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비스 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아티클 바로가기 프로그램 목록 바로가기

[인터뷰①] '굿바이싱글' 김혜수 "평소와 달리 애드리브 많이 했다"

입력 2016-06-14 08:01 수정 2016-06-14 10:09
크게 작게 프린트 메일
URL 줄이기 페이스북 X

기사 이미지



"연기를 하는데 캐릭터가 아니라 김혜수가 보인다는 말을 들을 때 기가 많이 죽어요."

1986년 영화 '깜보'로 데뷔한 '베테랑' 배우 김혜수에게도 남모를 고민이 있다. 그와 함께 작업한 배우나 감독, 스태프들은 그의 노련미와 내공에 엄지를 치켜세우지만 정작 김혜수는 촬영 전 불안함과 걱정으로 밤 잠을 설치고 홀로 눈물 흘린다. 낮은 자세에서 최선을 다하는 숨겨진 노력과 고민이 있기에 느슨해지지 않고 늘 톱의 위치를 지키고 있다. 그런 김혜수가 이번엔 영화 '굿바이 싱글'로 코미디 연기를 선보인다. 영화 '차이나타운'·tvN '시그널' 등 최근 전작들에서 무거운 캐릭터만 해서 이번엔 쉬어가는 작품을 선택했을 것이라고 생각하면 오산. 철저한 준비와 고민 끝에 백치미가 철철 넘치는 연예인 고주연 캐릭터를 완성했다. 오죽 고민이 많았으면, '굿바이 싱글' 촬영을 3주 앞두고 혼자 집에서 밥을 먹다가 불안감에 눈물까지 흘렸다는 김혜수. 하지만 늘 그렇듯, 기대 이상의 연기로 관객들을 맞이할 준비를 마쳤다. '굿바이 싱글'로 김혜수는 넘어야 할 산인 '과거' 김혜수를 뛰어넘었다. 영화는 29일 개봉.

-전작에 비해선 가벼운 코미디 영화 개봉을 앞두고 있다.

"예전에는 코미디 영화이건 무거운 영화이건 개봉을 앞두고 마음가짐이 달라지지 않았는데 이번 영화는 좀 다른 것 같다. 유쾌한 기분에서 촬영해서 그런지 개봉을 앞두고 홍보팀 등 주변 분들이 제 목소리가 평소 보다 한 톤 높고, 붕 떠 있다고 하더라.(웃음)"

-극 중 푼수 짓도 많이 하고, 여러모로 연기할 때 재밌었을 것 같다.

"고주연 캐릭터는 한 마디로 백치다. 원래 평소 촬영할 때 센스가 없어서 애드리브를 못 하고, 안 하는 성격인데 이번 영화에선 애드리브를 많이 했다. 나도 시사회 때 영화 완성본을 보면서 '내가 저렇게 애드리브를 많이 했다니'라는 생각에 깜짝 놀랐다. 고주연이라면 이랬을 것 같다는 걸 (애드리브로) 꽤 많이 시도했더라. 예를 들어, 평구(마동석)가 '동쪽에서 귀인이 나타난다는데'라고 하면 고주연이 '왕십리가 동쪽이야?'라고 말하는 거나 뉴스 인터뷰에 나가서 위축된다는 말 대신 '쫄았다'라고 표현을 쓰는 건 애드리브였다. 푼수에다가 백치미가 넘치는 고주연이 그럴듯한 말을 할 것 같진 않아서 그걸 대사(애드리브)로 했는데 그게 그대로 영화에 담겨졌더라."
기사 이미지


-후반부에 단지(김현수)가 미술대회에 나가려고 하는데 입구에서 제지당하는 장면은 50번 넘게 찍었다던데.

"그렇다. 연기나 호흡이 나빠서가 아니라 그 신에 출연하는 배우들이 워낙 많아서 그랬다. 학부형이나 학생들이 단체로 등장하는 신인데 각 인물에 맞게(포커스를 맞춰) 앵글을 바꿀 때 마다 처음부터 끝까지 찍어서 50회 정도 찍게 됐다. 그런데 50번이 넘게 찍으면서 뒤로 갈수록 점점 호흡이 좋았다. 조금 더 하면 감정이 나올 것 같은 부분이 있었는데 그게 뒤로 가면서 시너지를 내면서 잘 나오게 된 것 같다. 사실 그 장면을 찍을 때 로비에서 찍어야해서 마땅히 앉아서 쉴 공간도 없었고, 날씨도 추웠는데 50회가 넘도록 찍는 동안 다들 열심히 최선을 다해줘서 감사했다. 같이 촬영했던 모든 배우들에게 감사했다."

-후배나 비중이 크지 않은 배우들에게 배려를 많이 해주는 걸로 유명한데.

"배우라는 직업 자체가 사실 많은 분들의 배려를 받는다. 감정에 집중해야하니깐 주변에서 배려를 많이 해준다. 연기를 오래하면서 배려를 많이 받아왔지만 그걸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건 아니라는 생각한다. 또 내가 현장에서 할 수 있는 게 은근히 많다. 서로를 위한 행동이고, 서로가 집중할 수 있도록 도울 수 있는 거라면 모두를 위해서 배려를 하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 나 뿐만 아니라 마동석 씨나 '굿바이 싱글' 팀 모두가 배려가 많았다."

-초반에 입술에 필러 세 번을 맞고 시상식에 못 가는 설정이 코믹했다.

"특수제질로 된 걸 입술에 붙였는데 실제로 아무런 감각이 느껴지지 않고 움직임이 둔해지더라. 그래서 그 상태로 아이스크림을 먹는 신을 찍는데 아이스크림이 입술에 묻었는지 안 묻었는지 모르는 상태로 자연스럽게 흘리면서 찍어야해서 그게 은근 어려웠다.(웃음)"

-고주연 캐릭터를 통해 과거를 돌아보는 기회가 되기도 했나.

"아무래도 캐릭터 직업이 배우고, 영화 배경이 연예계라 어떤 부분 밀착된 게 있다고 할 수 있다. 고주연 캐릭터처럼 어떤 분야에서 일을 잘해도 정서적으로나 인성이 성숙하지 않은 사람들이 있지 않나. 그런 점에서 난 어떤 사람인지 돌아보는 기회가 됐고, 또 내 주변에 대해 더 많이 생각하게 된 것 같다."

김연지 기자 kim.yeonji@joins.com
사진=쇼박스

광고

JTBC 핫클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