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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브리핑] 그리스 어쩌다가…그렉시트 이어질까

입력 2015-07-01 20:54 수정 2015-07-06 2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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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과연 그리스는 왜 이 지경까지 된 것인가, 또 이번 사태가 그렉시트, 즉 유로존 탈퇴로까지 이어질 것인가 하는 문제, 굉장히 복잡해 보이는 문제이기도 하지만, 신예리 국제부장의 데스크브리핑 통해서 쉽고 간단하게 풀어보도록 하겠습니다.

먼저 선진국인 그리스가 어쩌다 이런 위기까지 내몰린 건가. 혹자는 그리스의 방만한 복지를 이유로 들기도 했습니다. 대표적으로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가 그렇게 얘기하기도 했죠. 그런데 저희가 지난번에 팩트체크에서도 체크해봤습니다만 그리 높지는 않더군요. OECD 내에서도 복지가. 또 혹자는 애당초 유로존에 가입한 것 자체가 문제였다고 얘기하기도 합니다. 어떻게 봐야 할까요?

[기자]

네. 그리스의 복지 수준 자체가 높다기보다는 정치권의 뿌리 깊은 부정부패, 또 그와 맞물려 비대해진 공공 부문이 경제 구조를 취약하게 만든 근본 원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연줄로 뽑힌 수많은 공무원들의 급여와 연금을 주는 데 재정이 너무 많이 소모된 거죠.

[앵커]

지난번에 그리스 국회의원한테 직접 들었더니 거기는 의원이 한 사람 당선될 때마다 공무원들이 몇 명씩 늘어난다고 하더군요.

[기자]

네, 전체적인 경제 구조에 비해서 공무원 숫자가 많다고 합니다.

또 지적하신 대로 그리스가 유로존, 그러니까 유로화를 쓰는 유럽국가들의 모임에 합류한 것도 패착이었다는 지적이 많습니다.

경제 수준이나 산업 구조가 각기 다른 나라들을 유로라는 하나의 통화로 묶어놓은 것 자체가 무리란 겁니다.

대표적으로, 강력한 제조업 기반을 가진 경제강국 독일과 관광업을 빼곤 별다른 산업 기반이 없는 그리스가 하나로 묶인 것이 결국 그리스에 독이 됐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앵커]

유로라는 단일 통화로 묶여있다는 것 자체가 예를 들면 환율 운용을 마음대로 할 수 없으니까, 이런 때 굉장히 불리하다는 분석이죠?

[기자]

네 맞습니다. 대개 경제가 어려워지면 각국 정부는 통화 가치를 떨어뜨려서 수출 경쟁력을 높이는 전략을 쓰곤 합니다.

통화 가치가 떨어지면 다른 나라보다 상품값이 싸지니까 그만큼 수출이 늘어날 수 있는 거죠.

예컨대 캐나다라던가 아이슬란드가 이런 방법으로 위기를 탈출한 전례가 있다고 합니다. 반면 그리스는 이런 선택권을 가질 수가 없었던 거죠.

또 아까 말씀드린 대로 독일 같은 경제 강국과 같은 유로존으로 묶여 있으니까요. 그리스는 자기네 경제 수준에 비해서 굉장히 낮은 이자로 외채를 마음껏 빌려쓸 수 있었습니다.

그 돈을 농업이나 제조업 육성 등 생산적인 곳에 쓰지 않고 허투루 낭비한 것 역시 위기를 키웠습니다.

[앵커]

지금 이 상황에서는 그렉시트, 즉 유로존에서 그리스가 나오느냐 마느냐가 굉장히 큰 관건이 됐습니다. 이걸로 국민투표까지 한다고 하니까요. 그런데 실제로 그리스 입장에서는 유로존에서 벗어나는 게 유리해 보일 수도 있는데. 그게 그렇게 간단한 문제는 아닌 것 같습니다.

[기자]

네. 그렇습니다. 의견이 엇갈리고 있는데, 대표적으로 차라리 유로존을 떠나라고 하는 사람이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폴 크루그먼 미국 프린스턴대 교수인데요.

지난 2010년 이후 이른바 '트로이카'라고 불리는 국제 채권단이 그리스에 두 차례 구제금융을 주면서 내걸었던 긴축 정책이 잘못됐다고 주장합니다.

공공부문의 임금을 동결하고, 연금을 깎고 세금을 올리라는 주문이었는데 그 바람에 그리스에선 130만명이 일자리를 잃고, 임금은 2009년 대비 38%, 연금은 45%가 깎였는데요.

그래서 재정 건전성이 좋아졌으면 다행인데 오히려 성장 동력까지 갉아먹어서 깊은 침체에 빠졌다는 겁니다.

또 다른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조지프 스티글리츠 컬럼비아대 교수도 비슷한 주장을 하고 있습니다.

[앵커]

그런데 지금 그렉시트, 즉 여기서 나오는 게 능사냐. 그 이후에 벌어질 상황도 생각하면 결코 간단한 게 아니라는 얘기잖아요?

[기자]

네. 맞습니다. 그렉시트가 현실화되면 그리스 입장에선 물가가 올라가고 실업이 늘어나며, 은행과 기업의 연쇄 파산이 이어질 거란 우려가 나옵니다.

오는 일요일 국민투표를 앞두고 그리스 민심이 반으로 갈라진 이유입니다.

채권단은 밉지만 그래도 유로존 탈퇴 이후의 상황을 감당할 자신은 없는 겁니다.

현지 언론에서 이번 투표가 '분노와 공포 사이의 싸움이다'라고 불리는 건 그래섭니다.

그리고 아까 말씀하신 것처럼 그리스뿐만의 문제가 아니고요. 그리스만큼 위기에 빠진 국가들, 예컨대 유럽에선 그리스 다음으로 빚이 많은 이탈리아와 포르투갈 같은 나라들이 줄줄이 도미노로 무너질 가능성이 있고요. 또, 내전 중인 우크라이나나 아니면 남미의 베네수엘라, 아르헨티나 같은 나라들도 현재 위험한 상황에 처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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