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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성 정치, 지겹다"…아이슬란드, '해적당' 시대 열리나

입력 2016-10-24 16: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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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성 정치, 지겹다"…아이슬란드, '해적당' 시대 열리나


"누군가는 (해적당을) 장난 정도로 치부하겠지만, 유권자들은 현 정권보다는 차라리 장난이 낫다고 여길 것이다."

오는 29일 아이슬란드 총선에서 신생정당 해적당이 다수당을 차지할 가능성이 높다고 23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가 보도했다.

해적당은 창당한지 4년이 채 되지 않은 당이다. 급진적인 개혁을 모토로 지난 2012년 지적재산권에 반대하는 운동가와 해커, 무정부주의자, 자유주의자, 인터넷 괴짜(Web geeks)들이 모였다. 주요 정책은 온라인 투표로 결정하며, 정부도 마땅히 그래야한다고 주장한다.

해적당의 승리는 단순한 정권교체 그 이상을 의미할 전망이다. 930년부터 현재까지 이어지는,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의회로 유명한 아이슬란드에서는 더욱 그렇다. 워싱턴포스트는 이것이 "유럽 사람들이 얼마나 현재 주류 정치의 반대에 서 있는지 생생하게 보여줄 것"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2008년 금융위기로 고공행진 하던 경제가 곤두박질한 뒤 땅에 떨어진 신뢰를 회복하지 못한데다가, 지난 봄 시그뮌뒤르 다비드 귄뢰이그손 당시 총리와 영부인까지 이른바 '파나마 페이퍼' 파문에 휩싸이면서 기성 정치에 대한 냉소가 극에 달했다는 분석이다. 한 전문가는 WP와의 인터뷰에서 "오랫동안 싹튼 정치에 대한 불신이 지금 터지고 있는 것"이라며 "해적당의 선전은 정치권에 대한 불신에 편승한 결과"라고 해석했다.

해적당을 세운 비르기타 욘스도티르 대표는 "좌파도, 우파도 아닌 그 사이의 급진적인 움직임을 추구한다"며 "사람들이 변화를 원하는 현 시점에서 절실하게 필요한 서구 민주주의의 새로운 시작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독립당, 진보당 등 기성 정당은 그러나 국민들에게 "실험은 할 수 있지만 안정적이고 지속적인 경제성장을 원한다면 우리에게 표를 달라"고 호소하고 있다.

독립당의 비르기르 아르만손은 "2008년 금융위기 이후 국민들이 우리를 믿지 못하고 여전히 화가 나 있는 것은 이해한다"면서도 "해적당이 집권하면 높은 실업률과 인플레이션, 재정적자 등의 위험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해적당은 반대하는 것만 알고 원하는 것을 모른다"고 덧붙였다. 예를 들어, EU 가입여부를 두고도 해적당은 찬반을 가리지 않고 국민투표에 부칠 것만 주장한다는 얘기다.

그러나 해적당 지지자들에게는 특정한 이데올로기와 의견을 고수하지 않는다는 점이 매력적이다. 26살의 한 해적당원은 "우리는 권력을 얻는 것이 목표가 아니다. 권력을 분배하는 것이 목표"라고 강조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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