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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취재수첩] 박관천 인터뷰 "최순실 1위라 말한 이유는"

입력 2017-03-25 13:37 수정 2017-03-25 1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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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취재수첩] 박관천 인터뷰 "최순실 1위라 말한 이유는"



박관천 전 청와대 민정수석실 행정관(경정)이 사건 3년 만에 입을 열었다. 박 전 경정은 정윤회, 최순실 등 비선의 국정 개입을 다룬 이른바 '십상시 문건'을 작성한 당사자다. 그는 지난해 4월, 2심 재판에서 집행유예를 받고 풀려났다.

최순실 게이트를 지켜보며 많은 얘기를 나눴다. 대통령 탄핵 인용 당일에도 함께 산에 올랐다. 저녁, 수락산 입구에서 소주잔을 기울이던 그는 "이제는 국민께 말씀드릴 때가 됐다"고 했다. 그날 그의 눈가에는 뜨거운 눈물이 맺혔다. "나라가 이 지경까지 된 것은 비선을 제대로 막지 못한 내 책임"이란 통한의 눈물이었다. 첫 방송 인터뷰는 그렇게 결정됐다.

[단독│취재수첩] 박관천 인터뷰 "최순실 1위라 말한 이유는"


[단독│취재수첩] 박관천 인터뷰 "최순실 1위라 말한 이유는"


놀랍게도 '십상시 문건'은 대부분 현실이 됐다. 마치 '국정농단 예언록'과도 같이. 문건에 등장한 이정현 홍보수석과 김덕중 국세청장은 실제로 교체됐다. '1위 최순실'은 단군 이래 최대 게이트 주인공이 됐다. 문건 내용 중 실현되지 않은 건 '김기춘 비서실장 교체'뿐이다.

'십상시 문건'은 모두 8개 버전이라 한다. 언론에 나온 것은 2014년 1월 6일 대통령에게 보고된 최종본. 초기 버전에는 최순실의 비중이 상당히 컸다는 게 박 전 경정의 설명이다.

하지만 당시 공직기강비서관이었던 조응천 의원이 "최순실은 대통령의 역린"이라며 분량을 줄였다. 우선 정윤회와 문고리 3인방부터 막자고 순서를 정한 듯하다. 하지만 정작 청와대에서 쫓겨난 것은 조응천과 박관천이었다.

박 전 경정은 당시 검찰 조사에서 "우리나라 권력 서열이 어떻게 되는 줄 아느냐. 최순실이 1위, 정윤회가 2위, 3위가 대통령"이라고 말했다. 최순실 게이트가 터지면서 이 발언이 새삼 주목 받았다. 당시 대다수 언론도 '헛소리'라고 규정했다. 최순실은 여러 세력의 동조와 묵인 속에 시나브로 잊혀졌다.

[단독│취재수첩] 박관천 인터뷰 "최순실 1위라 말한 이유는"


우선 '권력 서열' 발언 배경이 궁금했다.

[박관천/ 전 청와대 민정수석실 행정관(경정) : 그때 당시 2014년도 문건 사건이 터지고 제가 검찰 조사를 받게 되죠. 제 생각은, 그때 그런 생각을 했습니다. 여기서 내가 불필요한 의혹을 생산하는 말을 아끼는 것보다는 상황을 빨리 정리하는 식으로 가야되겠다, 그래야 대통령의 국정운영도 안정되겠다. 그러기 위해서는 '그냥 나에게 주어진 짐은 내가 지고 가야 되겠다'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래서 그러면 저는 피해를 보지 않습니까? 그래서 그때 당시에 그럼 내가 과연 이 짐을 지는 이유, 목적, 의의가 뭔가? 그때 한 검사님이 그러시더라고요. "이 일을 통해 소위 비선이라고 말씀하시는 정윤회나, 문고리 3인방이라든가, 이런 사람들 다 자제하지 않겠냐. 그러면 이제 더 이상 측근들이 발호하지 않을 거고 국정이 안정적으로 갈 수 있지 않겠느냐". 그런 말이 오갔죠. 그래서 제가 최순실에 대한 이름을 거론하게 된 것입니다. 정윤회 씨도 문제가 있지만, 나는 앞으로 더 큰 문제가 최순실이란 사람이라 생각한다. 왜냐, 그들의 모임에서, 자기들끼리 농담인지 모르겠지만 서로 그런 파워 이야기를 하겠죠? 최순실 씨가 최고고, 그 다음 정윤회, 그 다음에 박 대통령님이다.]

박 전 경정의 권력 서열 발언은 원래 본인 생각이 아니었다. 십상시 스스로의 입에서 나온 말이었던 것이다. 그는 진위를 확인하기 위해 최순실과 정윤회를 수차례 만났고, 주변 물증을 수집하며 확신했다고 한다.

[박관천/ 전 청와대 민정수석실 행정관(경정) : 제가 관리를 하면서 그 사람(정윤회, 최순실)이 어떤 행동을 했고, 어떤 캐릭터고 하는 걸 알고 있지 않습니까. 그러면 사고의 소지가 충분히 있다. 그래서 이런 말까지 나오는데 이것은 나중에 큰 문제가 될 수 있다. 나는 이미 구속 돼가지고 현직을 떠나니까 내가 어떻게 할 수는 없지만 이것은 남은 사람들의 몫이다. 거기에는 검찰도 포함되지 않느냐, 이런 말을 했죠.
저는 이런 말을 하게 되면 제가 민정의 커리큘럼을 알지 않습니까. 아, 대통령께도 분명히 "박관천이가 이런 말을 했다" 하고 보고될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럼 대통령께서 그걸 받아보시고 조금 경계를 할 것이다 생각하셨는데. 반응이 이상하게 나타났죠. 그게 갑자기 언론에 보도가 돼버린 겁니다.]

[단독│취재수첩] 박관천 인터뷰 "최순실 1위라 말한 이유는"


자신의 말이 민정수석실 라인을 통해 대통령에게 보고될 것으로 생각했단 것이다. 하지만 이 발언 후 박 전 경정은 더욱 고초를 겪는다. 구치소에 면회 온 부인은 "지금 언론에서 당신 말 때문에 난리가 났다. 왜 자꾸 밉보여 화를 자초하냐"며 눈물을 쏟았다고 한다.

문건 작성 전후로 청와대와 정윤회, 최순실 측으로부터 회유 받은 정황도 새롭게 드러났다.

[박관천/ 전 청와대 민정수석실 행정관(경정) : (김영한 비망록에) 제가 거의 회유 불가의 인물로 되어 있는데 솔직히 그런 제안도 안 받았다고 할 수 있겠습니까. 공무원입니다. 공무원은 가장 큰 목표가 솔직히 승진이죠. 저도 측근들로부터 그런 솔직히 메시지는 받았죠. 자중해라. 그만해라. 승진해야 될 거 아니냐. 저도 사람입니다. 그 말에 솔직히 혹하지 않았던 건 아닙니다. 그런데 자존심, 그 말을 듣는 순간 자존심이 굉장히 상했습니다.]

그렇다면 십상시 문건은 어떤 이유로 작성됐으며, 아직까지 알려지지 않은 내용은 무얼까. 생생한 증언과 취재진의 '십상시 X파일' 추적은 내일(26일) 밤 9시 50분 방송되는 <이규연의 스포트라이트>에서 자세히 방송됩니다. 봉지욱 기자 bong@jtbc.co.kr

☞ 3월 26일(일) '이규연의 스포트라이트' 예고편 보러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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