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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VP 받고 펑펑 울어버린 골키퍼, 시에라리온 축구의 기적

입력 2022-01-13 06:00

22세 무명 골키퍼의 선방 스토리에 전 세계가 환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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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세 무명 골키퍼의 선방 스토리에 전 세계가 환호

아이처럼 울기 시작합니다. 두 손엔 트로피 하나가 들려있습니다. 한 경기에서 가장 잘한 선수가 받는 MVP에 뽑혔는데 울보가 됐습니다. “난 괜찮아요. 괜찮아요”라고 말했지만 북받치는 감정에서 쉽게 빠져나오지 못했습니다. 그 자리에 서 있다는 게 믿기지 않은 듯.
시에라리온 골키퍼는 알제리전이 끝나고 경기MVP를 받는 자리에서 울음보가 터졌습니다. (사진=아프리카축구연맹 영상 캡처)시에라리온 골키퍼는 알제리전이 끝나고 경기MVP를 받는 자리에서 울음보가 터졌습니다. (사진=아프리카축구연맹 영상 캡처)
시에라리온 골키퍼 모하메드 카마라는 이제 스물두 살입니다. 세상에 알려지지 않은, '무명' 축구선수입니다. 시에라리온 축구팀 이스트엔드라는 팀의 골문을 지키고 있습니다. 시에라리온 국가대표로 이번이 10번째 출전 무대였습니다.

아프리카 네이션스컵도 첫 출전입니다. 그리고 첫 경기에서 가장 빛나는 순간을 붙잡았습니다. 국민 영웅이 됐습니다. 시에라리온 대통령까지 나서 카마라를 향한 응원 영상을 올렸습니다.
시에라리온 골키퍼는 알제리전에서 페널티지역을 벗어나 위기의 순간을 지웠습니다. (사진=시에라리온 경기 영상 캡처)시에라리온 골키퍼는 알제리전에서 페널티지역을 벗어나 위기의 순간을 지웠습니다. (사진=시에라리온 경기 영상 캡처)
골키퍼가 영웅이 되는 스토리는 모두가 질 거라 생각한 경기에서 팀을 구해낼 때 가능하지요. 카마라도 그렇습니다. 지난 대회 우승팀 알제리와 맞선 첫 경기, 쏟아지는 슛을 모두 막아냈습니다. 다른 골키퍼와는 조금 다른 방법으로 선방을 이어가는 모습에 환호가 터졌습니다. 페널티 지역 근처에서 머리로 공을 걷어내고, 또 페널티 지역을 뛰쳐나가 몸을 던지는 태클로 위기의 순간을 쓱쓱 지웠습니다. 카마라의 신묘한 선방 영상은 소셜미디어를 타고 세계 곳곳에 알려졌습니다. 마흐레즈(맨체스터시티)를 비롯해 스타들이 많은 알제리는 그 선방에 홀린 듯 끝내 골문을 열어젖히지 못했습니다. 골 없이 끝난 0대0 무승부가 카마라에겐 인생 경기로 자리잡았습니다.

시에라리온 골키퍼는 머리로 공을 걷어내기까지 하며 몸을 던지는 수비로 환호를 불러냈습니다. (사진=시에라리온 경기 영상 캡처)시에라리온 골키퍼는 머리로 공을 걷어내기까지 하며 몸을 던지는 수비로 환호를 불러냈습니다. (사진=시에라리온 경기 영상 캡처)
시에라리온은 월드컵 본선에 한번도 오른 적 없는, 아프리카 축구의 변방입니다. 아프리카 축구 축제인 네이션스컵 본선 무대에 1996년 대회 이후 26년만에 참가했습니다. 우승 후보 알제리와 비기면서 첫 승점도 챙겼습니다.

서아프리카의 작은 나라, 인구 800만명의 시에라리온은 여전히 오랜 내전으로 얼룩져 있습니다. 2001년에서야 내전을 끝내고 그 상처를 치유하는 과정을 밟고 있습니다. 영화 '블러드 다이아몬드'가 시에라리온의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다이아몬드 산지로 알려졌다, 그 다이아몬드가 내전을 만들어낸 비극의 역사. 이젠 카마라의 몸을 던지는 축구도 시에라리온 하면 떠오를 장면으로 기억되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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