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대형마트에 장 보러 갈 때 예전 같으면 장바구니 안 챙겨도 불편하지 않았지요. 종이상자에 물건을 담고, 끈이나 테이프로 묶으면 됐는데요. 올해부터는 이게 금지됐습니다. 불만도 있고, 혼란도 있지만 그 취지엔 대체로 공감하는 분위기입니다.
밀착카메라, 정원석 기자입니다.
[기자]
해가 바뀌면서 대형마트에는 한 가지 크게 달라진 점이 있습니다.
바로 종이 상자를 포장할 수 있던 테이프나 비닐 끈들이 사라졌다는 점인데요.
대형마트마다 이런 안내문도 붙어 있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종이 상자는 제공을 해주고 있지만 단단히 고정시킬 수가 없기 때문에 아무래도 전보다 사용하기가 어려워진 게 현실입니다.
서울의 한 대형마트, 자율포장대 앞.
장을 보고 나오던 한 남성이 테이프가 없는 걸 보곤 당황합니다.
[아무것도 없다고. (테이프 1월 1일부터 없어졌는데…) 아니, 그러면 어떻게 가져가? 그럼 이거 다 취소해야 하네. 뭐야, 나는 전혀 몰랐네.]
상자를 대충 접어 물건들을 집어넣는 사람들.
이리 해보고 저리 해보지만 뜻대로 되지 않자 화를 내는 경우도 있습니다.
[없다는데 뭐. 박스는 있는데 테이프하고 끈 없대요. 끈, 테이프 없으면 박스는 못 쓰는 거야.]
테이프가 없는 경우 이렇게 종이상자에 아랫부분을 딱지처럼 접는 임시방편도 있습니다만 아무래도 단단히 고정되지는 않기 때문에 무거운 물건이나 많은 양을 담기에는 어려움이 있습니다.
접어서 될 일이 아닌 경우, 급히 마트에서 테이프를 사오기도 합니다.
[장바구니를 가져올 순 있죠. 좀 어색하죠. 그리고 어디 들렀다 오고 그래야 하는데 장 하나만 보는 건 아니잖아요.]
집에서부터 준비한 경우도 있습니다.
[(테이프 여기에 있던 거예요?) 제가 갖고 왔어요. 이제 안 해준대요. 왜 이거 하시려고?]
테이프를 줄이고 장바구니를 갖고 다니자는 취지엔 맞지 않지만, 막을 방법은 없습니다.
소비자들은 불편해하면서도 취지에는 공감했습니다.
[불편하기는 한데, 나쁜 건 아니에요. 환경보호 그런 거 때문에 하는 거니까. 소비자 입장에선 불편하기는 해요.]
[필수적으로 이제 차에 놓고 다니든지, 가방에 넣고 다녀야 하지.]
장바구니를 미처 준비하지 못한 외국인들도 마찬가지입니다.
[브래드/대만 관광객 : (대만에서도) 비닐백이나 장바구니를 사야 해요. 좋은 것 같아요. 너무 쉽게 버려지잖아요. 저도 원래는 장바구니를 쓰는데 여행 중이라…]
종이상자나 스티로폼상자 등 다양한 포장에 쓰이는 테이프.
보통 떼어낸 뒤 비닐류에 넣으면 재활용이 된다고 알고 있지만, 실제로 재활용품 분류 현장에선 그렇게 되고 있지 않습니다.
경기도의 한 재활용품 수거분류장입니다.
이곳에선 스티로폼 상자에 붙어있는 테이프를 뜯어내는 작업에 한창입니다.
왜냐하면 스티로폼과 함께 재활용을 할 수 없기 때문이라고 하는데요.
바닥에도 이런 테이프들이 널브러져 있는데 전부 이대로 파쇄를 해서 폐기해야만 한다고 합니다.
[재활용 수거분류업체 관계자 : 따로 걸러 재활용을 할 수가 없잖아요. (이물질이 너무 많아서요? 그냥 폐기물이네요?) 소각하거나 매립하거나, 파쇄장으로 가거나 하죠.]
그동안 자율포장대를 운영해 온 대형마트 3개사에선 연간 658톤의 포장용 플라스틱 폐기물이 발생했습니다.
3년 전 제주도에서 종이상자와 테이프, 끈을 제공하지 않기 시작해 장바구니 사용이 일반화된 것을 계기로 올해 초부터 무료 제공을 중단한 겁니다.
마트에 장 보러 오는데 빈손으로 오셨다고요? 어딘가 허전한 게 아닐까요?
만약 장바구니를 가지고 왔다면 이미 불필요한 쓰레기를 줄이는 데 동참하고 계신 겁니다.
(인턴기자 : 최은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