드에서 2~3년을 공부할 생각이다. 두 학교는 유학생 신분인 김양을 위해 수업료와 기숙사비를 포함, 연간 6만달러가 넘는 학비를 전액 제공할 예정이다. 특히 하버드는 '김양을 놓치지 않기 위해 교수 장학금'(Harvard Faculty Scholarship)'을 특별히 제공하겠다며 적극성을 보였다.

대체 김 양이 누구이길래 미국 최고의 대학들이 유례없는 경쟁을 하게 됐을까. 김 양이 미국에 온 것은 경기초등학교 5학년이던 2008년이었다. 중앙일보 기자였던 아버지 김정욱 씨(47)가 워싱턴특파원으로 발령이 나 가족과 함께 미국에 왔다.

6학년때 10학년이하의 학생들이 겨루는 수학경시대회 AMC 10에서 저학년 최고점수인 109점을 받으면서 수학에 관심이 생긴 김 양은 영재들이 주로 가는 토마스 제퍼슨 과학고에 진학했다. 입학하자마자 수학경연대회에서 큰 상을 받는 등 고기가 물을 만난 듯 재능을 발휘했다. 명문대 스카우트 팀에 포착된 것은 11학년이었던 지난해 5월 MIT에서 주최하는 '프라임스(PRIMES USA)' 리서치 프로그램에 참여한 것이 계기가 됐다.

김 양의 리서치 주제인 '컴퓨터 연결성에 대한 수학적 접근(Connected Machings in Graphs of Independence Number 2)'은 대학 교수들도 풀기 힘든 것이었지만 보란 듯이 해내 관계자들을 놀라게 했다.

최초 멘토인 MIT의 피터 카식바리 교수를 비롯, 스탠포드의 제이콥 폭스 교수와 하버드의 조셉 해리스 교수 등 3인은 각기 진학 상담역을 자처하며 김 양을 입학시키기 위해 힘을 다했다.

조기입학으로 일찌감치 하버드에 합격했지만 스탠포드 제이콥 폭스 교수는 "네가 관심있어 하는 연구는 스탠포드에서만이 가능하다"며 거의 매일 전화를 걸어왔다. 어머니 조나영씨(47)에 따르면 폭스 교수는 "사실은 지금 내가 연구하는 것이 너무 어려워서 주변만 건드리고 있는데 너는 지금 핵심에 접근하고 있다"면서 "너의 수학적 증명이 완성되면 전세계는 또 한번의 거대한 컴퓨터 혁명을 맞게 될 수도 있다"고 흥분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버드의 조셉 해리스 교수는 아직 어린 학생이라는 점에서 말을 아꼈지만 "미래에 천재 스타 수학자가 탄생할 것"이라는 말로 기대감을 보였다. 또한 인텔대회 수상을 계기로 미국 최고의 수학자로 알려진 아서 루빈 박사(전 프린스턴, 칼텍 교수)는 김 양을 직접 찾아와 격려하기도 했다.

가장 짜릿한 순간은 페이스북 CEO 마크 저커버그와 페이스북 친구가 된 일이다. 김 양에 대한 소문을 들은 저커버그가 학교 공용메일로 격려하는 메일을 보낸 것이다. 김 양은 지난 4월말 하버드와 스탠포드를 놓고 마지막 고민을 할 때 저커버그에게 이메일로 조언을 구했다.

어머니 조나영 씨는 "정윤이가 어느날 전화를 받았는데 저커버그라고 해서 깜짝 놀랐다. 지금 파나마에 있는데 이메일보다 전화로 얘기하는게 좋을 것 같아 직접 걸었다고 했다"고 말했다.

하버드 홍보대사이면서 스탠포드 지역에 본사가 있는 저커버그 CEO는 "캠브리지(하버드 소재지)에 간들 괜찮지 않겠냐"며 완곡어법으로 조언하면서 "지구촌 오지까지 와이파이로 세계를 하나로 묶는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는데 너의 수학적 이론이 복잡한 문제를 아주 간단하게 해결할 수 있을 것 같다. (페이스북 본사가 있는) 캘리포니아로 한번 올 수 있냐?"고 만날 것을 요청했다.

김 양이 "가고는 싶은데 엄마가 허락할 것 같지 않다"고 하자 저커버그는 파안대소하며 "그럼 우리 조만간 중간지점에서 만나기로 하자"고 대화를 마쳤다는 후문이다. 폭스 교수는 저커버그와 김 양이 페이스북 친구라는 얘기에 "(하버드를 중퇴하고 창업한 저커버그와 달리) 무슨 일이 있어도 대학은 마쳐야 한다"고 노파심을 드러내기도 했다.

김정윤 양은 "진로를 놓고 고민하다 스탠포드에서 1~2년, 하버드에서 나머지 기간을 보내기로 했다. 내가 지금 하고 있는 리서치 주제와 함께 수학과 컴퓨터 분야를 동시에 전공할 생각"이라고 전했다. 하버드에서는 김 양의 연구주제를 위한 시스템까지 갖추겠다는 약속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아버지 김정욱 씨는 비범한 재능을 가진 딸에게 쏟아지는 관심이 고맙기도 하지만 조심스런 우려도 하고 있다. 그는 "두 대학이 정윤이가 재능을 충분히 발휘하도록 지원해주겠다고 해서 다행이지만 한편으론 딸 아이가 평범한 대학생활을 즐겼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 양은 영재들이 다니는 TJ 과학고에서도 4년 내내 A학점을 유지해왔다. 주니어(11학년)때 PSAT 240점 만점을 받은 것을 시작으로 대학수학능력시험인 SAT에서 2400점 만점, ACT도 36점 만점, SAT 서브젝트 수학 역사 물리 화학 모두 800점 등 전 시험에서 만점을 기록했다. 대학 과목인 AP 시험 역시 12학년때까지 모두 11개, 포스트 AP과목도 10여개에 달했다.

전국컴퓨터사이언스대회(CSL), 컴퓨터사이언스 올림피아드(USACO), 인텔국제경시대회 등 각종 경시대회에서도 나가는대로 수상했고 지난해는 토마스제퍼슨 과학고 교사들이 뽑은 '올해의 TJ학생'에 선정되기도 했다.

오는 20일 졸업식을 앞둔 김 양은 며칠전 시니어들의 무도회인 프롬파티에서 친구들과 즐거운 추억을 남겼다. 남들은 공부만 할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어려서부터 켠 바이올린과 노래 실력도 출중한 전형적인 팔방미인이다. 6학년인 남동생(윤성)도 누나를 닮아 모든 것에 관심을 갖고 있단다.

김정윤 양은 워싱턴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나름의 공부비결을 공개하기도 했다. "공부 방법에는 읽거나, 쓰거나, 들으며 하는 방식이 있는데 저는 들으며 하는 방식을 좋아해요. 외울 게 많은 생물학 같은 것은 내 목소리로 녹음을 한 뒤 차안에서 반복해 듣곤 했어요. 또 친구들이 어려워 하는 컴퓨터 코딩 같은 경우는 기본적인 원칙들을 잘 생각하면 쉽게 풀렸구요. 물론 저도 시험 볼 때 모르는 것이 있고, 생각이 안나는 것도 있어요. 그럴땐 자신감으로 밀어 부쳐요. 예를 들면, SAT 단어 문제 5개의 예제 중 3개를 알고 2개를 모른다면, 모르는 2개는 (웬만큼 공부한 내가 모르는 데 설마 답으로 출제했겠나 싶어) 아예 무시해 버려요. 지금까지는 그 예상이 잘 맞아 떨어졌어요. (웃음)"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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