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닷새만에 또 충격파 던진 트럼프, '넌 해고야' 트윗후 경질 전화

입력 2018-03-14 09:10 수정 2018-03-14 11:45

전례없는 미 국무장관 퇴장전말…틸러슨, 트럼프 트윗 보고서야 경질 알아
틸러슨, '땡큐 트럼프' 없이 사퇴…WP "트럼프, 마지막까지 틸러슨 모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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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례없는 미 국무장관 퇴장전말…틸러슨, 트럼프 트윗 보고서야 경질 알아
틸러슨, '땡큐 트럼프' 없이 사퇴…WP "트럼프, 마지막까지 틸러슨 모욕"

닷새만에 또 충격파 던진 트럼프, '넌 해고야' 트윗후 경질 전화

 "내가 사임할지 안 할지를 아는 사람은 나 자신뿐이다."

지난달 18일(현지시간) 방송 인터뷰에서 경질설을 일축하면서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이 한 말이다.

그동안 장관직 수행에 강한 애착을 드러냈던 틸러슨 장관이 13일 결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으로부터 '해고 통지서'를 받아들었다. 숱한 우여곡절을 겪었던 1년여 미국 외교수장 직에 마침표를 찍고 퇴장한 것이다.

틸러슨 장관 입장에선 아프리카 출장에서 돌아오자마자 '날벼락'을 맞은 셈이다. 또 트럼프 대통령으로선 지난 8일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과 만나겠다는 '깜짝 발표'로 세계를 놀라게 한 지 5일 만에, 북미정상회담을 추진하는 주무장관을 전격 경질함으로써 또다시 전 세계 외교가에 충격파를 안긴 셈이 됐다.

이를 두고 미 CNN 방송은 트럼프 대통령이 과거 진행했던 리얼리티 TV쇼 '어프렌티스'에서 남긴 유행어 "넌 해고야(You're fired)" 방식의 해임이 현실에서 실제상황으로 이뤄졌다고 보도했다.

역사적인 북미 정상회담을 코앞에 두고 전 세계 이목이 쏠려 있는 시점에 주무장관을 경질한 '타이밍'도 그렇지만, 당사자에게 통보하기에 앞서 트위터로 경질 소식을 알린 '방식'면에서도 전례를 찾아보기 힘든, 괴짜다운 트럼프 스타일이 발휘됐다는 점에서다.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틸러슨 장관은 아프리카를 순방 중이던 지난 10일 새벽 2시께, 케냐 나이로비의 호텔 방에서 잠들어 있다가 갑자기 존 켈리 비서실장으로부터 전화를 받았다고 한다.

틸러슨 장관의 새벽잠을 깨운 켈리 비서실장의 메시지는 간결했다. '보스(대통령)의 심기가 불편하다'는 것이었다.

켈리 비서실장은 자세한 설명은 하지 않은 채 틸러슨 장관에게 '주말 사이 다소 모욕적인 대통령의 트윗이 올라올 수 있으니, 알고 있어라'는 취지의 '경고'를 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무엇 때문에 '심기가 불편했는지'는 확실치 않다.

다만 CNN은 켈리 비서실장이 케냐에 있는 틸러슨 장관에게 전화한 시점은 대북 문제를 놓고 트럼프 대통령과 틸러슨 장관의 엇박자가 다시 노출됐을 무렵이라는 점을 언급했다.

실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8일 김정은 위원장과 만나겠다는 깜짝 발표를 했지만, 불과 몇 시간 전 틸러슨 장관은 아프리카 순방 중 기자들과 만나 "북한과의 대화까지는 갈 길이 멀다"며 다소 엇갈리는 발언을 했기 때문이다.

틸러슨 장관은 그때까지도 '사태 파악'을 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WP는 켈리 비서실장이 '애써 온화한 말투로' 경고해 준 '모욕적인 트윗'이 무엇을 뜻하는지 완전히 이해하지 못한 채 틸러슨 장관이 지난 12일 귀국행 비행기에 올랐으며, 13일 오전 워싱턴에 도착해 4시간 뒤 트럼프 대통령의 '해고 트윗'을 보고서야 자신이 잘린 사실을 알게 됐다고 전했다.

결과적으로 틸러슨 장관은 트럼프 대통령의 트윗을 통해 공개적으로 해고 통보장을 받은 꼴이 됐으며, 그마저도 경질 사유에 대해선 제대로 설명을 듣지 못했다는 것이다.

여기에다 성명을 통해 이러한 사실을 공개한 스티브 골드스타인 국무차관마저 곧바로 파면됐다.

오후 2시를 넘겨 다소 떨리는 목소리로 고별 기자회견에 나선 틸러슨 장관은 이날 정오가 좀 지나서야 트럼프 대통령으로부터 경질을 알리는 전화를 받았다고 설명했다.

틸러슨 장관은 고별사에서 '원만하고 질서있는 이양'을 강조한 뒤 국무부와 국방부, 미국민 등에게 고마움을 전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에 대해서는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WP와 의회전문매체 더 힐 등은 이에 대해 "틸러슨이 트럼프 대통령에게만 감사를 표하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틸러슨 장관은 통화 사실을 언급할 때조차도 '미국의 대통령'이라고 했을 뿐, 회견 내내 '트럼프'라는 이름은 생략하는 등 불편한 심기를 내비쳤다.

또한, 러시아에 대해 '온건 노선'을 펴왔다는 지적을 받아온 트럼프 대통령을 겨냥한 듯 "러시아 정부의 골치 아픈 행동과 조치에 대응하기 위해 많은 할 일들이 남아 있다"고 했다.

손을 번쩍 들어 인사를 한 뒤 쏟아지는 질문을 뒤로 한 채 현장을 떠난 그의 퇴장으로 지난 13개월여간 이어져 온 두 사람의 '불편한 동거'도 막을 내렸다.

이미 미 관가에서는 지난해부터 대북 접근법을 놓고 트럼프 대통령과의 갈등이 공개 표출된 틸러슨 장관이 경질되는 것은 사실상 시간 문제라는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틸러슨 장관 스스로도 남은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걸 알고도 북미 정상회담 준비에 대해 강한 의욕을 내비쳤으나 결국 결실을 보지 못한 채 중도 하차하게 됐다.

WP는 사설에서 "틸러슨 장관이 국무장관으로서 아무리 이런저런 약점이 있었다고 해도 이렇게 갑작스럽게, 그것도 트위터로 해고를 통보한 것은 그 무엇으로도 설명되질 않는다"며 "트럼프 대통령이 최후의 순간까지 틸러슨 장관에게 모욕을 준 것"이라고 비판했다.

로이터통신은 "틸러슨 장관의 경질은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의 정책 어젠다를 밀고 나가는 과정에서 더이상 참모들로부터 '노'라는 대답을 듣지 않겠다는 의지를 내비친 상징적 사건"이라고 해석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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